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광주/이광준 기자] 일반적인 웜업존 대신 새로운 웜업존이 광주 친선대회 현장에 등장했다.
현대건설, 한국도로공사, IBK기업은행, KGC인삼공사 여자부 네 팀은 지난 6일부터 광주광역시 빛고을체육관에서 ‘여자프로배구 4개구단 초청경기’를 진행한다.
이번 대회는 기존 V-리그와 차이점이 하나 있다. 바로 웜업존(Warm-up zone)이다. 교체 선수들은 코트 가장자리에 하얀색 테이프로 표시해둔 곳에 머물며 출전을 기다린다. 워낙 경기장 구석에 있고 공간도 넉넉하지 않은 곳에 여러 선수들이 좁게 모여 있어 ‘닭장’이라는 속어로 불리기도 한다.
광주에서는 닭장에서 벗어나 더 넓고 자유로운 공간을 마련했다. 후보 선수들을 벤치 뒤쪽에 있도록 한 것이다. 정식 대회가 아닌 만큼 규정에서 벗어나 효율적인 변화에 도전했다.
이는 최근 국제배구연맹(FIVB)이 주최하는 몇몇 세계대회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이다. 특히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와 같은 이벤트성 경기에서 자주 시행한다. FIVB 공식 규정에 웜업존은 ‘3X3m 크기로 자유지역(Free zone) 밖 양 벤치 옆 구석에 위치한다’라고 설명되어 있다. 그러나 FIVB 역시 규정을 벗어나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고 있다.
현대건설 김지범 사무국장이 주도한 변신이었다. 김 국장은 “우리 홈구장인 수원체육관에서 VNL이 개최되었을 때 변경된 걸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라고 설명했다.
김 국장은 “이렇게 있으면 떨어져 있을 때보다 훨씬 한 팀처럼 보인다. 백업 선수들이 소외되지 않고 소속감을 더 느낄 수 있다. 또 감독, 코치와 선수들이 보다 소통을 수월하게 할 수 있다”라고 말을 더했다.
현재 한국배구연맹(KOVO) 역시 FIVB 규정을 따라 웜업존을 설정하고 있다. 김 국장은 “장점이 확실하다면 시즌 때도 변경해 시행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선수들과 감독 반응도 궁금했다. IBK기업은행 김우재 감독은 “가까이 있으니 좋다. 선수들과 자주 눈을 마주치며 교감할 수 있다. 소통이 원활한 것이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IBK기업은행 리베로 김해빈은 “뛰는 선수들과 더 가까이 있으니 백업 선수들도 함께 하는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현실적인 여건 상 쉽지 않은 변경이다. 대부분 경기장은 벤치 뒤쪽에 1층 가변석을 둔다. 선수들이 서 있게 되면 시야를 가릴 우려가 있다. 또한 경기장마다 여유 공간이 달라 장소를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은 곳도 있다.
KOVO는 이미 한 차례 웜업존 변경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지난 2018년 6월 열렸던 공식 이사회에서 이를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했지만, 결국 불발됐다. 위에서 말한 이유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이번 대회에서 여자부가 보여준 과감한 시도는 인상적인 풍경을 연출하기에 충분했다.
사진_광주/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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