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포인트 서버에서 로테이션 멤버, 주전 아웃사이드 히터까지. 처음 발탁된 성인 국가대표팀에서 임성진의 역할은 점점 커지고 있다. 4강 진출 여부가 가려지는 중요한 경기였던 호주전에서 임성진은 자신이 매 경기 성장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12일(이하 현지시간) 태국 나콘파톰에서 열린 아시아배구연맹(AVC)컵 E조 예선에서 한국이 호주에 세트 스코어 3-2(20-25, 22-25, 25-20, 25-21, 21-19)로 리버스 스윕 승을 거두고 4강에 진출했다. 한국은 한일전에서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듯 무거운 몸놀림으로 1, 2세트를 내줬지만 3세트부터 경기력을 끌어올리며 기적 같은 역전승을 완성했다.
이날 한국이 가장 어려움을 겪은 부분은 공격 점유율의 분배였다. 아포짓 포지션의 허수봉, 임동혁, 조재성이 모두 좋지 않은 공격 흐름을 보였기 때문이다. 세터 황택의는 반대편의 나경복에게 점유율을 분배하려고 했지만, 나경복 역시 체력 저하로 인해 이전보다 떨어진 타점과 파워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위기의 한국을 지탱한 선수는 다름 아닌 임성진이었다. 이전 경기에서는 기복 있는 플레이로 아쉬움을 남겼던 임성진이다. 호주전에서는 자신에게 쏠리는 점유율에도 책임감 있게 처리했다. 1세트 18-17 상황에서 박경민의 커버를 점수로 연결하며 예열을 마친 임성진은 2세트 팀 내 최다 득점을 올리면서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특히 10-11로 뒤진 상황에서 황택의의 싱글 핸드 토스를 빠르게 처리하는 장면이 백미였다.
3세트부터는 허수봉과 나경복의 공격력이 살아나면서 임성진의 공격 부담이 다소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임성진은 계속해서 눈에 띄었다. 예측하지 못한 타이밍에 구사하는 백어택과 적극적인 블로킹 참여는 이전 경기들과는 다른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었다.
운명의 5세트, 임성진은 엄청난 허슬 플레이로 한국의 짜릿한 승리에 일조했다. 20-19로 한국이 매치 포인트를 만든 상황, 한국의 코트에서 디그된 볼이 호주의 코트 쪽으로 멀찍이 날아갔다. 모두가 또 한 번의 듀스를 직감하던 때, 임성진은 포기하지 않고 호주 코트로 넘어갔다. 임성진은 몸을 던져 기어코 볼을 살려냈고, 허수봉이 블로킹으로 경기를 끝내며 임성진의 허슬 플레이에 완벽하게 보답했다. 단연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였다.
임성진은 지난 서울 2022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챌린저컵을 앞두고 처음으로 성인 국가대표 타이틀을 달았다. 챌린저컵에서는 체코전을 제외하고는 주로 원포인트 서버로 기용됐었다. 이번 AVC컵에서는 황경민의 부상으로 인해 보다 많은 기회를 부여받기 시작했다. 달라진 역할에 점차 적응해나가긴 했지만,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인 만큼 부침을 겪기도 했다. 잦은 범실을 저질렀고, 범실 이후에는 쉽게 위축됐다.
호주전에서는 달랐다.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한국의 승리를 이끌었다. 종목을 불문하고 어떠한 계기를 통해 선수로서 한 단계 ‘스텝업’하는 선수들이 있다. 호주전의 소중한 경험이 임성진을 얼마나 더 성장시킬까. 배구 팬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그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_AVC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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