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의 구성원들과 팬들에게는 모든 것이 거짓말이라고 믿고 싶은 만우절이 지나갔다.
흥국생명이 1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현대건설에 세트스코어 2-3(25-22, 17-25, 25-23, 23-25, 7-15)으로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두 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서 고배를 마시게 된 것.
흥국생명으로서는 이 모든 것이 만우절의 거짓말이고 믿고 싶은 경기였다. 또 한 번 1세트를 먼저 따내며 기분 좋게 기세를 올렸고, 세트스코어 1-1에서 3세트를 가져오며 반격의 서막을 알릴 수도 있다는 희망을 봤다. 그러나 결국 4세트에 경기를 끝내지 못하면서 너무나 불안한 5세트를 맞이하게 됐고, 우려는 현실이 됐다. 또 한 번 5세트에 무릎을 꿇었다.
어느 팀의 어떤 경기든, 패배의 원인을 하나로 짚기는 어렵다. 그러나 더 나은 다음 시즌을 치르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을 보완해야 할지는 반드시 복기를 해야 한다. 그런 의미로 이번 경기를 되돌아봤을 때, 반드시 피드백해야 할 흥국생명의 주요 패인 중 하나는 공격 패턴의 다양성 부족이었다.
이날 흥국생명의 공격 점유율을 살펴보면, 윌로우 존슨(등록명 윌로우)이 35.71%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 뒤를 김연경(29.67%)과 레이나 토코쿠(등록명 레이나, 26.37%)가 이었다. 이 수치만 보면 삼각편대가 나름 고르게 점유율을 가져간 무난한 수치로 보이지만, 실제 경기 양상은 그렇지 않았다.
이날 흥국생명의 후위공격 득점은 오른쪽에서 윌로우가 올린 9점이 전부였다. 경기 전 인터뷰에서 잠시 언급됐던 김연경의 파이프나, 레이나의 파이프는 끝끝내 하나도 나오지 못했다. 물론 파이프 활용의 부재 자체는 아쉬움일 뿐 결정적인 차이는 아니었다. 상대 팀인 현대건설도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등록명 모마)의 라이트 백어택이 유일한 후위공격 옵션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앙과 날개를 엮어서 살펴보면 흥국생명의 공격 옵션 활용이 왜 좋지 않았는지를 알 수 있다. 현대건설은 중앙에서 양효진-이다현이 블로킹 5개 포함 31점을 합작한 반면, 흥국생명은 김수지가 블로킹 1개‧서브 득점 2개 포함 5점을 올린 것이 중앙에서 나온 득점의 전부였다. 김나희와 이주아는 무득점에 묶였고, 특히 이주아는 공격 효율 –25%를 기록하기도 했다.
중앙에서의 화력이 좋은 팀은 후위공격의 부재를 메울 수 있다. 여자부에서 이동공격이 주요 공격 옵션으로 활용되는 이유도 주포의 백어택을 대신하는 옵션으로서의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대건설은 모마만 백어택을 때리더라도 얼마든지 경기를 풀어갈 여력이 있었다.
그러나 흥국생명은 그렇지 않았다. 중앙에서의 화력이 이미 1차전부터 정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든 해법을 찾아야 했다. 변지수나 김나희로 미들블로커를 빠르게 바꿔 다른 판을 짜거나, 김연경-레이나의 파이프를 활용해서 후위에서 활로를 찾아야 했다. 그러나 이는 모두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중앙에서의 화력 차이는 그대로 승패에 직결됐다.
왜 중앙 활용을 못하고, 또 왜 파이프를 못 쓰는가는 리시브-패스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첫 번째 터치부터 두 번째, 세 번째 터치 중 어느 과정의 문제로 인해 흥국생명의 공격 패턴이 단조로워졌는지를 면밀히 파악하는 것이 복기 과정에서 최우선적으로 수행해야 할 과제로 보인다.
흥국생명은 결국 안방에서 또 다시 남의 잔치를 구경해야 했다. 그 아쉬움을 세 번 반복하지 않으려면, 무기의 가짓수를 어떻게든 늘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_인천/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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