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팀 주전 아포짓 스파이커 김희진의 부진이 뼈아팠던 브라질전이었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25일 일본 아리아케아레나에 펼쳐진 2020 도쿄올림픽 A조 브라질과 경기에서 0-3(10-25, 22-25, 19-25)으로 패하며 순조롭지 못한 첫 출발을 보였다. 첫 경기에서 단 한 세트도 따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한국은 브라질이 자랑하는 삼각편대 가비, 페르난다 가라이, 탄다라 카이세타를 전혀 제어하지 못했다. 이들에게만 43점을 허용했다(페르난다 가라이 17점, 가비 16점, 탄다라 카이세타 10점). 가라이는 1세트에만 9점을 기록했다.
한국은 김연경과 박정아가 리시브에 가담하는 와중에도 각각 12점, 9점을 기록했지만 이 선수의 부진이 뼈아팠다. 바로 김희진이다. 김희진은 이날 5점에 그쳤다. 범실도 8개나 됐다. 3회 연속 올림픽에 나서는 김희진의 힘과 경험은 이날 경기에서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김희진은 2021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를 뛰지 않았다. 무릎 부상으로 인해 수술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대표팀이 이탈리아에서 VNL을 소화하고 있는 사이, 김희진은 소속팀 IBK기업은행에서 재활에 매진했다.
빠른 재활 속도를 보였고, 라바리니 감독은 하동에서 열린 코호트 훈련에 김희진을 합류시켰다. 김희진의 몸 상태를 바라본 라바리니 감독은 결국 김희진을 명단에 넣었다. 무릎이 완전치 않아도 아포짓 자리에서 김희진이 가지고 있는 힘과 경험을 믿었기 때문이다.
라바리니 감독은 출국 전 배구협회와 인터뷰에서 "2년 전부터 우리 대표팀 스타일에 필요한 아포짓을 소화한 선수가 바로 김희진이었다. 수술 후 재활 기간이 충분했던 건 아니지만 대표팀 전술상 김희진 역할이 중요하다"라고 말한 바 있다.
김희진도 "계획보다 조금 이른 복귀지만 생각보다 무릎 상태가 좋아져 훈련과 보강 운동에 많은 시간 참여하고 있다. 큰 공격은 그동안 대표팀에서 많이 경험해봤고 자신 있는 포지션이기도 하다"라고 이야기했다.
김희진은 브라질전에서 박정아, 김연경과 함께 선발로 나섰다. 1세트, 브라질에 절대적으로 밀리는 와중에도 박정아와 김연경은 꾸역꾸역 공격에서 힘을 주고자 했지만 김희진은 부진했다. 공격 템포를 전혀 살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상대 블로커에 자주 걸렸다. 무득점에 그쳤고, 라바리니 감독은 세트 중반 김희진에게 휴식을 부여하는 대신 정지윤을 넣었다.
1세트 후반 휴식을 취한 김희진은 2세트 다시 선발로 나왔다. 라바리니 감독은 김희진을 계속해서 믿었다. 8-9에서 김희진의 경기 첫 득점이 나왔다. 이어 10-14에서 상대 블로커를 이용해 또 한 번 득점을 만들어내며 중반까지 3점을 만들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김희진의 2세트는 또 조용했다. 물론 공이 불안정하게 올라오는 경우도 있었기에 김희진이 제대로 때릴 수 있는 장면이 몇 번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최선을 다했지만 브라질의 사이드 블로커 높이를 김희진이 뚫기에 무리가 있었다고도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공격에서 큰 힘을 내줘야 하는 아포짓에 뛰는 선수라면 이를 이겨내야 한다.
경기를 중계하던 해설진들도 2세트 종료 후 "윙스파이커진이 살아나고 있는데 아포짓 포지션만 조금 더 살아나면 좋을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3세트 초반 공격 득점을 연이어 기록하며 살아나는듯했지만, 거기까지였다. 또 잠잠해졌다. 오랜만에 찾아온 11-12 공격 상황에서는 범실을 기록하는 아쉬움을 보였다. 결국 김희진은 1세트에 이어 또 한 번 정지윤과 교체됐다. 세트 후반 다시 나와 힘을 주고자 했지만 김희진의 소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2세트와 3세트, 브라질을 끝까지 추격하던 한국은 0-3으로 완패했다.
이날 김희진이 낸 점수는 단 5점. 공격 비중이 높은 아포짓 스파이커에서 뛰는 선수가 낸 점수치고는 아쉬운 점수다. 한국 공격에 힘을 주지 못했다. 상대 아포짓 스파이커인 탄다라 카이세타가 부진한 상황에서도 10점을 기록한 걸 생각하면 아쉽다.
하지만 여기서 좌절할 수는 없다. 김희진에게는 네 번의 경기가 남아 있다. 브라질보다 상대적으로 수월한 케냐, 토너먼트를 가기 위해서는 꼭 이겨야 하는 일본과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면 된다. 2012 런던올림픽, 2016 리우올림픽에서 보여준 김희진의 활약을 아직도 잊지 못하는 팬들이 많다.
이날도 나타났듯이 김연경의 혼자만의 활약으로 승리를 가져가기는 무리다. 결국엔 주위 선수들이 도와줘야 한다. 한국의 주전 아포짓 스파이커 김희진이 다음 경기에서는 3회 연속 올림픽 경험자의 힘과 연륜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한국은 오는 27일 케냐와 조별예선 두 번째 경기를 갖는다.
사진_FIV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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