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 없이는 변화가 있을 수 없다. 현 시점에서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의 유일한 무기는 디테일한 배구다.
한국은 현재 2023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1주차 4경기에서 모두 0-3 셧아웃 패배를 기록했다. VNL에 참가한 16개 팀 중 15위에 랭크됐다. 크로아티아 역시 4경기 모두 0-3으로 패했고, 득점득실률에서 한국에 밀리면서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다.
FIVB 랭킹도 하락했다. 튀르키예(-2.85), 캐나다(-7.13), 미국(-1.05), 태국(-6.05)에 차례대로 패하면서 랭킹포인트를 잃었다. 현재 한국은 랭킹포인트 132.05로 26위에 위치하고 있다. 한국의 앞에는 15위 태국부터 불가리아, 푸에르토리코, 콜롬비아, 체코, 멕시코, 프랑스, 우크라이나, 아르헨티나, 슬로베니아, 페루가 있다. 물론 대회에 참가하지 않는 팀들의 랭킹포인트 변동이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지만, 한국 여자배구의 현주소가 단적으로 드러난 셈이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세자르 감독은 스피드를 강조했다. 아시아팀이 국제무대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다. 높이와 파워에서 밀릴 수밖에 없기에 스피드로 약점을 극복해야 한다. 팀 혹은 선수에 어울리는 적정한 스피드를 무기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디테일한 배구가 요구된다. 여전히 강한 일본, 2020 도쿄올림픽 이후 한국을 추월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태국 등이 높은 국제경쟁력을 보이고 있는 원동력이다.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전술의 지속성과 팀 색깔을 유지하면서 기복을 줄였다. 이 때문에 어떤 선수가 투입되더라도 전력 편차가 크지 않다.
한국은 김연경, 김수지, 양효진 등 베테랑 선수들의 은퇴 이후 길을 헤매고 있다. 확실한 주포가 보이지 않고, 전체적으로 신장도 낮아졌다. 유효블로킹이 떨어지면서 수비도 쉽지 않다. 득점을 내는 과정에서 수비, 연결, 공격 모두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 한국이 보다 나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는 디테일한 배구가 필요하다. 한국 V-리그 감독들도 “공 하나에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하곤 한다. 보다 완전한 득점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교한 플레이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번 VNL 해설을 맡은 장소연 위원도 7일 더스파이크와의 통화에서 “한국 여자배구는 높이의 열세를 안고 있다. 확실한 에이스마저 없기 때문에 중요한 순간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이번 1주차에서도 큰 점수 차로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1, 2점을 내지 못하면서 역전을 허용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선수들 집중력도 필요하고, 서로가 도와주는 팀플레이 그리고 정교한 배구가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장 위원은 “우리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정교함에서 밀리면 안 되는데 사실 이마저도 쉽지 않다. 정교함은 탄탄한 기본기에서 시작된다. 갑자기 기본기가 좋아질 수는 없다. 하지만 어택커버, 연결, 리바운드 플레이, 네트 플레이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정교한 플레이는 해야 한다. 지금도 선수들이 열심히 하고 있지만 좀 더 집중한다면 더 나은 2주차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한국의 1주차 14인 명단에 포함된 선수들의 평균신장은 181cm다. 일본의 175cm보다 높다. 그럼에도 일본은 효과적인 서브와 정교한 배구로 평균신장 188cm 도미니카공화국을 상대로 11블로킹을 기록하며 세트스코어 3-1 승리를 거뒀다. 일본과 태국은 1주차에서 각각 3승1패, 2승2패를 기록하며 대회 6위, 8위에 랭크됐다.
한국은 태국과의 맞대결에서도 팀 블로킹 5-13 열세를 보였고, 디그와 공격에서도 밀렸다. 1주차 4경기에서 모두 반격 과정에서 정교함이 떨어지면서 범실도 속출했다. 쉽게 득점을 내주면서 흐름을 뺏기기 일쑤였다.
튀르키예 안탈리아에서 1주차 일정을 소화한 한국은 브라질의 브라질리아로 이동했다. 오는 16일부터 브라질, 일본, 크로아티아, 독일과 차례대로 격돌할 예정이다. 크로아티아는 한국의 상대팀 중 유일하게 한국보다 FIVB 랭킹이 낮은 팀이다. 크로아티아도 이번 대회 4연패를 기록하면서 랭킹 30위로 밀려났다.
결국 한국의 목표는 올림픽 4회 연속 본선 진출이다. 올해 9월 올림픽 예선이 펼쳐진다. 여기서 본선행 티켓을 획득하지 못할 경우에는 FIVB 랭킹에 따라 파리행 여부가 결정된다. 세계의 벽은 더 높아졌고, 현실은 녹록치 않다. 그럼에도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또 달린다.
사진_FIV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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