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스파이크=이광준 기자] “실패는 지난해로 족하다. 다음 시즌은 다를 것이다.”
‘배구명가’ 삼성화재에게 2016~2017시즌은 고통이었다. 삼성화재는 지난 시즌 3위 한국전력과 승점 4점 차이로 전체 4위에 머물면서 창단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 늘 주인공이었던 봄 배구를 멀리서 지켜봐야만 했다.
부용찬은 '쓴맛'으로 그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그 쓴맛을 다음 시즌을 위한 약으로 삼기로 했다. “지난해 탈락은 참 마음 아픈 경험이었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아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그래서 더 이를 악물고 훈련에 집중했다. 선수단 모두에게 목표 의식이 생긴 것 같다. 힘을 합쳐 다가오는 시즌을 준비해 나갈 것이다.”
부용찬은 다음 시즌 삼성화재가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수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주전 세터였던 유광우가 우리카드로 이적하고 황동일, 이민욱으로 시즌을 꾸려나가야 한다. 경험이 적은 세터들이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할 수 있게끔 수비가 도와줘야 한다. 그 중심에 내가 있다. 그런 것을 부담스러워 할 나이는 지났다(웃음). 더 좋은 리시브를 위해 집중 훈련하고 있다. 리시브만큼은 다음 시즌 훨씬 좋은 모습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세터 공백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 눈치였다. 유광우가 떠난 건 아쉽지만 남아있는 두 선수를 믿고 있다고. “(유)광우 형이 떠난 건 아쉬웠다. 그러나 황동일, 이민욱 모두 비시즌 동안 엄청나게 성장해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두 선수가 정말 피땀 흘리는 노력을 했다. 팀 모두가 두 선수를 믿고 경기에 임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비시즌 동안 부용찬은 국가대표로 선발돼 바쁜 시간을 보냈다. 그는 긴 일정 가운데 6월 4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월드리그 예선 1주차 핀란드와 경기에서 3-2로 승리한 것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꼽았다. 그는 “그렇게 많은 팬들이 와줄 줄 몰랐다. 그 엄청난 응원 속에서 힘을 내 극적인 승리를 달성했다.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국가대표는 항상 배움이 되는 자리다. 이번 월드리그, 세계선수권 예선 역시 큰 도움이 됐다. 자유롭게 경기에 임하는 외국 선수들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능동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니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그런 부분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을 이었다.
프로 7년 차, 한국 나이로 스물아홉이 된 부용찬. 그에게 최고 전성기는 언제였는지 물었다. “전성기? 아직 오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올해가 내 전성기였으면 좋겠다(웃음). 선수는 해가 거듭될수록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늘 한 단계 나아지는 선수가 됐으면 한다.”
부용찬이 올해가 전성기이길 바란 이유는 단연 팀 우승을 위해서였다. 그는 목표를 묻는 질문에 한 치 고민도 없이 바로 “우승”을 이야기했다.
“두말할 것 없이 우승이 목표다. 지난해 좌절 이후 팀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 중에서도 선수단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 같다. 힘들어도 재밌게, 밝게 하려고 선수들 모두가 노력한다. 서로 하나가 돼 극복하려는 의지가 생겼다. 실패는 지난해로 족하다. 다가올 시즌은 다를 것이다.”
그는 지난해 우승팀 현대캐피탈 선수들에게 묘한 질투심이 생겼다는 말도 덧붙였다. “국가대표에서 만난 현대캐피탈 형들이 우승하고 너무 좋아했다. 굉장히 부러웠고 질투심도 났다(웃음). 부러운 만큼 이번에는 꼭 우승하고 싶다.”
부용찬은 팬들이 붙여준 별명 가운데 ‘언성히어로(Unsung Hero, 소리 없는 영웅)’라는 별명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돋보이진 않아도 늘 제 몫을 다해 승리에 일조하는 조용한 영웅. 평소 부용찬이 자신의 역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다음 시즌에도 변함없이 묵묵히 제 몫을 다할 그의 플레이를 기대해 본다.
사진/ 이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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