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리베라호텔/이정원 기자] 흥국생명의 정규 시즌을 사자성어로 요약하면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시즌 초반 10연승을 달리며 '어우흥'에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줬으나 이재영, 이다영이 학폭 논란과 함께 팀에서 빠진 이후 추락했다.
어깨 부상으로 팀을 떠난 루시아 대신 들어온 브루나도 완전히 적응하지 못했다. '배구여제' 김연경이 고군분투했지만 주전 두 명이 빠진 상황에서 1위를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결국 2위로 리그를 마쳤다.
그래도 흥국생명의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포스트시즌이 남았다. 오는 20일부터 IBK기업은행과 3판 2선승제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해 챔프전 진출을 꿈꾼다. 2018-2019시즌에 맛본 우승의 기쁨을 다시 느끼기 위해 맹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흥국생명이 승리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분명 김연경, 브루나를 비롯해 세터 김다솔의 활약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선수, 김미연이 이 단기전 승부의 키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8일 서울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도 김미연의 이름은 자주 불렸다. 박미희 감독은 키플레이어를 지목해달라는 말에 "김미연이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흥국생명과 플레이오프에서 맞붙는 김우재 감독도 "브루나와 김미연을 막는 게 중요하다"라고 이야기했다.
김미연은 몸이 성치 않은 상황에서도 30경기 전 경기에 출전해 169점, 공격 성공률 30.24%, 리시브 효율 22.64%를 기록했다. 특히 세트당 0.269개의 서브를 기록하며 이 부문 3위에 올랐다.
박미희 감독에게 김미연은 소중한 존재다. 때론 주전으로, 때론 백업으로 언제나 제 역할을 해주는 게 김미연이기 때문이다. 지난 6일 한국도로공사전 이후에도 "우리 팀 현 상황에서는 미연이가 해줘야 한다. 미연이가 올 시즌 마음고생이 많았다. 뒤꿈치, 허리 부상 때문에 고생을 했다"라고 제자를 걱정했다. 김연경이 오기 전 잠시 주장직을 맡아 팀을 이끌어 온 것도 김미연이다.
김연경도 "감독님도 이야기했지만 김미연은 포스트 시즌에서 더 잘 할 것이라고 믿는다. 올 시즌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기 위치에서 제 역할을 해줬다. 고맙게 생각한다. 앞으로도 잘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웃었다.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한다. 그래서 감독과 팀 동료들이 더 좋아한다. 팀이 힘든 상황 속에서도 주장과 수장의 든든한 믿음 아래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는 김미연도 미디어데이서 한 마디 거들었다.
"미디어데이 참석이 데뷔 후 처음이다"라고 운을 뗀 김미연은 "감독님과 연경 언니가 키플레이어로 뽑아줘 감사하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묵묵히 내 할 일을 하겠다. 연경 언니도 그렇고 난 우리 팀 선수들을 믿는다. 언니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우리 팀에는 분위기메이커 연경 언니가 있어 자신 있다"라고 다짐했다.
배구는 한 명이 잘 한다고 해서 이길 수 있는 종목이 아니다. 김연경을 도와줄 다른 선수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 역할을 김미연이 해야 한다. 스스로가 말했던 것처럼 묵묵히 뒤에서 자기 역할을 해주면 된다. 그러면 흥국생명도 조금 더 수월한 경기를 풀어갈 수 있다.
박미희 감독과 김연경이 고마움을 표한 김미연. 그녀는 과연 플레이오프 신의 한 수로 떠오를까. 흥국생명과 IBK기업은행의 플레이오프 1차전은 오는 20일 오후 2시 30분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린다.
사진_리베라호텔/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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