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최원영 기자] 대한항공 세터 조재영이 과감히 결단을 내렸다. 미들블로커라는 새로운 옷을 입었다.
2013~2014시즌 3라운드 2순위로 대한항공에 입단한 세터 조재영은 데뷔 시즌을 마치자마자 상무(국군체육부대)에 입대했다. 전역 후 2016~2017시즌 팀에 돌아왔지만 한선수, 황승빈 등 세터들이 버티고 있어 그의 입지는 좁았다. 주로 원 포인트 서버 등으로 투입됐다.
이에 조재영은 지난 시즌을 마친 뒤 포지션 전향을 결정했다.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 권유였다. 중학교 때 배구를 시작한 조재영은 줄곧 세터였다. 한 번도 다른 포지션을 경험해본 적 없었다.
“새로운 도전이라 재미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미들블로커가 어려운 자리라 걱정도 많았다. 세터에 대한 애착이나 미련이 컸지만 팀에서 경기를 더 뛰고 싶은 마음에 도전을 결정했다”라는 조재영이다.
초반엔 무척 헤맸다. 공격 폼도 엉성하고 점프 스텝도 완전치 않았다. 그는 “배구를 처음 배우는 기분이었다. 열심히 하다 보니 조금씩이나마 나아지는 게 느껴졌다”라고 전했다.
대한항공에는 대표팀에 차출된 진상헌 외에도 김철홍, 진성태, 최석기, 천종범, 박상원 등 중앙 공격수가 많다. 조재영은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조언을 구했다. “상황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팁을 많이 들었다. 예를 들면 공격할 때 직선이든 대각이든 폼이 굉장히 중요한데 이런 부분을 물어봤다. 팔 스윙이나 블로킹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도 미들블로커 출신이다. 조재영은 박 감독에게 여러 가르침을 전수받았다. “감독께서 미들블로커에게 특히 엄하시다. 그래도 굉장히 세심하게 포인트를 하나하나 짚어주셨다. 공격할 때 점프를 어디서 떠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신체를 유용하게 쓸 수 있는지 등을 알려주셨다. 블로킹을 빨리 준비하는 방법 등 자세도 잡아주셨다”라고 설명했다.
195cm 신장을 가진 그는 과거 세터치고 큰 편이었다. 하지만 미들블로커로는 아니었다. 조재영은 “중앙 공격수로는 작은 키지만 대신 팔이 정말 길다. 미들블로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키가 아무리 커도 타이밍을 못 잡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 작은 신장을 극복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라며 다부진 대답을 들려줬다.
조재영이 본 ‘미들블로커 조재영’은 어떨까. “아직 한참 바닥이다. 늘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니 점점 좋아지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 그래도 최근 코치님들께서 ‘이제 좀 공격수 같다’라고 해주셨다. 내겐 의미 있는 칭찬이다”라고 미소 지었다.
다가오는 시즌 조재영 각오가 궁금했다. 그는 “열심히 해서 형들만큼 수준을 높여야 한다. 훈련 기간은 짧지만 이제 세터가 아닌 미들블로커로 보이고 싶다. ‘쟤는 세터 출신이라 못하는구나’라는 말을 듣지 않게 열심히 하겠다”라고 힘을 줬다.
이어 “미들블로커는 날개 공격수에 비하면 비중이 작은 편이다. 공격을 아예 못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묵묵히, 열심히 제 자리에서 점프를 뛰며 상대 블로커를 묶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상대가 나를 견제하는 모습을 보면 공격하지 않아도 뿌듯할 것 같다. 공격, 블로킹, 서브 등 무엇이든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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