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이정원 기자] 여자부 신인선수들이 프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을 준비해야 될까.
지난 4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9~2020 한국배구연맹(KOVO) 여자 신인선수 드래프트가 열렸다. 총 35명중 수련선수 두 명을 포함해 17명이 지명을 받았다.

KGC인삼공사 (지난 시즌 6위)
1R 선명여고 정호영(190cm, WS/MB) / 3R 선명여고 구 솔(180cm, S)
정호영에 이어 장신세터 구솔까지 품었다
지난 시즌 최하위 KGC인삼공사는 전체 1순위 선명여고 정호영과 3라운드 1순위 선명여고 구솔을 선택했다. 정호영은 190cm 장신에 뛰어난 탄력까지 갖춰졌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도 참가해 한국에 동메달을 안겼다. 정호영은 프로 데뷔 시즌부터 즉시 전력감이란 평가를 많이 받았다.
다만 애매한 포지션이 문제다. 윙스파이커, 아포짓 스파이커, 미들블로커까지 오가고 있다. 정호영을 뽑은 서남원 감독은 "높은 타점을 가진 선수라 당장 미들블로커로 세우기엔 아깝다. 가장 먼저 윙스파이커로 훈련시킬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 정호영은 아포짓 스파이커 발렌티나 디우프(26, 203cm)를 제외한 남은 공격수 두 자리를 놓고 언니들과 경쟁을 펼쳐야 한다. KGC인삼공사에는 지민경과 최은지, 채선아, 고민지를 비롯해 지난 시즌 부상으로 빠졌던 고의정까지 버티고 있다.
정호영은 이들보다 신장의 우위가 있다. 블로킹과 하이볼 공격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단점은 역시 수비다. 아직 고교무대에서도 확실한 수비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들을 이기려면 수비 보완이 시급하다.
구솔은 180cm 장신 세터다. 올해 드래프트에 나온 세터 중 180cm이 넘는 선수는 구솔과 1라운드 4순위로 한국도로공사에 지명된 남성여고 안예림(181cm) 뿐이다. 기존 KGC인삼공사 세터인 염혜선(177cm)과 이솔아(174cm), 하효림(172cm)보다도 신장에서 앞선다. 전위에 있을 경우 상대 공격진에게 압박을 줄 수 있다.
단점이라면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 구솔은 중학교 때까지 공격수로 활약했다. 고등학교 1학년에 들어서야 세터로 자리를 잡았다. 물론 2년 선배 이원정(한국도로공사)에 이어 2학년 때부터 주전 세터로 자리를 잡으면서 실력을 쌓았다. 하지만 프로는 엄연히 다르다. 외국인 선수도 있고, 장신 공격수가 전위에서 버티고 있다.
다행히도 이 두 선수가 프로 적응 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KGC인삼공사에는 선명여고를 졸업한 언니들이 많다. 정호영과 구솔은 선명여고 출신이다. 지난 시즌 드래프트 2순위 박은진에 이예솔, 지민경, 최은지까지. 정호영과 구슬에게 힘이 되어줄 언니는 많다. 서남원 감독도 "팀에 선명여고 출신들이 많아 두 선수가 적응하기에는 쉬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과연 이들이 언니들과 함께 선명여고 전설을 이어갈 수 있을까.

현대건설 (지난 시즌 5위)
1R 서울중앙여고 이다현(185cm, MB) / 2R 제천여고 김현지(175cm, S)
이도희 감독, 이다현-김현지 활용위한 다양한 조합 구상중
현대건설은 전체 2순위 서울중앙여고 이다현과 2라운드 5순위 제천여고 김현지를 뽑았다. 특히 현대건설 이도희 감독은 이다현을 뽑고 만족감을 표했다. "이다현은 우리로서 최상의 선택이었다. 미들블로커로서 도움이 될 것이다. 이동 공격, 속공, 블로킹 모두 능하다." 이도희 감독의 말이다.
물론 시즌 처음부터 주전으로 뛰기는 힘들다. 이다현의 포지션인 미들블로커 자리엔 국가대표 주전 세터 양효진과 지난 시즌 신인왕 정지윤이 버티고 있다.
이도희 감독이 이다현을 쓰기 위해 정지윤을 윙스파이커로 돌리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현대건설 윙스파이커진에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FA로 영입한 고예림, 주장 황민경이 버티고 있다. 두 선수 중 한 선수를 벤치로 불러들이고 정지윤을 윙스파이커로 기용한다면 양효진, 정지윤, 이다현을 앞세운 전위 블로킹의 높이를 살릴 수 있다. 이도희 감독이 시즌 중에 이다현을 기용하기 위해 어떤 라인업을 들고 나올지도 살펴봐야 한다.
김현지는 이다영과 김다인 밖에 없는 현대건설 세터진에 힘이 되어줄 선수다. 제천여고가 올 시즌 좋은 활약을 펼친 이유에는 김현지의 패스웍이 한몫 했다.
김현지는 일단 제3의 세터로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이다영이라는 국가대표 세터가 주전 세터로 굳건히 버티고 있다. 김다인 역시 1, 2년차 과도기를 겪고 서서히 제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이도희 감독도 신인 선수들에게 충분한 연습 시간을 갖게 한 후 기회를 준다고 했다. 내년 1월에 열리는 2020 도쿄올림픽 아시아대륙 예선전 차출이 유력한 이다영의 체력 소모를 대비, 출전 기회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GS칼텍스 (지난 시즌 3위)
1R 대구여고 권민지(178cm, WS) / 2R 강릉여고 이 현(171cm, S) / 4R 제천여고 장지원(180cm, MB)
권민지-이현-장지원, '드래프트 최대 수혜자' GS칼텍스
이번 드래프트에서 최대 혜택을 본 구단이라면 GS칼텍스다. 직전 시즌이었다면 전 시즌 팀 순위 4, 5, 6위만 확률 추첨에 가담해 1~3순위 지명권을 다퉜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여섯 팀 전체가 일정한 확률을 부여받았다. 올해 바뀐 추첨확률로 인해 9%의 GS칼텍스는 20%의 IBK기업은행을 제치고 3순위 지명권을 얻었다. GS칼텍스는 전체 3순위로 대구여고 권민지와 2라운드 4순위 강릉여고 이현, 4라운드 4순위로 제천여고 장지원을 지명했다.
권민지는 정호영, 이다현에 이어 전체 3순위가 유력했던 선수다. 움직임과 볼을 때리는 스피드가 일품인 선수다. 특히 권민지는 리시브에서도 강점을 갖고 있다. 팀에서 리시브를 받으면서 공격까지 모두 책임졌다. 본인도 리시브에서 만큼은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GS칼텍스 차상현 감독은 권민지의 활용 방안에 대해 "아포짓 스파이커, 미들블로커, 윙스파이커 등 다양한 포지션에 쓸 수 있는 선수다. 표승주 선수처럼 키워보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물론 국가대표 윙스파이커 이소영, 강소휘와 더불어 박혜민과 박민지까지 내부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특히 단점으로 지적받는 코트 위 집중력도 살려야 한다. 권민지는 리시브가 흔들리면 쉽게 멘탈을 회복하지 못하는 단점을 보이기도 했다. 프로 무대에서 과도기를 견뎌낸다면 GS칼텍스 공격수진에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현과 장지원도 GS칼텍스 시즌 운영에 힘이 되어줄 선수들이다. 이현은 신장은 작아도 세터로서 기본기를 깆춘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장지원도 180cm로 그리 큰 신장은 아니지만 점프력이 좋아 GS칼텍스의 미들블로커진에 팀을 보탤 수 있다. GS칼텍스는 미들블로커진에 김유리, 한수지, 김현정 등이 있으나 장지원의 활약도 기대해볼 수 있는 상황이다.
드래프트에서 지명 받은 17명의 선수들은 고교 출석 일수 사유로 전국체육대회 종료 후인 10월 15일에 지명 구단에 합류할 예정이다.
사진_더스파이크 DB(신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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