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강민웅, 늦깎이 주전 세터여도 괜찮아

최원영 / 기사승인 : 2016-11-21 00: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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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최원영 기자] 올해로 프로 10년차를 맞이한 강민웅(31)은 늘 2인자였다. 그런 그가 한국전력에서 주전 세터로 발돋움하고 있다.


강민웅은 성균관대 졸업 후 2007~2008시즌 수련선수로 삼성화재에 입단했다. 당시 삼성화재에는 최태웅(현 현대캐피탈 감독), 유광우라는 걸출한 세터가 있었다. 프로에서 세 시즌을 치르며 한 경기도 온전히 소화하지 못한 강민웅. 2010년 상무(국군체육부대)로 입대해 코트를 밟았다.


전역 후 팀에 복귀했지만 여전히 강민웅이 설 곳은 없었다. 그러던 도중 2014~2015시즌 후반 동료 전진용과 함께 대한항공으로 트레이드 됐다. 주전으로 자리잡는 듯 했으나 기쁨은 잠시였다.


한선수가 군 제대 후 팀에 돌아왔고, 후배 황승빈도 무럭무럭 자라며 치고 올라왔다. 강민웅은 다시 누군가의 ‘백업 선수’로 돌아가야 했다. “다 내가 부족해서 그런 것 아닌가. 다른 사람을 탓할 수도 없고 힘들었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결국 2015~2016시즌 중반 강민웅의 소속팀이 다시 바뀌었다. 이번에는 한국전력에 둥지를 틀었다. 한국전력 신영철 감독은 세터 출신이다. 신 감독은 강민웅에게 아낌없는 신뢰를 보내며 가르침을 줬다. 때로는 호된 질책도 따랐다.


그럼에도 지난 시즌 한국전력은 5위(14승 22패 승점47)에 그치며 ‘봄 배구’에 실패했다. 비시즌이 되자마자 선수들은 강도 높은 훈련에 매진했다. 이를 악물었다. 강민웅도 볼 컨트롤을 완벽히 하기 위해 실력을 갈고 닦았다.


올 시즌에는 주장도 맡았다. “지난 시즌 주장이었던 (서)재덕이의 긍정적인 면을 배워 팀을 잘 이끌고 싶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그러나 1라운드 경기력은 아쉬웠다. 강민웅이 흔들리자 팀 전체가 휘청거렸다. 세터와 공격수간 리듬이 깨졌다. 한국전력은 1라운드를 5위(3승 3패 승점8)로 마감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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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철 감독은 “강민웅이 연습한대로 세트 플레이를 만들지 못 했다. 때문에 공격수들이 공을 뒤에 짊어지고 때리게 됐다. 그렇게 되면 대각 방향으로는 공격이 잘 안 된다. 민웅이는 자신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 좋아지고 있지만 멘탈이 더 강해져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2라운드에 돌입하자 한국전력이 달라졌다. 4전 전승으로 4연승 질주 중이다. 한편 강민웅은 이달 13일 우리카드 전에서 큰 고비를 맞았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급격히 무너졌다. 팀은 힘도 써보지 못 하고 넘어졌다. 다행히 2세트부터는 강민웅과 바로티가 함께 살아났다. 신영철 감독도 “민웅이가 스스로를 달래며 잘 이겨냈다”라고 했다.


다음 고비는 20일 선두 대한항공과 경기였다. 1세트 12-18로 끌려가며 패배의 그늘이 드리웠다. 그때 전광인-바로티-서재덕이 맹활약하며 균형을 맞췄다. 강민웅이 블로킹을 더하며 점수를 뒤집었다. 기세를 올린 한국전력이 세트스코어 3-1로 승리했다. 1라운드와 달리 벌써 승점 11점을 챙겼다(현재 2위, 7승 3패 승점19).


이에 대해 강민웅은 “감독님이 이것저것 주문도 하시고 내 위주로 신경을 많이 써주신다. 세터가 잘해야 팀이 안정되기 때문이다”라며 운을 뗐다.


기복이 큰 것을 지적하자 “마음을 잘 잡는 게 중요하다. 머릿속이 복잡하거나 불안하면 좋은 세트를 할 수 없다. 그럴 땐 항상 경기가 안 됐다. 정신력을 더 강화해야 할 것 같다”라고 답했다.


이어 “경기를 잘 하다가도 어느 순간 연속 실점을 하며 불안해한다. 배구는 분위기 싸움이라 한참 앞서나가도 뒤집히는 건 순식간이다. 자체 범실을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신영철 감독은 이번 시즌 팀 구성이 가장 짜임새 있다고 수차례 언급했다. 바로티-전광인-서재덕 삼각편대는 물론 센터 윤봉우-방신봉, 리베로 오재성도 탄탄하다. 결국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세터 강민웅의 손끝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강민웅은 아직도 확신을 주는 세터는 아니다. 하지만 그는 항상 경기에 목말라있었다. 그 간절함이 늦깎이 주전 세터 강민웅을 만든 것은 아닐까. 그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 더스파이크 DB_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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