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이 깨달은 내려놓음의 미학 “너무 이기려고 하면, 너무 부담을 가지면 안 되더라”

장충/김희수 / 기사승인 : 2024-03-04 06:00:44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서브를 때릴 때도, 경기를 준비할 때도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 필요했다. 4년차 세터 김지원이 내려놓음의 미학을 빠르게 깨달았다.

김지원에게 도드람 2023-2024 V-리그는 큰 기회이자 고비였다. 국가대표팀 일정을 소화하면서 체력 소모가 있었던 상황에서 안혜진의 부상 이탈로 인해 팀의 주전 자리까지 도맡아야 했다. 많은 경기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은 프로 선수로서 축복이지만, 그에 상응하는 부담감은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무거운 짐이었다.

그렇게 무거운 부담감과 싸우던 김지원은 문득 내려놓음의 미학을 깨달았다. 너무 과한 승부욕과 책임감이 오히려 경기력에 방해가 된다는 것을, 그래서 때로는 마음을 편하게 내려놓는 것이 필요함을 알았다.

3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치러진 GS칼텍스와 페퍼저축은행의 6라운드 경기에서 김지원은 안혜진과의 교체로 코트를 밟은 뒤 서브와 세트 플레이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며 팀의 세트스코어 3-0(25-22, 25-22, 25-12) 승리를 이끌었다. 그리고 나서 찾은 인터뷰실에서 그는 내려놓음의 미학을 설파했다.

이날 김지원은 서브 득점 3개를 기록했고, 2세트에는 13-17에서 21-17이 될 때까지 9연속 서브를 구사하기도 했다. 서브 감각이 특별히 좋았는지 묻자 김지원은 “오히려 오전에 서브 연습을 했을 때는 서브가 잘 안 들어갔다. 그래서 감각이 되게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실전에서 마음을 좀 내려놓고 때리니 서브가 잘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안혜진의 복귀 이후 달라진 점을 묻는 질문에도 김지원은 마음을 편하게 먹는 것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안)혜진 언니가 없었을 때는 내가 절대 흔들리면 안 된다는 부담감이 너무 컸다. 주전으로 보내는 첫 시즌이라 그런 게 더 심했다”고 운을 뗀 김지원은 “하지만 언니가 돌아오고 나서는 그냥 서로가 흔들릴 때 도와주면 된다는 마음이 드니까 부담감이 덜해졌고, 편안해졌다”고 안혜진의 복귀 후 편안해진 마음을 언급했다.

김지원은 자신뿐만 아니라 힘든 시간을 보내는 동료에게도 마음을 비울 것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 슬럼프에 빠지며 이날 경기를 웜업존에서 출발하기도 한 강소휘와 호흡을 맞춘 과정에 대해 “(강)소휘 언니도 많이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래서 이번 주 내내 연습할 때 언니한테 ‘생각 없이 그냥 때려라’라는 말을 해줬다. 언니가 이번 경기에서는 그래도 좀 괜찮아 보였던 것 같아 다행”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한편 김지원은 최근 편두통에 시달리는가 하면 팔꿈치에는 수술을 받는 등 건강 이상에 시달렸던 차상현 감독에 대해 “감독님 없이 경기를 치르기도 했는데, 나도 처음해보는 경험이었다. 감독님이 한 번도 약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던 분이라서 걱정이 됐다”는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평소 인터뷰실에서 시니컬한 모습을 자주 보이는 김지원이지만, 차 감독에 대한 걱정만큼은 진심이었다.

이제 김지원과 GS칼텍스는 이번 시즌의 가장 중요한 일전을 앞두고 있다. 바로 정관장을 만나러 가는 대전 원정 경기다. 김지원은 또 한 번 내려놓음의 미학을 설파했다. 그는 “우리 팀은 항상 너무 이기려고 들 때, 너무 부담을 갖고 경기할 때 플레이가 잘 안 되는 것 같다.편한 마음으로 경기를 즐기되, 꼭 해야 할 것들에는 집중해보자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해야 할 것 같다. 연습 때부터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경기를 잘 치러보겠다”는 의젓한 이야기를 전했다.

2001년생의 젊은 세터 김지원은 벌써부터 중요한 순간 실력 발휘를 하기 위한 마인드 컨트롤 능력을 습득했다. 김지원이 다가올 정관장과의 맞대결에서도 부담감을 내려놓은 채 평정심을 유지하며 맹활약을 펼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사진_KOVO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주요기사

더보기

HOT PHOTO

최신뉴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