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수원/최원영 기자] 41세. 현역 V-리그 선수 중 최고령인 센터 방신봉이 한국전력의 내일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한국전력이 17일 우여곡절 끝에 삼성화재를 세트스코어 3-2(22-25, 25-23, 25-27, 25-21, 15-9)로 물리쳤다. 이날 가장 돋보인 선수는 방신봉이었다. 경기 최다인 블로킹 8개를 곁들여 총 13득점(공격 성공률 62.50%)을 올렸다. 팀 내 바로티(29득점), 전광인(18득점) 다음으로 많은 득점이었다.
활약할 수 있던 가장 큰 비결은 ‘마음 비우기’였다. 방신봉은 “예전에는 블로킹도 많이 잡고 기록을 세워야 된다는 생각에 신경을 많이 썼다. 지금은 전진용이 선발이고 나는 도와주는 역할이다. 마음 비우고 편안하게 하니 잘 되더라. 소화도 잘 되고 잠도 잘 잔다”라고 설명했다.
나이가 있다 보니 몸이 힘든 것은 당연했다. 그는 “확실히 피로 회복이 더디긴 하다. 하지만 본인이 힘들다고 생각하면 끝이 없다. 정신력으로 하면 된다. 코트에 들어가면 주어진 역할에 책임감을 갖고 하게 된다. 그게 프로 마인드다. 안 되면 집에 가야 되지 않겠나”라며 진지하게 답했다.
그렇다면 방신봉은 언제까지 코트를 지킬까. “내가 결정하는 게 아니다. 팀과 감독님이 나를 원하면 45세까지 할 자신 있다. 너무 오래해 후배들이 설 자리를 뺏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라며 덤덤히 입을 열었다.
“돈 욕심 등 때문에 배구를 하는 게 아니다. 내가 오래함으로써 센터 후배들이 ‘신봉이 형 저렇게 오래했으니까 우리도 할 수 있어’라는 생각을 하게끔 해주고 싶다. 나이 든 선수가 들어가서 경기가 늘어진다는 소리 듣지 않으려고 열심히 노력 중이다.” 그의 표정이 비장했다.
한편 이날 경기 도중 웜업 존으로 달려가 보여준 세레머니가 화제를 끌었다. 이는 딸 방소현 양을 위한 것이었다. “고등학생 딸이 엑소를 좋아한다. ‘으르렁’ 춤이 너무 길어서 앞뒤를 자르고 사자처럼 해봤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들 얘기 안 하면 삐질 것 같다. 중학생인데 배구를 하고 있다. 수비형 레프트로 키워볼 생각이고 이름은 방준호다”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자신과 팀을 위해 더 나아가 후배들을 위해 코트에 남은 방신봉이야말로 진짜 히어로가 아닐까.
사진/ 더스파이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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