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에 대한 집념 하나로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리베로 박경민이 ‘디그쇼’를 펼쳤다.
현대캐피탈은 19일 우리카드에 3-2 리버스스윕 승을 거두며 4라운드를 마무리했다. 5위였던 순위를 4위로 끌어올리면서 봄배구행 티켓 쟁탈전에 합류했다.
리베로 박경민의 디그쇼가 펼쳐졌다. 빠른 발과 넓은 수비 범위로 코트를 누볐다. 박경민은 디그 16개 시도 중 14개를 성공시켰다. 디그 성공률은 87.5%.
백미는 4세트였다. 5-4로 근소하게 앞선 상황, 우리카드 나경복의 공격을 김명관이 디그한 공이 높게 떴다. A보드 뒤로 공이 넘어가자 박경민이 돌진했다. 그대로 A보드를 타고 공을 걷어 올렸다. 박경민은 보드 뒤로 넘어졌다가 곧바로 일어서서 다시 코트로 들어왔다.
이 장면 하나가 현대캐피탈 코트 분위기를 바꿨다. 순간 최태웅 감독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최 감독은 “공이 살아서 좋긴 했지만, 나는 경민이한테 뛰어가고 싶었다”라고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공만 보고 쫓았다. 보드판은 신경도 못썼다는 박경민. 그는 “솔직히 공만 보고 달렸다. 광고판을 넘을 줄도 몰랐다. 볼이 잡혀서 3세트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뿐이다”라고 했다.
박경민이 몸을 날려 살린 공은 펠리페가 득점으로 마무리했다. 박경민은 “그럴 때 가장 뿌듯하다. 리베로로서 더 돋보이는 장면이 나오니까 정말 고맙다”라며 미소 지었다.
사실 경기 초반에는 주춤했다. 올 시즌 박경민은 리시브 1위(53.32%), 디그 1위(세트당 2.632)로 수비에서 독보적이지만 이날 1, 2세트 리시브 효율은 각 37.5%, 14.29%. 수비가 흔들리자 팀이 전체적으로 풀리지 않았다.
박경민은 “1, 2세트는 시즌 중 볼 수 없던 가장 부진한 모습이었다”라고 했다. 최태웅 감독 역시 “경민이가 경기 초반에는 부진했다”라고 했다.
최태웅 감독이 해법을 제시했다. 박경민은 “3세트 때 감독님께서 ‘안 될 때는 건방지게 해라’라고 하셨다. 그렇게 해야 한다고 의지를 돋워주셨다. 큰 도움이 됐다”라고 털어놨다.
당당함을 잃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박경민은 “손을 흔들면서 나한테 서브를 때리라는 제스처로 도발 아닌 도발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하셨다. 손도 흔들고, 소리도 지르고 한다”라고 밝혔다.
전광인의 합류도 큰 힘이 된다. 박경민은 “리시브를 굉장히 잘하는 형이라 큰 버팀목이 된다. 옆에서 같이 해주시니까 좋다. 나도 형을 믿고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진_천안/홍기웅 기자, 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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