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생의 우리카드 세터 한태준이 현재 남자 프로배구 세트 1위다. 선두 대한항공전에서도 한태준은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우리카드와 대한항공의 정규리그 1위 쟁탈전이 점입가경이다. 우리카드는 5일 도드람 2023-2024 V-리그 6라운드 대한항공전에서 3-0(25-21, 27-25, 25-23) 완승을 거뒀다.
송명근과 잇세이 오타케(등록명 잇세이)는 각각 19, 15점을 터뜨렸고, 아르템 수쉬코(등록명 아르템)는 9점을 올렸다. 미들블로커 박진우와 이상현도 각각 8, 7점을 터뜨리며 제 몫을 다했다.
우리카드는 날카로운 서브로 상대 대한항공을 흔들었다. 대한항공은 임동혁이 40.22%의 공격 비중을 차지했고, 아웃사이드 히터 정지석과 미들블로커 김민재가 각각 17.39%, 10.87%를 기록했다. 임동혁, 정지석은 공격 효율 30%를 넘기지 못하며 고전했다.
양 팀의 리시브 효율 수치는 비슷했다. 우리카드는 38.1%, 대한항공은 37.68%를 기록했다. 하지만 우리카드가 보다 다양한 공격 루트를 선보이며 득점을 가져갔다.
송명근과 잇세이는 각각 31.78%, 28.97%의 공격 비중을 가져갔고, 아르템도 17.76%의 공격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상현도 9.35% 비중의 공격을 책임졌다.
특히 한태준은 팽팽한 접전 속 반격 과정에서도 과감하게 속공을 활용하며 상대 허를 찔렀다. 뿐만 아니다. 아포짓 잇세이는 물론 아웃사이드 히터 송명근, 아르템 후위공격으로도 상대를 괴롭혔다.
이에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은 “태준이가 1~3라운드에는 디그 이후 속공을 잘 안 썼다. 4라운드 넘어가면서 속공을 쓰라고 했다. 그래야 파이프가 통한다. 이제 기회가 오면 속공을 쓰더라. 또 그렇게 해야 라이트로 공이 올라가더라도 상대가 정상적으로 블로킹을 못 한다. 우리가 공격을 해도 굴절이 될 확률도 높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날 한태준의 세트 성공률은 44.83%였다. 87개 중 39개를 성공시켰다. 이 가운데 상대 원 블로킹 상황에서 이뤄진 토스 점유율은 33.33%로 꽤 높았다.
신 감독은 “태준이가 잘했다. 최근에 볼 컨트롤 능력 그리고 좀 더 스피드 있게 가야 한다고 주문을 했다. 좀 더 디테일하게 공격수에게 맞는 볼을 해줘야 한다고 했는데 본인도 노력을 하고 있다. 가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태준은 “감독님이 자신있게 그리고 공격적으로 하라고 하셨다. 대한항공 형들 블로킹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속공, 파이프를 섞어야 한다. 그래야 미들블로커를 잡아놓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속공 비중을 많이 올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디그 이후 속공에 대해서는 “훈련 중에 감독님이 지시를 하셔서 연습을 많이 했다. 경기 때 잘 나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더군다나 대한항공에는 베테랑 세터 한선수, 유광우가 있다. 늘 이들을 상대해야 하는 한태준이다. 그는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지더라도 배운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한다. 상대 세터 형들 플레이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 경기 들어가기 전부터 배우고자 하는 마음, 도전하는 마음으로 들어간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5라운드 안방에서 열린 대한항공전에서는 한태준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5세트 막판에는 좀처럼 나오지 않는 토스 범실까지 나오기도 했다. 한태준은 “지난 라운드 아깝게 역스윕을 당했다. 이번에는 그러지 말자고 마음을 다잡고 했다. 그날 경기를 지고 나서 형들이 늘 그랬듯 위로해주고, 다독여줬다. 나도 스스로 일어나려고 열심히 노력하면서 빨리 잊어버릴 수 있었다. 오늘 경기에서 더 간절함이 보이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우리카드는 시즌 후반 외국인 선수 마테이 콕 부상으로 아르템을 영입했다. 마테이는 아포짓으로 뛰었지만, 아르템은 아웃사이드 히터 포지션이다. 이에 우리카드는 잇세이를 아포짓으로 기용하고 있고, 공격력 강화를 위해 송명근이 쌍포로 나서고 있다. 팀 변화가 크다. 이날 대한항공전에서도 꾸준히 코트 위에 올랐던 아웃사이드 히터 김지한, 한성정은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주전 세터 한태준도 이에 맞춰가고 있다. 그는 “5라운드 때부터 형들이 바뀌었는데 형들이 먼저 앞장서서 우리를 이끌어주려고 한다. 형들 믿고 따라가려고 한다. 형들이 어떻게 공을 달라고 하는지 듣고 이것만 맞춰주고, 뒤에서 파이팅하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 형들이 잘 때려줘서 맞춰줄 것이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태준은 2022년 고교생 신분으로 V-리그 문을 두드렸고,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4순위로 우리카드 지명을 받았다. 프로 2년차 한태준이 중책을 맡았다. 그럼에도 코트 위 야전사령관으로 안정감을 보이고 있다. 현재까지 33경기 127세트 출전, 세트당 11.622개의 세트를 기록하며 세트 1위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스무살 세터 한태준의 손 끝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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