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최원영 기자] ‘챔피언’. 김학민(34) 머릿속은 온통 이 단어로 가득했다.
대한항공이 이달 14일부터 18일까지 중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상하이 골든에이지 팀과 연습게임 및 합동 훈련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상하이 골든에이지는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2016 MG새마을금고 한·중·일 남자클럽 국제배구대회’에 참가했던 팀이다. 중국에서 수차례 챔피언을 거머쥔 강호다.
대한항공은 대표팀 일정을 소화한 뒤 16일 귀국한 미들블로커 진상헌, 윙스파이커 정지석과 9월 초 팀 합류 예정인 가스파리니를 제외한 전 선수단이 전지훈련에 참가했다. 수많은 선수들 중 윙스파이커 김학민이 유독 굵은 땀을 흘렸다.
마음 속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대한항공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 후 챔피언결정전에서 현대캐피탈 벽에 부딪혀 통합우승에 실패했다. 최고 선배 축에 속하는 김학민에겐 충격이 더욱 컸다.
그는 “매 시즌 아쉬움이 남았는데 지난 시즌은 특히 심했다. 동료들에게 정말 미안했다. 챔프전 끝나고 일주일 넘게 아무 것도 하지 못 했다.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너무 허무했고 상실감이 컸다. 휴가를 가도 기분이 안 났다. 잠도 못 잤다”라며 그간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비시즌 김학민은 몸을 추스르는 데 힘썼다. “지난 시즌 초부터 아킬레스건에 통증이 조금 있었다. 참고 운동을 하다 보니 석회화(혈액 중 칼슘이 세포 사이에 침착하는 현상) 됐다고 하더라. 재활을 열심히 했다. 볼 운동 시작한지는 2주 밖에 되지 않았다. (박기원) 감독께서 잘 조절해주셔서 거기에 맞춰 훈련 중이다”라는 설명이다.
아픈 몸보다는 우승을 향한 목마름이 더 컸다. 김학민은 “좀 더 발전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 나이가 있어서 배구 할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은퇴하기 전에 한 번은 챔프전 우승 반지를 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현역 선수생활에 대한 열망이기도 했다. “어렸을 때는 ‘배구 오래 안 할 것이다’라고 말하고 다녔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배구를 더 오래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든다. 아들 (김)건훈(8)이가 자라며 배구를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더더욱 그렇다”라고 전했다.
자연스레 아들 이야기가 이어졌다. “건훈이가 경기마다 응원을 온다. 배구 규칙이나 타 구단 선수도 다 안다. 스스로 배구 영상을 찾아볼 정도로 배구를 좋아한다. 장래희망도 배구선수라고 한다. 경기 끝나고 집에 가면 내게 ‘아빠, 이럴 땐 이렇게 했어야지. 잘 안 돼?’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럼 나도 ‘어~다음엔 그렇게 해볼게’라고 답한다(웃음).” 김학민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본인과 가족, 그리고 팀을 위해 김학민은 도전을 계속하려 한다. “어릴 때부터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정말 절실하다. 우승을 향해 달려가고 있어도 참 어렵다. 꼭 챔피언이 되고 싶다.”
김학민은 한 번 더 각오를 다졌다. “챔프전에서 우승하는 것이 올 시즌 목표이자 내 배구 인생의 가장 간절한 목표다.”
사진/ 더스파이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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