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열심히 받고 더 빠르게 때리는 레오, 점점 커져가는 오기노 감독과의 교집합?

천안/김희수 / 기사승인 : 2024-01-18 06: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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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가 자신의 강점은 유지한 채 오기노 감독의 스타일을 흡수하고 있다. 마침내 두 사람 간의 선순환이 이뤄지는 것일까.

OK금융그룹이 17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경기에서 현대캐피탈을 세트스코어 3-1(25-27, 25-21, 28-26, 25-19)로 꺾었다. 3라운드 전패를 당하며 추락했던 팀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직전 경기에서 패하긴 했지만 4라운드 들어 경기력이 좋았던 현대캐피탈을 상대로 1세트를 먼저 내주고도 역전승을 거둘 정도로 탄탄한 모습을 보인 OK금융그룹이었다.

그 중심에는 단연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가 있었다. 이날 레오는 60.34%의 공격 성공률로 서브 득점 1개 포함 36점을 터뜨리며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최근 들어 OK금융그룹이 레오를 확실하게 살리는 방향으로 팀 컬러를 다잡았다는 것을 현대캐피탈과 진순기 감독대행도 알고 있었지만, 그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해서 불붙은 레오를 통제할 수 있는 방법까지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레오의 이날 경기 내용 중에서 유독 눈에 띄는 부분들이 있었다. 하나는 반격 과정에서의 수비였다. 그간 공격력에 비해 수비나 연결에서는 강점이 없었던 레오지만, 이날 레오는 반격 과정에서 깔끔한 첫 터치를 가져가는 모습을 보였다. 1세트 6-5에서 나온 장면이 대표적이었다. 레오는 허수봉의 공격이 차지환의 손을 맞고 튄 상황에서 깔끔한 오버핸드 디그로 안정적인 첫 터치를 가져갔고, 이후 백어택까지 직접 성공시켰다. 이 장면 외에도 레오의 디그는 평소에 비해 안정적이었고, 이날 그의 디그 성공률은 100%였다(5/5).

공격에서도 눈에 띄는 부분은 존재했다. 평소 레오의 파이프는 사실상 파이프보다는 하이 볼 백어택에 가까울 정도로 속도보다는 타점을 살리는 데 치중하면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날 레오가 선보인 몇몇 파이프 공격은 국내 선수들의 파이프와 거의 비슷한 높이와 속도를 보였다. 1세트 6-5와 3세트 20-21에서 나온 파이프가 그런 공격이었다. 평소 레오가 선호하는 높이보다는 다소 낮고 빠른 패스가 올라갔고, 레오 역시 기민한 스텝을 밟으며 이를 잘 처리했다. 


그렇다고 레오가 기존의 플레이스타일을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레오는 리시브와 수비 부담을 최소화한 채로 경기에 임했다. 또 그의 최대 무기인 타점과 승부사 기질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여지없이 높은 패스가 올라갔고 레오는 득점으로 이에 화답했다. 때로는 자신의 스타일을 살리면서, 또 때로는 자신의 스타일과 다르게 가면서 좋은 활약을 펼친 레오였다.

레오의 위와 같은 이번 경기 내용은 오기노 마사지 감독이 추구하는 배구와 레오가 해왔던 배구 사이의 간극이 점차 좁아지면서 둘 사이의 교집합이 생겨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실을 찾은 오기노 감독에게 이에 대한 그의 생각을 물었다.

먼저 오기노 감독은 파이프에 대해 “레오는 타점이 워낙 높기 때문에 지금 정도의 높이로는 띄워줘야 하고, 다른 아웃사이드 히터들의 경우 지금보다 공 1~2개 정도는 낮춰서 쏴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기본적으로는 레오와 국내 선수들의 패스 높이를 다르게 가져가야 함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레오에게 향하는 패스의 높이는 이번 경기 정도의 높이가 적당함을 시사한 것이다.

오기노 감독이 들려준 반격 상황에서의 수비에 대한 이야기는 더 흥미로웠다. 그는 “레오에게 훈련 때 페인트 공격 등에 대한 수비를 끝까지 따라가지 않을 때마다 반복 훈련을 시켰다”며 레오가 더 적극적이고 탄탄한 수비를 할 수 있도록 유도했음을 밝혔다. 그러면서 오기노 감독은 “이를 통해 레오가 플레이할 때 한국 선수들의 신뢰를 더 얻을 수 있게 됐다. 다만 굉장한 디그 능력을 갖춘 아흐메드 이크바이리(등록명 아흐메드)에 비하면 아직 레오의 수비 능력은 떨어진다”며 레오의 수비력을 더 끌어올릴 것임을 전했다.

깔끔한 세팅에서 이뤄지는 빠른 파이프와 끈질긴 수비는 오기노 감독이 추구하는 배구의 핵심 포인트 중 하나다. 이는 그간 레오가 해왔던 스타일의 배구와는 상반되는 것들이고, 레오와 오기노 감독이 서로 간의 조율을 통해 이를 다져가는 과정에서 과도기가 찾아오며 OK금융그룹 팀 전체가 덜컹거리기도 했다. 그러나 두 남자는 5-6라운드를 남겨둔 시점에서 어느 정도 교집합을 찾아가고 있는 듯하다. 남은 두 라운드에서 두 남자가 보여줄 배구는 또 어떤 모습일지 지켜볼 만하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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