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배구 IBK기업은행의 김희진이 기나긴 재활을 견디고 있다. 프로 데뷔 후 가장 긴 재활 생활을 보내고 있다.
김희진은 올해 2월 오른 무릎 수술을 결정했다. 2022-23시즌 도중 수술대에 오르면서 시즌 아웃됐고, 그 때부터 장기 재활에 돌입했다. 2021년에는 오른 무릎 뼛조각 제거 수술을 했고, 이내 코트로 돌아왔다. 2023년 오른 무릎 상태는 또 달랐다. 찢어진 연골을 봉합하는 수술을 해야 했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총 두 번의 수술을 했다.
최근 경기도 용인의 기흥체육관에서 만난 김희진은 “당시 수술을 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정말 속상했다. 작년에도 간절함이 컸다. 잘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과해서 다친 것 같기도 하다”면서 “또 찢어진 모양이 좋지 않다고 해서 ‘선수 생활을 더 이상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까지 하게 되더라. 팀에도 미안했다. 지금은 기대와 욕심을 내려놓고 온전히 팀에서 내 역할만 하고자 한다”며 차근차근 말했다.
김희진은 여전히 볼 운동을 못하고 있는 상태다. 오전에는 상체 위주의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오후에는 무릎 재활에만 전념하고 있다. 김희진은 “계획한대로 주차별로 재활을 잘하고 있다. 너무 빠르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다. 일단 무사히 재활을 마치는 것이 목표다”고 밝혔다.
김희진은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당시 신생팀 IBK기업은행의 우선 지명으로 프로 무대에 올랐다. 어느덧 13번째 V-리그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도쿄올림픽 이후에만 두 번의 수술을 받았고, 가장 긴 재활 생활과 함께 자신과의 싸움에 돌입했다. 김희진은 “이렇게 긴 재활은 처음이다. 이전에 많이 힘들어하는 선수들을 봐왔다. 걱정이 되기도 했다. 웨이트를 할 때도 다른 선수들은 단계별로 올라가고 있는데 난 초기 단계라 조바심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도 여기서 그만둘 수는 없다. V-리그 개막전 출전을 목표로 몸을 끌어 올리고자 한다”고 전했다.
그동안 김희진은 IBK기업은행에서 아포짓과 미들블로커를 오가며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했고, 대표팀에서도 아포짓으로 활약한 바 있다. 새 시즌 김희진은 미들블로커로 코트 위에 오를 예정이다. 2021-22시즌 초반 이후 오랜만에 미들블로커로 나선다.
김희진은 “사실 냉정하게 평가를 한다면 난 미들블로커로 두각을 보이지는 않았다. 세터 (김)하경이랑도 미들블로커 호흡은 오랜만이다. 새로 올 태국 세터 폰푼과도 맞춰야 한다.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어 “공격부터 속공, 시간차, 이동 등 효율을 따져서 확고한 스타일을 갖고 장점을 극대화하려고 한다. 지금 상황에서는 장점도 단점도 없다. 일단 어설픈 속공보다는 확실하게 상대 블로커를 묶어둘 수 있는 공격을 하고 싶다”며 미들블로커의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올해 시행된 아시아쿼터를 통해 IBK기업은행에 새롭게 합류하게 된 세터 폰푼 게드파르드를 향한 기대감도 표했다. 현재 폰푼은 태국 대표팀에 발탁돼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주전 세터로 활약 중이다. 김희진도 태국 경기를 지켜봤다. 김희진은 “어느 자세에서도 속공 토스를 하더라. 속공 활용을 잘하는 세터다. 늘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하경이가 들어오든, 폰푼이 들어오든 내가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어느 때보다 힘겨운 비시즌을 보내고 있는 김희진이다. 그는 “부담감을 내려놓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새 시즌을 맞이하고 싶다”면서 더 나은 내일을 바라봤다.
사진_더스파이크DB(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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