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 여자배구대표팀의 새 사령탑인 지오반니 구이데티 감독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세르비아는 28일 오후 7시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 열린 2023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3주차 첫 경기에서 중국을 상대로 3-1(25-13, 17-25, 25-23, 25-20)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1, 2주차 8경기에서 3승을 수확했던 세르비아. 3주차 한국 원정을 앞두고 베테랑들을 데려왔다. 주포 티야나 보스코비치와 베테랑 중 베테랑인 세터 마야 오그네노비치를 14인 명단에 포함시켰다. 그 효과는 바로 드러났다.
이날 보스코비치는 선발로 출전해 양 팀 통틀어 최다인 25득점 활약을 펼쳤다. 1세트에만 9득점을 올리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보스코비치 뿐만이 아니다. 미들블로커 미나 포포비치와 요바나 스테바노비치는 나란히 13득점씩 올렸고, 아웃사이드 히터 사라 로조와 비앙카 부사도 각각 11, 10득점으로 고른 활약을 선보였다.
대회 4승을 신고한 세르비아는 4승5패(승점 13) 기록, 16개 팀 중 10위에 랭크됐다. 상위 8개 팀이 출전하는 파이널을 향한 기대감을 높였다.
경기 후 만난 구이데티 감독은 목이 쉰 상태로 인터뷰에 응했다. 경기 내내 파이팅 넘쳤던 그다. 구이데티 감독은 “전반적으로 어려운 경기였다. 최대한 어려운 볼을 처리하려고 싸웠고, 볼에 대한 집중력도 좋았다. 팀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보스코비치와 마야에 대해서는 “내가 특별히 말할 것도 없다. 사실 준비할 시간이 부족해서 최상의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오늘 기대 이상으로 해줬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구이데티 감독은 2017부터 작년까지 튀르키예 여자배구대표팀을 이끌었다. 하지만 튀르키예는 다니엘레 산타렐리 감독을 새롭게 선임했고, 구이데티 감독은 산타렐리 감독으로부터 세르비아 지휘봉을 넘겨받았다. 그리고 올해 첫 국제대회인 VNL 무대에 올랐다. 구이데티 감독은 “1주차 때는 나도 처음이었고, 새로운 팀이었다. 선수들에게도 새로운 방식으로 지도를 하면서 준비가 잘 되지 않았다. 이 정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면서 “2주차 경기력은 상당히 좋았다. 브라질전을 제외하고 3승을 챙겼다”고 설명했다.
세르비아를 택한 이유도 있다. 그는 “세르비아는 도쿄올림픽 동메달 뿐만 아니라 세계선수권 메달도 무수히 획득했다. 앞으로도 좋은 선수들과 계속 이기는 것이 목표다”고 전했다.
구이데티 감독은 15년 전인 2008년 튀르키예 바키프방크 사령탑을 맡은 뒤 수많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유럽배구연맹(CEV) 챔피언스리그에서만 2011년 우승을 시작으로 통산 6회 정상에 올랐고, 준우승 3회와 3위도 2회 기록했다. 모두 바키프방크에서만 이룬 성과다. 동시에 튀르키예 리그에서는 통산 7회 챔피언에 등극한 바 있다.
이제 그의 가장 큰 목표는 올림픽 금메달을 거머쥐는 것이다. 구이데티 감독은 그동안 불가리아(2003~2004), 독일(2006~2014), 네덜란드(2015~2016), 튀르키예(2017~2022)를 거쳐 올해 세르비아 대표팀을 맡았다. 이 가운데 올림픽 메달과는 인연이 없었다. 구이데티 감독은 “아직까지 올림픽 금메달이 없다. 이것이 내가 가장 이루고 싶은 목표다”며 힘찬 포부를 밝혔다.
올해 구이데티 감독은 바키프방크에서 2019년부터 4시즌 동안 함께 했던 세자르 코치와 작별을 고했다.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세자르 감독은 다가오는 시즌 프랑스 낭트 지휘봉을 잡게 됐다. 이에 구이데티 감독은 “일단 그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스태프와 선수들에게 모두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됐고, 놀라운 결과를 보여줬다. 프랑스에 가서도 잘 할거라 생각한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구이데티 감독 역시 2003년부터 클럽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1년 내내 바쁜 나날을 보내왔다. 그는 “선수들도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면서 성장한다. 감독도 똑같다. 여러 팀을 맡다보면 더 나은 감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기회가 된다면 계속 병행하고 싶다”면서도 “신체적, 정신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다. 쉬는 날에는 배구 생각 없이 휴식을 취하려고 한다”며 야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구이데티 감독은 같은 이탈리아 출신이자 동료인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과도 한국에서 시간을 보냈다. 아본단자 감독이 말한 V-리그에 대해서도 전했다. 그는 “내 친구 마르첼로와 함께 여기에서 맛있는 피자를 먹었다”면서 “한국 리그에 대해서도 내게 말해줬는데 모든 게 놀랍다고 했다. 클럽팀 시설도 좋고, 열정적인 팬들도 많다고 했다. 연맹의 관리나 시스템도 칭찬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탈리아 출신 감독의 한국 V-리그행에 구이데티 감독은 “그동안 한국에서 이탈리아 감독들을 많이 불러주지 않았던 것 같다. 마르첼로를 비롯해 더 많은 감독이 한국에 오지 않을까 싶다”면서 “내게도 제안이 온다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어려운 결정이다. 마르첼로는 1년 중 11개월 동안 클럽팀 일에 치중하고 있다. 난 대표팀을 맡고 싶은 마음이 커서 어려울 것 같다”며 웃음을 보였다.
중국전을 승리로 기분 좋은 출발을 보인 세르비아는 이후 독일, 도미니카공화국, 불가리아와 맞붙는다. 1차 목표인 파이널 무대에 오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사진_수원/이보미 기자, 바키프방크 SNS, FIV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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