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최태웅’, 그가 있는 곳엔 ‘배구’가 있다

최원영 / 기사승인 : 2017-08-16 01: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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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최원영 기자] ‘배구’를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하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 이야기다.


올해 남자대표팀에는 현대캐피탈 선수들이 주축을 이뤘다. 6월 열린 월드리그에는 노재욱, 박주형, 신영석, 이시우가 발탁됐다. 이어 7~8월에 개최된 아시아선수권과 세계선수권 예선전에는 문성민과 김재휘까지 합류했다. 대표팀 14명 중 현대캐피탈 선수만 총 6명이었다. 이는 한국 배구를 위한 최태웅 감독 뜻이었다.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주전 선수 대부분을 차출해준 최 감독은 당시 김호철 대표팀 감독에게 “데려갈 수 있는 선수는 다 데려가셔도 된다. 한 두 명보다는 여럿이 함께 가 손발을 맞추는 게 낫다”라고 전했다. 대표팀에 다녀오라는 최 감독 말에 선수들은 곧바로 짐을 쌌다.


최태웅 감독은 “내가 얘기하니까 선수들 모두 ‘잘 다녀오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뒤도 안 돌아보고 가더라. 오히려 ‘가서 더 열심히 하고 오겠습니다’라고 말해줘 고마웠다. 선수들이 국가대표를 영원히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앞으로 언제 또 부름을 받을지 모른다. 매년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라고 해줬다”라며 상황을 설명했다.


어느덧 KOVO컵 대회(9/13)와 2017~2018시즌 V-리그(10/14)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장기레이스를 앞두고 선수들 체력이나 부상 등이 걱정되진 않을까. 최 감독은 “솔직히 체력 문제는 핑계인 것 같다. 대표팀에 다녀온 선수들은 회복을 위해 휴식을 취하게 해줄 것이다. 다만 부상은 걱정됐다. 리그에 초점을 맞추고 몸 관리에 들어갈 예정이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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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남녀대표팀을 두고 프로구단의 선수 차출 등 여러 이야기가 불거졌다. 최 감독 의견이 궁금했다. 그는 “민감하고 어려운 문제인 듯 하다. 구단마다 다 사정이 있을 것이다. 우리 팀에서 6명을 보낸 것은 보낼만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구단과 구단, 구단과 대한민국배구협회간 믿음이 중요하다. 서로 믿어야 한다. 신뢰만 깨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라며 말을 아꼈다.


국가대표 관련 대화 도중 ‘전임 감독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최 감독은 “보다 튼튼한 대표팀을 꾸리려면 전임 감독제가 필요하다. 전임 감독 청사진에 맞는 선수들을 뽑아 꾸준히 팀을 만들어야 한다. 어린 선수들도 장기적으로 키울 수 있다. 선수들은 전임 감독에게 가르침을 받으며 점점 한 팀으로 거듭날 것이다. 즉, 유소년 육성이나 체계적인 대표팀 운영이 조금 더 수월해지지 않을까 싶다”라고 전했다.


한편 최태웅 감독은 대표팀에 주축 선수들을 보낸 뒤 “남은 선수들을 더 이해하는 시간을 갖겠다”라고 밝혔다.


그는 “감독을 맡은 지 3년째다. 남은 선수 중 3년 내내 나와 같이 훈련한 아이들이 거의 없더라. 군대 다녀오고, 트레이드 돼 새로 오고, 지난 시즌 뽑힌 선수도 있다. 세터 (이)승원이도 부상 때문에 연습을 많이 못 했다. 시즌 때 주전 위주로 경기를 하며 선수들을 지도했는데 당연히 모두가 잘 이해하고 있는 줄 알았다. 이번에 선수들과 얘기해보니 완벽히 전달되지 못 한 부분들이 있었다. 감독으로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선수들에게 우리 팀 색에 맞는 배구를 다시 한 번 일러주는 시간이 됐다”라며 흐뭇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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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은 비시즌 성인남자대표팀은 물론 대부분 대학생으로 꾸려진 하계유니버시아드 남자대표팀, 고등학생들로 이뤄진 U19유스남자대표팀과도 연습경기를 치렀다. 특히 U19대표팀에는 최태웅 감독이 먼저 전화를 걸어 연습경기를 제안하는 등 적극적이었다.


“우리 선수들 연습시키려고 그런 것이다”라며 허허 웃던 최 감독은 “실전 감각을 익히려면 직접 경기를 해봐야 한다. 어린 선수들이 얼만큼 성장하고 있는지도 보고 싶었다. 프로구단에 와서 프로 선배들과 경기를 하면 그만큼 동기부여도 될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우리에게도 도움이 됐다”라고 덧붙였다.


이렇듯 최태웅 감독 배구 사랑은 유명하다. 대학배구리그 및 대회, 중고배구대회가 열리는 전국 각지 체육관에 가면 어김없이 최 감독이 관중석에 앉아있다. 그는 거의 전 경기를 눈에 담곤 한다.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지은 최 감독은 “정말 솔직히 말하면 배구를 너무 좋아해서 가는 것이다. 진짜 배구가 보고 싶었다. 내가 하도 자주 다니니 선수들을 스카우트 한다는 루머가 나와 억울한 면이 있다(웃음). 우리 코치들이 무척 힘들 것이다. 아마 내가 코치들을 제일 못 살게 구는 감독일 듯 하다. 그래도 코치들이 잘 이해해준다. 배구를 자주 봄으로써 지도력도 더 향상된 것 같다. 조금 힘들겠지만 코치들을 더 괴롭히려 한다”라고 속내를 밝혔다.


아마추어 선수들을 골고루 보며 느낀 점도 있다. “선수들 체격이나 실력 등을 봤을 때 한국 배구 미래가 나쁘진 않다. 우리가 적어도 아시아에서는 다시 상위권으로 발돋움해야 하지 않나 싶다.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본다”라며 말을 마친 최 감독이다.


매 시즌을 치르며 골머리를 앓아도 최태웅 감독은 여전히 배구가 좋다. 비시즌에도 손에서 놓을래야 놓을 수가 없다. 어쩌면 배구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인지도 모른다.


사진/ 더스파이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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