‘절대 물러날 수 없다!’ 한국, 운명의 한일전에서 신승[AVC컵]

김희수 / 기사승인 : 2022-08-11 23: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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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가 곧 우승 실패로 직결될 수도 있는 본선 무대였다. 또한 가위바위보도 질 수 없다는 말이 있는 한일전이었다. 게다가 또 한 번 리버스 스윕을 내줄 수도 있는 상황에 몰렸다. 그러나 한국 남자배구대표팀은 부담감을 떨쳐내고 승리를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그야말로 천금 같은 승리였다.

한국은 11일(이하 한국시간) 태국 나콘파톰에서 펼쳐진 2022 아시아배구연맹(AVC)컵 E조 한국이 일본을 상대로 세트 스코어 3-2(25-18, 27-25, 26-28, 21-25, 15-13)로 꺾고 승전보를 울렸다. 지난 태국전 패배로 인해 예상보다 빠르게 성사된 한일전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먼저 두 세트를 따내며 손쉽게 승리하나 싶었지만, 일본에 연달아 3, 4세트를 내어주며 태국전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 했다. 그러나 5세트에서 집중력을 발휘하며 마지막에 웃었다.

한국은 블로킹에서 12-9로 일본을 앞서며 높이 싸움에서 우위를 가져갔다. 또한 서브 에이스도 3개를 기록하며 중요한 순간마다 분위기를 가져왔다.

1세트 초반 한국은 안정된 리시브를 기반으로 세트 플레이를 원활하게 구사했다. 선발 출장한 리베로 박경민이 특히 리시브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임성진의 아쉬운 결정력과 나경복의 범실이 겹치며 6-8로 초반을 끌려간 한국은 허수봉을 앞세워 순식간에 역전에 성공했다. 특히 12-11로 앞서 나가는 상황에서 나온 최민호의 완벽한 2단 연결을 허수봉이 마무리하는 장면은 이날 최민호와 허수봉의 컨디션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한국은 18-15에서 시작된 한선수의 서브 타임에 4연속 득점을 뽑아내며 1세트 흐름을 완벽히 가져왔다. 세트 포인트에 몰린 일본은 오타케 잇세이의 강력한 서브로 추격을 시도했지만 점수 차를 극복하기는 역부족이었다. 25-18로 한국이 1세트를 가져왔다. 최민호는 2개의 블로킹을 기록하면서도 수비와 2단 연결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며 1세트 맹활약을 펼쳤다.
한국은 2세트 허수봉의 블로킹과 나경복의 2연속 서브 에이스로 4-1을 만들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일본이 빠른 공격으로 추격을 시도했지만, 한국은 박경민과 한선수의 빼어난 수비를 기반으로 리드를 내주지 않았다. 1세트 무득점에 그쳤던 임성진까지 강력한 파이프를 꽂으며 기세를 끌어올린 한국은 10-6으로 세트 초중반을 여유롭게 풀어갔다. 박경민은 여전히 엄청난 수비로 한국의 후방을 든든히 지켰고, 블로커들은 상대의 움직임을 빠르게 추적하며 일본의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일본의 답답한 공격 흐름이 지속되던 상황에서 히구치 유키의 강서브가 터지기 시작했다. 히구치의 서브에 분위기가 흔들리며 19-17까지 추격을 허용한 한국은 이후 급격히 리시브에 어려움을 겪으며 21-21 동점까지 허용했다. 한국이 1점 도망가면 일본이 따라오는 살얼음판 랠리는 듀스까지 이어졌다. 길었던 2세트의 주인공은 임성진이었다. 임성진은 수비 라인이 정돈되지 않은 상황에서 높게 올라온 볼을 3명의 블로커 앞에서도 자신감 있게 처리해내며 26-25 세트 포인트를 만들어냈다. 이후 허수봉의 강서브에 흔들린 일본이 범실로 무너지며 2세트 역시 한국의 27-25 승리로 마무리됐다.

3세트의 첫 득점은 한일전에 임하는 선수들의 마음가짐을 알 수 있었던 엄청난 득점이었다. 최민호의 속공이 일본 블로커들의 손에 걸려 한국 쪽 코트로 떨어지는 상황이었다. 최민호는 놀라운 반응 속도로 발을 내밀어서 볼을 살려냈지만, 높게 뜨지는 않으며 볼은 다시 바닥을 향했다. 이때 한선수가 몸을 사리지 않는 다이빙 토스로 재차 볼을 살려냈고, 나경복이 호쾌한 공격으로 득점을 올리며 한국의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한국의 기세에 위축된 일본은 서브 범실을 남발하며 무너졌고, 한국이 김규민의 속공과 함께 8-4로 테크니컬 타임아웃에 선착했다. 일본은 남바 타카히로의 속공을 앞세워 추격에 나섰지만, 한국도 최민호의 속공으로 응수하며 리드를 쉽게 내주지 않았다. 경기가 순조롭게 풀리자 한선수는 이날 공격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던 임성진의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자신감을 살려주고자 했고, 임성진은 완벽하진 않았지만 공격 감각을 되살리며 세트 중반 한국의 득점을 책임졌다. 한국은 16-12로 두 번째 테크니컬 타임아웃에도 먼저 도달했다. 17-13 이후 서로 연속 득점을 허용하지 않으며 팽팽한 흐름이 계속됐다. 일본은 토미타 쇼마의 득점과 나경복의 범실로 먼저 연속 득점을 만들어내며 21-23으로 맹추격했다. 한국은 나경복의 공격으로 24-21 매치포인트를 만들어냈지만, 일본에게 4연속 실점을 내주며 세트포인트를 허용하고 말았다. 일본은 남바와 오타케를 앞세워 한국에게다시 리드를 뺏기지 않았고, 허수봉의 범실이 나오며 3세트가 26-28로 일본으로 넘어갔다.



4세트 초반은 치열하게 전개됐다. 토미타를 앞세워 일본이 리드를 가져갔지만, 한국 역시 한선수와 교체 투입된 임동혁의 득점으로 계속해서 추격했다. 임성진의 후위 공격자 반칙이 나오며 7-10 3점을 뒤진 한국은 세터를 황택의로 교체하며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다. 황택의는 서브 에이스를 기록하며 기대에 부응했지만, 한국은 범실 관리에 어려움을 겪으며 계속해서 밀리는 경기를 했다. 연속 득점 없이 긴장감이 감돌던 경기 흐름에는 임동혁과 나경복의 득점으로 한국이 3연속 득점을 만들어내며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17-18 1점차까지 추격한 한국은 오타케의 범실로 마침내 18-18 동점을 만들어냈다. 일본도 래리의 블로킹을 앞세워 다시 도망가며 경기는 한국이 줄어든 점수 차에서 추격하는 흐름으로 계속됐다. 그러나 세트 막바지 한국의 플레이에는 정교함이 부족했다. 21-23 뒤진 상황에서 곽승석이 공격 도중 발로 네트를 건드리며 일본에 세트 포인트를 내줬고, 21-24 상황에서 래리의 서브가 네트를 맞고 떨어지는 상황에서 황택의가 건져 올린 볼을 누구도 커버하지 않으며 허무하게 점수를 내줬다. 21-25 패배로 경기는 5세트로 향했다.

운명의 5세트, 한국은 초반 분위기를 먼저 장악했다. 토미타의 서브 범실 이후 나경복의 다이렉트 득점과 최민호의 속공이 나오며 3-0으로 리드를 가져갔다. 일본도 질세라 오타케의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추격에 나섰다. 세트 중반 허수봉과 토미타 두 아포짓이 화끈한 공격을 퍼부으며 경기는 화력전 양상으로 흘러갔다. 9-8 한국의 1점 리드에서 나온 5세트의 최장 랠리를 나경복이 마무리하면서 한국은 먼저 10점 고지에 도달했다. 세트 막판 한국은 조재성의 좋은 서브로 넘어온 볼을 임성진이 다이렉트로 득점하는 데 실패하면서 고비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임성진이 재차 득점을 올리면서 매치 포인트에 도달했고, 14-13에서 나경복이 경기를 끝내는 득점을 올리며 한국은 한일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한편 앞서 열린 경기들에서는 바레인·인도·중국·호주가 각각 이란·홍콩·파키스탄·태국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12일 호주를 상대로 E조 두 번째 경기를 치른다.

사진_AVC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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