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이정원 기자] 도드람 2019~2020 V-리그 여자부 개막이 어느덧 5일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19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흥국생명과 한국도로공사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배구팬들과 인사를 나눈다. 여자부는 최근 국제 대회 호성적과 더불어 선수들의 끈질긴 투지로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여자부 6개 팀은 2019 순천·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가 끝난 후 막바지 시즌 준비에 한창이다. 그중에서도 이번 시즌 각오가 남다른 3팀이 있다. 바로 지난 시즌 봄 배구를 하지 못한 IBK기업은행(4위), 현대건설(5위), KGC인삼공사(6위)다. 과연 세 팀은 올 시즌 훨훨 날수 있을까.

'변화는 새로운 시작' 반등을 노리는 IBK기업은행
IBK기업은행은 2018~2019시즌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IBK기업은행은 창단 후 첫 시즌이었던 2011~2012시즌 이후 처음으로 봄 배구를 하지 못했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던 IBK기업은행은 창단 감독인 이정철 감독 대신 김우재 감독을 감독직에 앉혔다. 파격적이다는 의견이 많았다. 김우재 감독은 한국도로공사, 현대건설, 대표팀 코치부터 시작해 중앙여고, 강릉여고 감독 등 다양한 경험을 했지만 프로팀 감독은 이번이 처음이다.
선수단도 변화가 있다. 윙스파이커 한자리를 책임지던 고예림이 자유계약 선수(FA) 자격을 얻어 현대건설로 이적했다. 대신 고예림의 보상 선수로 프로 3년 차를 맞는 윙스파이커 김주향이 왔다. 김우재 감독은 컵 대회 경기 후에 "(김)주향이는 비시즌 동안 가장 많이 성장한 선수 중 한 명"이라고 이야기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또한 고예림의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 GS칼텍스에서 표승주를 데려왔다. 이적 첫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팀의 주장 자리를 맡는 등 이미 김우재 감독으로부터 신임을 받고 있다. 살림꾼이라는 별명을 가진 표승주는 올 시즌도 IBK기업은행 궂은일을 도맡을 예정이다.

김희진은 아포짓 스파이커에서 시즌을 출발한다. 공격력 강화를 위해서다. 그간 미들블로커와 아포짓 스파이커를 번갈아 기용되며 자리 혼란을 겪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처음부터 아포짓에서 시작을 하게 돼 자리 혼란은 없을 전망이다. 더욱이 비시즌 국제 대회에서 대표팀 주전 아포짓 스파이커로 맹활약을 펼쳤다. 최근 국제 대회인 2019 국제배구연맹(FIVB) 여자배구 월드컵에서 대표팀 최다 득점 2위(139점)에 오르며 한층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외인 어나이도 출격 준비를 마쳤다. 2018~2019시즌 리그 득점 1위(792점), 공격 성공률 8위(37.41%)에 오르며 IBK의 공격을 이끈 어나이는 이번 시즌도 함께 한다. 어나이는 이번 컵 대회 3경기에 출전해 73점, 41.14%의 공격 성공률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2년 차 시즌을 위한 준비를 마친 상태다.
하지만 김희진의 아포짓 자리 이동으로 인한 미들블로커 한 자리는 IBK기업은행의 여전한 숙제다. 김우재 감독은 컵 대회 기간 동안 김현지와 변지수를 기용해 테스트했다. 두 선수는 조별리그 세 경기 모두 출전해 각각 15점을 기록했다. 변지수는 이동공격, 속공 등에서 우위를 보였다면 김현지는 블로킹에서 나은 모습을 보였다. 오는 20일 KGC인삼공사와 리그 첫 경기까지 김수지의 짝을 찾는 게 IBK기업은행 숙제가 될 전망이다.

'컵 대회 우승'이라는 보약을 먹은 현대건설
단정 짓기 이르지만 비시즌 기간, 어느 정도 반전에 성공한 현대건설이라고 볼 수 있다. 리그 전초전이라 볼 수 있는 컵 대회에서 우승했다. 지난 2014년 컵 대회 우승 이후 5년 만이자 역대 세 번째 컵 대회 우승이다. 현대건설은 이번 컵 대회에서 한 번도 지지 않았다. 또한 공격수 한 명에게 의존하는 배구가 아닌 모든 선수들이 공격에 가담하는 배구를 선보였다. 팀 내 주축인 이다영과 양효진이 월드컵 차출로 빠졌음에도 이도희 감독이 선보인 배구는 인상적이었다.
FA로 합류한 고예림은 이미 팀에 녹아들었다. 대회 기간 동안 황민경과 함께 윙스파이커진을 책임진 고예림은 컵 대회 5경기에 출전해 87점, 공격 성공률 39.29%를 기록하며 대회 MVP를 수상했다. 리시브 정확 개수도 71개로 팀내에서 가장 많았다. 공수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프로 2년 차를 맞는 정지윤도 지난 시즌보다 안정된 기량을 보였다. 정지윤은 컵 대회 기간 팀 내에서 가장 많은 11개의 블로킹을 기록했으며 범실 개수도 다른 공격수들에 비해 적었다(14개). 올 시즌 양효진과 함께 미들블로커 자리를 뛸 수도, 윙스파이커로 자리를 이동해 경기에 나올 수도 있다. 지금의 컨디션이라면 어느 자리에서도 현대건설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컵 대회 수확 중 하나는 세터 김다인의 발견이다. 김다인은 컵 대회에서 국가대표 차출로 빠진 이다영의 빈자리를 채웠다. 김다인은 미들블로커, 공격수를 가리지 않고 적절한 분배를 통해 안정적으로 팀을 이끌었다. 이도희 감독도 김다인의 플레이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 감독은 결승전 이후 "다인이가 얼마나 해줄지 대회 전까지 예측할 수 없었는데 정말 잘 해줬다"라고 이야기했다. 염혜선이 팀을 떠난 이후 이다영이 매 시즌을 거의 풀타임으로 뛰고 있다. 김다인이 컵 대회를 통해 단점으로 지적된 백패스를 보완한다면 리그에서 이다영의 몫을 덜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의 추락은 그만' KGC인삼공사
서남원 감독은 부임 후 첫 시즌인 2016~2017시즌, 팀을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알레나와 김해란이라는 공수 에이스들의 활약에 힘입어 3년 만에 봄 배구를 했다. 하지만 이후 내리막을 걸었다. 2017~2018시즌엔 5위, 2018~2019시즌엔 6위를 기록했다. 2018~2019시즌 중반에는 19연패를 기록하며 여자부 단일 시즌 최다 연패 2위라는 기록을 안은 KGC인삼공사였다. 그래도 그 기간 동안 얻은 수확도 있다. 오지영은 국가대표 리베로로 성장했으며, 최은지는 '만년 유망주'라는 타이틀에서 벗어나 KGC 윙스파이커 한자리를 든든하게 채울 수 있는 선수로 거듭났다.
이제는 이 선수들과 플레이오프라는 꽃길에 가려고 한다. 일단 컵 대회 준우승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 팀 전력에 반을 차지한다는 외국인 선수로 이탈리아 국가대표 출신 디우프를 영입한 KGC인삼공사. 디우프는 컵 대회 첫 경기에선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디우프는 16점을 기록하긴 했으나 수비 이후 공격 준비가 느렸으며, 점프력도 전성기 시절에 비해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 결승전 포함, 네 경기에서는 하이볼 처리 능력과 득점력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팬들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컵 대회에서는 주전 세터 염혜선과 호흡을 맞추지 않았다. 염혜선과 다양한 패턴을 연습한다면 안정된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정호영의 포지션 정착은 KGC인삼공사 꽃길에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1순위로 KGC인삼공사에 입단한 정호영은 고교 시절 윙스파이커와 미들블로커를 오갔다. 서남원 감독은 일단 정호영을 윙스파이커 자리에서 훈련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윙스파이커 자리에서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정호영이다. 블로킹이나 하이볼 처리 능력은 괜찮으나 단점은 수비다. 고교무대에서도 수비는 인정받지 못했다. 만약 정호영이 수비 보완 후 윙스파이커 자리에서 맹활약을 펼친다면 KGC인삼공사의 앞날은 창창하다.
여자부는 6개 구단 체제 이후 매년 전 시즌과 비교해 플레이오프 진출 팀이 최소 한 팀은 꼭 바뀌었다. 이 징크스가 이번에도 이어진다면 세 팀 중 한 팀이 지난 시즌 1~3위 팀을 대신해 플레이오프를 올라가거나, 세 팀 모두가 플레이오프에 갈 수도 있다. 비 시즌 동안 자신들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열심히 힘을 쏟은 세 팀이 올 시즌 V-리그 판도를 흔들 수 있을까. 벌써부터 세 팀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_더스파이크 DB(문복주, 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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