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이광준 기자] 7일 삼성화재-대한항공전을 끝으로 2017~2018 도드람 V-리그 남자부 1라운드가 끝이 났다. 시즌이 시작되기 전, 남자부 7개 구단 감독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누가 우승해도 이상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전력평준화를 예고했던 1라운드는 예상을 뒤엎는 승부를 거듭한 끝에 지난 시즌과 다른 구도를 만들어냈다. 일단 삼성화재가 완벽한 부활을 알린 가운데 한국전력, KB손해보험의 약진세가 돋보인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팀 대한항공이 만만한 팀으로 전락한 것도 전문가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대목이다. 1라운드를 마친 남자부 순위표가 2라운드에서 어떻게 변화할지도 주목된다.
남자부 1라운드 순위
1위 삼성화재 승점 12점, 4승 2패
2위 한국전력 승점 11점, 3승 3패
3위 KB손해보험 승점 10점, 4승 2패
4위 현대캐피탈 승점 9점, 3승 3패
5위 대한항공 승점 8점, 3승 3패
6위 OK저축은행 승점 7점, 2승 4패
7위 우리카드 승점 6점, 2승 4패
(사진 : 7일 대한항공 상대로 승리 후 환호하는 삼성화재)
다시 끈끈해진 삼성화재, 위기에도 굳건한 한국전력
시즌 시작하기 전, 이 순위표를 예측한 사람이 있었을까? 남자부 일곱 개 구단들은 혼전 속에 전 시즌과 다른 순위표를 만들었다. 1위와 7위 간 격차는 승점 6점. 팀 간 격차가 승점 단 1점일 뿐이다.
V리그 통산 8회 우승에 빛나는 삼성화재는 지난 시즌 처음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그런 삼성화재가 1라운드를 1위로 끝냈기에 완벽한 부활을 알린 셈이다. 삼성화재는 개막 후 2연패 뒤 내리 4연승을 달렸다. 새 주전세터 황동일이 초반 흔들리는가 했으나 이내 안정을 찾았고, 삼성화재는 좌우 화력을 앞세워 선두 자리에 올랐다.
박철우와 타이스가 공격을 이끌었다면 류윤식-부용찬은 끈끈한 수비로 뒤를 받쳤다. 류윤식은 팀 리시브 가운데 반 이상(점유율 50.6%)을 담당하면서도 성공률 51.6%를 기록했다. 반면 부용찬은 디그 3위(세트 당 2.250개)다. 류윤식은 리그 수비지표(디그+리시브) 1위, 부용찬은 4위에 이름을 올려 삼성화재가 공격 뿐 아니라 수비 역시 강함을 증명했다. 수비진이 든든히 받쳐준 덕에 박철우-타이스가 맘 놓고 공격할 수 있었다.
여기에 든든한 신인들이 가세한다. 신진식 삼성화재 감독은 세터 김형진과 윙스파이커 김정호를 최대한 빨리 투입할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실제로 김정호는 원 포인트 서버로만 나와 결정적일 때마다 상대 수비를 흔드는 서브(세 경기 서브 3득점)로 팀 승리에 공헌했다. 긴 장기 레이스에서 이들이 서브 멤버로 팀에 힘이 된다면 삼성화재는 앞으로 더 강한 전력을 뽐낼 수 있다.
한국전력은 1라운드 중반에 닥친 위기를 딛고 선두권을 지켰다. 팀 공수의 핵인 서재덕이 무릎 부상으로 빠진게 위기를 불러왔다. 서재덕 부상 전까지 2연승(1패)으로 상승세를 타던 한국전력은 결국 다음 두 경기에서 무력하게 2연패에 빠졌다.
그렇게 무너질 것 같던 한국전력은 극적으로 살아났다. 이 과정에서 김철수 감독의 위기관리 능력과 에이스 전광인의 존재감이 돋보였다는 평이다.
김 감독은 서재덕 자리에 공재학을 투입한게 실패로 돌아가자 5일 우리카드전에서 신인 김인혁을 기용했다. 전광인의 활약에다 김인혁이 힘을 보탠 한국전력은 우리카드를 꺾고 3승 3패, 승점 11점으로 2위에 오르며 1라운드를 마무리했다. 한국전력은 늘 윙스파이커 벤치 멤버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재덕 공백 상황에서 김인혁이 이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한국전력의 또다른 자랑은 든든한 에이스 전광인이다. 공수 만능 유닛 전광인은 서재덕 부상이후 활약이 더욱 빛난다. 그는 1라운드 득점 7위(115점), 공격종합 7위(성공률 51.05%)로 팀 공격을 이끌었다.
(사진 : 10월 28일 대한항공과 경기에서 KB손해보험)
무서운 약진 KB손해보험, 시간 필요한 현대캐피탈
이번 시즌 남자부 가장 큰 화두는 KB손해보험의 약진이다. KB손해보험은 전신인 LIG손해보험 시절부터 긴 시간 하위권에 머물러왔다. 올시즌 연고지를 구미에서 의정부로 옮긴 KB손해보험은 팀 자체가 환골탈태한 인상을 주고 있다.
주목할 점은 확 달라진 팀 컬러에 있다. 외인 큰 공격에 대부분 의존했던 지난 시절과 달리 이번 시즌 KB손해보험은 조직적인 배구로 팬들을 사로잡고 있다. 아포짓 스파이커 이강원과 외인 알렉스가 양 날개에서 공격 균형을 이루며 연일 화끈한 공격을 선보이고 있다.
황택의-알렉스로 이어지는 강력한 서브는 KB손해보험의 또 다른 팀 컬러로 이미 자리잡았다. 서브 2위(알렉스, 세트 당 0.75개)와 3위(황택의, 서브 0.625개)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두 선수는 상대팀 리시브 라인에겐 두려움의 대상으로 자리 잡았다.
화려한 변화로 신바람 행진중인 KB손해보험과 달리 지난해 디펜딩 챔피언 현대캐피탈은 시즌 초 우승 후유증을 앓고 있다. 대다수 선수들이 국가대표로 차출되며 비시즌 제대로 조직력을 다지지 못한 게 1라운드 경기력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선수를 개막직전에 안드레아스로 교체한 것도 현재까진 마이너스 요인이다.
세터 노재욱, 윙스파이커 박주형 부진이 뼈아프다. 국가대표 무대에서 보여준 가능성과 달리 V리그에선 기여도가 모자란다. 이에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심리적인 문제다.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그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시즌 초반, 아직 챔피언다운 저력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현대캐피탈. 그렇지만 현대캐피탈은 지난 몇 시즌동안 초반보다는 후반에 더 강한 면모를 보여줬던 팀이다. 최 감독 말대로 시간이 지난 후엔 더 나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2라운드를 보면 알 것 같다.
(사진 : 7일, 고민에 빠진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
부진 대한항공, 도약 필요한 OK-우리
지난해 정규시즌 1위 대한항공이 심상치 않다. 3승 3패로 5위. 겉으로 보이는 순위는 그리 나쁘지 않다. 그러나 지난 시즌에 비해 심각한 경기력 저하가 눈에 띈다. 1위를 차지했던 지난 시즌과 비교했을 때 멤버 구성에 큰 차이가 없기때문에 그 원인을 두고 여러 가지 말이 나돌고 있다.
외인 주포 가스파리니가 부진한 것이 가장 눈에 띈다. 지난 시즌 통산 51.6%에 달했던 공격 성공률이 이번 시즌 41%까지 떨어졌다. 특히 지난 7일,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는 단 3득점에 그치며 자존심을 구겼다.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은 “세트플레이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그게 실력”이라고 이에 대해 꼬집었다.
유독 전력 변화가 적었던 대한항공은 올 시즌도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강력한 우승후보가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1라운드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아직 초반이어서 단정하긴 힘들지만, 지금과 같은 경기력이라면 앞으로 더 떨어질 수도 있다.
OK저축은행과 우리카드 역시 반등이 필요하다. 두 팀 모두 멤버 구성 자체는 나쁘지 않다. OK저축은행은 돌아온 송명근과 국가대표 윙스파이커 송희채, 드래프트 1순위 브람이 이끈다. 우리카드에는 3경기 연속 트리플크라운에 빛나는 파다르와 팀 중심 유광우가 있다. 다행인 점은 중상위권과 승점 차가 그리 크지 않다는 점. 분위기만 탄다면 두 팀 역시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힘은 충분하다.
(사진 : 왼쪽부터 삼성화재 박철우, 한국전력 전광인, KB손해보험 이강원)
외인 평준화, 토종 공격수 비중 UP
1라운드 순위표가 이렇게 만들어진 이유는 다수 전문가들이 밝혔듯 ‘전력 평준화’에 있다. 각 구단 간 실력 편차가 줄어들면서 매 트라이아웃제로 외국인선수들 기량이 전체적으로 비슷해졌고, 자유계약(FA)을 통해 굵직한 선수들이 활발히 이동하면서 이와 같은 현상이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그 중에서도 외국인선수 수준이 엇비슷한 점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난 5월 트라이아웃 현장에서 대부분 감독들의 평가는 “외국인선수들 기량이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였다. 그 때문에 꽤 많은 구단에서 한국 무대 경험이 있는 선수들(현대캐피탈 바로티, 대한항공 가스파리니, 삼성화재 타이스, 우리카드 파다르)을 선택했다.(현대캐피탈은 추후 선수 부상으로 외인 교체)
에이스 역할을 맡았던 외국인선수들 기량이 전체적으로 하향되면서 국내 선수들 비중이 높아지게 됐다. 외인 선수 외에 일정한 공격점유율을 가져갈 수 있는 국내 선수를 보유한 팀이 순위가 높은 건 이와 같은 이유다. 한 선수에게 치우치지 않고 공격 루트를 좌우 고르게 가져가면서 안정적인 경기력을 발휘한 것이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맹활약했던 타이스와 더불어 토종 아포짓 스파이커 박철우가 외인급 이상으로 활약하는 점을 상승세 비결로 꼽을 수 있다. 한국전력은 외인 펠리페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경기력을 보이고 있지만 에이스 전광인이 외인 못지않은 활약을 선보인 덕에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전천후 외인 알렉스가 있는 KB손해보험은 국가대표 아포짓 스파이커 이강원이 한 쪽 날개를 든든히 잡아주면서 6경기 가운데 4승을 챙길 수 있었다.
(사진 : 왼쪽부터 우리카드 한성정, 한국전력 김인혁)
똑똑한 신인 합류, 2R 흔들 변수
2017~2018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선발된 선수들이 지난 25일, 전국체전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각 구단에 합류했다. 특히 이번 시즌은 즉시 전력감 선수들이 여럿 포함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즉시 전력감으로 활용 가능한 신인들이 이번 시즌 유독 많이 들어왔다. 이 역시 일곱 개 구단 전력 평준화에 한 몫 하고 있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가장 두드러진 건 우리카드 한성정. 1R 1순위로 우리카드에 합류한 한성정은 곧장 선발 선수로 경기에 투입, 공수를 아우르는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아직 프로 무대에 완벽 적응한 상태는 아니지만 이른 투입으로 경험을 쌓고 있다는 점에서 앞날을 기대하게 한다. 최홍석, 나경복 등 기존 윙스파이커 자원이 많은 우리카드지만 다들 제 컨디션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한성정 합류는 팀에 큰 플러스 요인이 되고 있다.
2라운드 3순위로 선발된 한국전력 김인혁은 팀 선배 서재덕 부상으로 생긴 공백을 메워 깜짝스타로 떠올랐다. 김인혁은 공격력만큼은 검증된 선수였지만 팀 리시브 대부분을 담당하던 서재덕 자리에서 수비를 버텨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인 상태였다. 그러나 김인혁은 5일 우리카드와 경기 중반부터 투입돼 공수 놀라운 활약을 선보이며 의문을 완벽하게 불식시켰다.
그 외에도 이미 여러 구단에서 신인들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OK저축은행 윙스파이커 차지환은 장신 공격수로 송명근-송희채 뒤를 받칠 옵션으로 조금씩 얼굴을 비추고 있다. 삼성화재 김정호, 김형진, KB손해보험 최익제, 박광희 등은 원 포인트 서버로 주로 코트 위에 오르고 있지만 언제든지 코트 위에 발을 들일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다.
이미 많은 감독들이 “2라운드부터 신인들을 적극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2라운드에 대거 등장할 신인들 활약여부도 향후 순위를 흔들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사진 : 5일 우리카드를 상대로 득점 후 환호하는 한국전력 권영민)
2라운드도 예측불허, 승점 1점이 중요하다
1라운드 순위표는 향후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다. 미래는 예측불허다. 대부분 감독들 역시 “팀 간 비슷한 전력 차로 올 시즌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팀 간 차이가 크지 않다면 중요한 건 승점이다.
순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승점을 지금부터 차근차근 쌓아올릴 필요가 있다. 시즌이 거듭될수록 이 승점 한 점 한 점은 중요하게 작용될 전망이다. 실제로 3승 3패 한국전력(승점 11점)이 4승 2패 KB손해보험(승점 10점)보다 순위가 높다.
승점 부여 방식은 다음과 같다. 4세트 내로 경기를 승리한 경우(3-0 혹은 3-1 승리) 승자에게만 승점 3점이 주어진다. 반면 5세트 접전 끝에 경기가 마무리되면 승자에 2점, 패자에 1점을 부여한다. 많은 승점을 따는 방법은 간단하다. 이길 때 확실히 끝내고 지더라도 5세트를 향해 끝까지 달리는 것이다.
이제 막 6라운드 가운데 한 라운드가 끝났을 뿐이다. 순위를 예측하기엔 매우 이른 감이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현재 상위권인 팀들은 이 성적을 시즌 후반까지 유지하는 것이, 반대로 하위권인 팀들은 부족한 점을 보완해 치고 나가야 한다. 남자부 7개 팀이 다가올 2라운드부터는 또 어떤 순위 싸움을 전개할지 흥미롭다.
사진/ 더스파이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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