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이광준 기자] 올 시즌 주목해야 할 여자부 신인은 누가 있을까.
지난 9월 4일 열린 2019~2020 KOVO(한국배구연맹) 여자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는 총 17명(수련선수 2인 포함)이 구단 선택을 받았다.
지난 시즌에는 이주아, 정지윤, 박은진 등 뛰어난 신인들이 여럿 나와 팬들 눈길을 끌었다. 올 시즌도 지난 시즌에 이어 주목할 만한 신인들이 여럿 있다. 그 중에서 어떤 선수에게 눈을 크게 떠야 할지 미리 알아본다. 개막 전, 어떤 선수가 신인왕 후보가 될 것인지를 예측해보는 것도 재미가 되지 않을까. 남자부와 마찬가지로 지면 문제 상 모든 선수를 언급하지 못하는 점은 양해를 부탁드린다.

사진_전체 1순위, KGC인삼공사 정호영
‘출전 유력’ 1라운드 출신 장신 3인방
배구에선 일단 신장 좋은 선수라면 기대감을 갖게 한다. 기본적인 신장을 갖춘 선수가 한계에 부딪히지 않고 더 크게 성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올해 주목할 장신 선수는 세 명 정도다.
이미 여러 차례 언급된 전체 1순위 신인, KGC인삼공사 정호영은 당장 투입하지 않으면 아까울 선수다. 190cm에 뛰어난 탄력, 이를 바탕으로 한 높은 타점은 여느 외국인선수 못지않다. 아직 힘을 온전히 실어 때리진 못하지만 공격 옵션으로는 충분하다.
그러나 다른 부분은 여전히 숙제가 많이 남아있다. 아직 포지션도 확정하지 못한 정호영이다. 날개로 갈 경우 후위 수비가 부담이다. 리시브 면제인 아포짓 스파이커 자리에는 외인 디우프가 버티고 있다. 미들블로커로 갈 경우 발이 느리고 블로킹이 약해 당장 위력적일 것인지 의문을 낳는다. 미들블로커에게 필요한 연결 능력도 아직은 부족하다.
정호영은 고교 시절까진 주로 날개에서 뛰었다. 그는 지난 9일 끝난 제100회 전국체전 여고부 결승전에서 중앙과 날개를 오가며 플레이했는데, 중앙에서도, 날개에서도 대부분 공격을 오픈으로 때렸다. 중앙 속공은 사실상 없었다. 미들블로커로 나오게 된다 해도 배워야 할 것이 많다.
반면 2순위, 현대건설 이다현(185cm)은 학창시절 꾸준히 미들블로커로 뛰었다. 이동공격이 좋고 움직임도 나쁘지 않다. 블로킹을 잡는 능력이 뛰어나진 않아도 발전 가능성이 엿보인다.
오히려 정호영보다 이다현이 당장 기회를 얻기엔 좋은 환경이다. 현대건설 세터 이다영이 국가대표서 이동공격을 자주 활용했는데, 소속팀에서는 이를 받아줄 속공수가 없었다. 이도희 감독이 이다현 영입을 격하게 반긴 이유다.
이 감독은 정지윤과 이다현을 상황에 맞게 활용해 팀을 운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지윤은 특유의 오픈 공격은 위력적이지만 정통 미들블로커 출신이 아닌 탓에 속공, 이동공격, 블로킹 등이 강하진 않다. 정지윤과 이다현이 함께 나올 경우 팀 공격력을 배가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IBK기업은행에 1라운드 5순위로 입단한 최가은은 185cm 미들블로커다. IBK기업은행은 줄곧 장신 미들블로커를 원했지만, 성적이 좋았던 탓(?)에 매번 장신 미들블로커와 연이 닿지 않았다. 이번에는 달랐다. 구슬 운이 따르지 않아 5순위까지 밀렸지만(세 번째로 높은 확률이었다) 장신인 최가은을 뽑을 수 있었다.
최가은은 팀에 가장 고민인 자리를 채울 수 있는 선수다. 김수지와 함께 짝을 이룰 만한 선수가 없어 김희진이 아포짓 스파이커와 미들블로커를 오가곤 했다. 최가은이 믿음을 얻는다면 주포 김희진의 활용이 편해질 수 있다.

사진_GS칼텍스 권민지의 대구여고 시절
주목해야 할 날개 공격수들
윙스파이커와 아포짓 스파이커 자리는 신인 선수들에겐 ‘기회의 땅’이다. 리시브, 서브, 공격 중 하나라도 장점을 보인다면 언제든지 조커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 특히 리시브가 좋은 경우는 더욱 기회를 받기 쉽다. 물론 현역 프로선수들보다 리시브가 뛰어난 경우는 드물다.
‘날개 부자’ GS칼텍스는 1라운드 3순위로 권민지를 택했다. 180cm에 힘이 좋은 윙스파이커다. 발이 느리다는 단점이 있지만, 펀치력은 확실하다. 리시브가 좋은 편은 아니어서 당장 기회를 받긴 쉽지 않아 보인다. 팀 윙스파이커로는 이소영, 강소휘 주전 두 명과 백업 멤버 박혜민, 박민지가 있다.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차상현 감독은 권민지를 두고 “아포짓 스파이커 백업 자리까지 맡길 수 있는 선수”라고 말했다. 권민지의 공격력에 기대를 거는 모양새다.
IBK기업은행에 2라운드 2순위로 입단한 육서영도 권민지와 비슷한 스타일의 선수다. 리시브가 뛰어나진 않지만 공격력이 준수하다. 그러나 현재 IBK기업은행은 공격보단 리시브 좋은 선수가 급하다. 지난 시즌까지 리시브에서 가장 많은 부담을 차지하던 고예림이 빠졌기 때문. 육서영이 리시브에서 가능성을 보인다면 의외로 기회를 받을 수도 있다.
흥국생명은 이번 드래프트서 세 명을 보강했는데, 모두 날개 자원이다. 1라운드 7순위 김다은은 아포짓 스파이커, 2라운드 박현주와 4라운드 이유안은 윙스파이커다. 공윤희가 팀을 떠나고, 신연경이 리베로로 전향하면서 백업 날개공격수는 이한비 밖에 없는 상황. 흥국생명의 신인 선택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다은의 경우 고교 시절 계속해서 아포짓 스파이커로 나섰다. 그렇기 때문에 외인 루시아의 백업이 될 전망. 오히려 2순위 박현주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 박현주는 왼손잡이로 날카로운 공격력을 보유한 선수다. 리시브도 줄곧 참여해 왔다. 특히 서브에도 강점이 있어 원 포인트 서버로 많이 나설 것이 예상된다.

사진_한국도로공사에 입단한 세터 안예림
당장은 아니지만… 알 깨고 나올 세터는?
이번 시즌 흥국생명을 제외한 다섯 팀에서 모두 세터 신인을 한 명씩 뽑았다. 이들은 세터라는 포지션 특성 상 곧바로 경기에 나서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각 팀이 모두 1, 2세터를 보유하고 있어 비집고 들어갈 자리도 만만치 않다. 각 구단은 보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선수들을 선발한 것으로 보인다.
그 중에서 어떤 선수들이 장래에 빛을 보게 될까.
단연 주목되는 건 1라운드 4순위로 한국도로공사에 입단한 안예림이다. 181cm 장신 세터로 큰 신장과 함께 날렵한 체형을 갖췄다. 여기저기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키 큰 세터’라는 점이 매력적이다. 다만 아직 경기 운영이나 힘 있는 패스는 더 배워야 할 부분이다. 당장은 아니지만, 안예림은 후에 이원정과 함께 팀을 이끌 세터가 될 만한 가능성이 있다.
GS칼텍스는 2라운드 4순위로 강릉여고 출신 이현을, 곧바로 현대건설은 2라운드 5순위로 제천여고 김현지를 연이어 택했다. 둘은 기본기가 좋은 타입이다. 그러나 팀 사정상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GS칼텍스는 이고은-안혜진 2인 세터 체제가 확실하다. 지금은 주로 리베로로 뛰는 한수진도 세터가 가능한 자원이다. 그 안에서 이겨내야 한다. 현대건설에는 확실한 주전 이다영과 함께 최근 컵 대회를 통해 주목받은 김다인이 있다. 역시나 만만치 않다.
3라운드 1순위로 KGC인삼공사에 간 구솔은 182cm로 신장이 굉장히 좋은 세터다. 과거 공격수로 뛰었던 경험도 있다. 블로킹이나 서브 쪽에 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갖추고 있는 요소들이 좋아 기회를 얻을 확률이 높다. IBK기업은행에 3라운드 5순위로 입단한 이진은 빠른 움직임이 장점이지만, 아직 정확도 면에서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사진_더스파이크 DB(문복주, 신승규 기자)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