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수원/서영욱 기자] 4세트 초반 이후 중심을 잡아준 김광국. 거기에는 러셀을 향한 ‘느낌’이 바탕에 깔려있었다.
한국전력은 30일 KB손해보험과 경기에서 벼랑 끝에 몰려 있었다. 1, 2세트를 모두 접전 끝에 내주면서 세트 스코어 0-2로 몰렸다. 이날 한국전력은 승점 확보 없이 패할 경우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사라지는 상황이었다. 최소 5세트 승부를 만들어야 했다.
3세트에 살아난 러셀을 앞세워 한국전력은 한고비를 넘겼다. 이어진 4세트 초반도 좋지 않았다. 세트 초반 황동일 연속 속공 시도가 모두 범실로 이어졌다. 한국전력 장병철 감독은 조기에 김광국을 투입해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김광국 투입은 성공적이었다. 김광국은 러셀을 활용하는 데 집중했고 러셀은 4세트에만 14점, 공격 성공률 82.35%를 기록하며 믿음에 부응했다. 5세트에도 선발로 나선 김광국은 러셀에게 알맞은 패스를 선사했고 러셀은 5세트 7득점, 공격 성공률 100%를 기록했다. 러셀과 김광국 콤비가 활약한 한국전력은 세트 스코어 0-2를 뒤집는 대역전승을 거두며 봄 배구 희망을 이어갔다. 경기 후 장병철 감독은 “러셀과 김광국이 힘을 내준 게 승리 원동력”이라고 밝혔다.
경기 후 인터뷰실을 찾은 김광국 역시 러셀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고 돌아봤다. 김광국은 “밖에서 볼 때 러셀이 3세트 다시 투입된 이후 괜찮았다. 러셀이 잘 때리게 올려주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러셀에게 주는 패스에 더 집중했다”라고 설명했다.
김광국이 러셀 컨디션이 좋다고 느낀 건 러셀이 보여준 투지를 엿본 순간이었다. “러셀이 초반에 교체되고 다시 들어갔을 때 기합을 엄청 크게 넣으면서 때렸다. 뭔가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걸 밖에서 느꼈다”라고 회상한 김광국은 “러셀이 그런 의욕을 가지고 있을 때 잘하는 걸 봤다. 그러고 첫 공을 올려줬는데 블로킹 위에서 때리더라. ‘오늘은 러셀이 되겠다’라고 생각했다”라고 말을 이었다. 김광국은 평소에는 라이트 백패스에 더 자신이 있어 박철우에게 더 공을 올렸지만 러셀에게 볼을 처음 올렸을 때 타이밍이 좋아 거기에 더 집중했다고도 덧붙였다.
2016-2017시즌 이후 첫 봄 배구에 도전 중인 한국전력은 이날 경기 역전승으로 희망을 이어갔다. 4월 2일 열리는 우리카드와 마지막 경기에서 승점 3점을 확보하면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다. 30일 경기에서 승리했기에 남겨둘 수 있는 가능성이다.
김광국은 이날 경기 중요성을 모두가 알았기에 경기 전부터 평소와 분위기가 달랐다고 말했다. 김광국은 “오늘 숙소에서 경기장에 오는 버스 안이나 라커룸 분위기 모두 평소와 달랐다. 긴장도 됐다”라고 돌아보며 “마지막 한 경기는 오늘 경기보다 압박감이 더할 수도 있다. 그걸 이겨내고 잘하고 싶다”라고 의지를 다졌다.
올 시즌 도중 트레이드로 이적한 김광국이었기에 느낀 감상도 들을 수 있었다. 김광국은 “오늘 (박)철우 형한테 트레이드되고 처음 경기할 때와 느낌이 비슷하다고 말했다”라며 “오늘 지면 끝이었다. 벼랑 끝에 선 기분이었다. 처음 트레이드됐을 때도 더 잘하고 싶었고 여기서도 못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과 당시에 비슷한 기분이 들었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느끼는 부담감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도 남겼다. “중요한 경기에 부담을 안 느낀다면 은퇴해야 한다”라고 말한 김광국은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는 건 책임감이 없다는 뜻이다. 부담감을 안고 잘하는 방법을 찾아야지 부담을 없애려고만 하면 그건 놓아버리는 거로 생각한다. 아마 오늘도 부담이 안 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라고 자기 생각을 밝혔다.
끝으로 김광국은 마지막 경기와 봄 배구 진출을 향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마지막 한 경기를 위해 달려왔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운을 뗀 김광국은 “올 시즌이 12시즌 치르면서 제일 긴 시즌이었다. 마지막 한 경기에서 기쁠 수도, 슬플 수도 있다. 챔프전을 치르는 기분으로 임할 것 같다. 마지막 한 경기까지 최선을 다해 우리 팀이 해피 엔딩으로 끝나면 좋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사진=수원/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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