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준의 V-포커스] '적응 완료' 흥국 루시아, 이젠 두 세터 차례다

이광준 / 기사승인 : 2019-11-14 0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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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수원/이광준 기자] 루시아는 응답했다. 이젠 조송화와 김다솔 차례다.

흥국생명은 지난 13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도드람 V-리그 여자부 현대건설과 시즌 두 번째 맞대결에서 2-3(17-25, 25-15, 25-23, 19-25, 12-15)으로 패했다. 중위권에서 순위 싸움을 치열하게 펼치던 양 팀 경기 결과 현대건설이 승점 2점을 획득해 흥국생명을 제치고 2위에 올랐다.

패한 흥국생명에게 한 가지 고무적이었던 것은 바로 외인 루시아의 활약이었다. 이전까지 루시아는 팀 세터와 호흡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이 매 경기 전후로 “루시아와 조송화 호흡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할 정도였다.

이번 경기는 달랐다. 루시아가 한껏 경기력을 자랑했다. 이전보다 공격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 돋보였다. 전위와 후위를 가리지 않고 날아드는 모습에서 자신감이 묻어났다.

이날 루시아는 25득점, 공격성공률은 38.33%를 기록했다. 종전 본인의 한 경기 최다득점 기록인 22점을 넘겼다. 전위에서 16점, 후위에서 7점으로 자리를 가리지 않고 득점을 올렸다. 블로킹과 서브득점도 각각 1개씩 얻어냈다.

다소 고전했던 5세트 전까지는 성공률이 45.45%에 달했다. 5세트에는 총 16회 공격 시도 중 3개만 득점으로 이어졌다.

흥국생명 입장에서 루시아의 활약은 단연 청신호다. 이유는 공격 분배 문제 때문이다. 시즌 초반 흥국생명을 상대하는 팀들은 하나같이 이재영을 집중 견제하고 있다. 흥국생명에서 이재영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리시브, 공격 모두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이럴 때 반대편에서 루시아가 터뜨려 준다면 흥국생명은 경기를 보다 쉽게 풀어갈 수 있다.



루시아까지 살아나면서 흥국생명은 모든 공격수들이 온전하게 갖춰졌다. 이재영과 루시아 쌍포, 여기에 준수한 공격력을 가진 김미연도 있다. 중앙에선 김세영이 높이를 자랑하고 이주아의 빠른 발 역시 위협적이다.

이제 남은 건 흥국생명의 두 세터, 조송화와 김다솔에게 달렸다. 냉정히 말해 지난 경기서 가장 차이를 보였던 건 세터 운영이었다.

현대건설 세터 이다영은 성공률이 높은 양효진을 중심으로 공격을 효과적으로 운영했다. 특히 황민경 공격성공률이 56.52%로 높았던 것은 이다영 힘이 있어 가능했다. 낮고 빠르게 황민경에게 쏴주는 패스가 제대로 먹혀들었다. 중앙 공격 타이밍을 한 차례 잡고 사이드로 올라가는 공에 흥국생명 블로커들은 완벽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반면 흥국생명은 단조로운 공격패턴에 무너졌다. 경기가 후반으로 갈수록 이 문제는 더욱 커졌다. 특히 5세트에는 루시아 혼자 공격 57.14%를 담당했다. 감독도 인정했다. 박미희 감독은 이날 경기를 돌아보며 “상대 플레이가 우리보다 훨씬 다양했다. 세터들의 운영에서 차이를 보였다. 부족한 부분은 훈련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수치상으로도 드러난다. 한국배구연맹(KOVO)에서 제공하는 경기기록 가운데 세터 세트에 의한 공격 시 상대 블로커 몇 명이 따라왔는지를 알려주는 수치가 있다. 공격 시 상대 블로킹이 적게 따라올수록 공격 성공률이 높아진다. 보다 다양하고 예측하기 어렵게 공을 줘야하기 때문에 세터의 능력이 반영된다.

표) 세터 세트에 의한 공격 시 상대 블로커 수 및 공격성공률 비교

이날 현대건설의 전체 공격 중 32.14%는 상대 1인 블로킹 앞에서 펼쳐졌다. 2인 블로킹은 61.42%였다. 반면 흥국생명은 21.49%가 1인 블로킹, 2인 블로킹은 76.86%로 높았다. 1인 블로킹은 약 11%, 2인 블로킹은 15%까지 차이가 난다. 그만큼 현대건설 공격수들이 블로킹 견제가 적은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공격했음을 알 수 있다.

흥국생명 주전 세터 조송화는 이전부터 백패스가 약점이었다. 코트 오른쪽 전후위로 연결하는 것이 부정확한 편이다. 이전까지는 김다솔이 교체로 들어와 이 부분을 어느 정도 해소했지만, 올 시즌은 김다솔 역시 흔들리고 있다.

박미희 감독은 정신적인 부담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루시아와 호흡을 하루빨리 맞춰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더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연습시간을 충분히 주고 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나아질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이전까지 오락가락하던 루시아는 마침내 희망을 보였다. 이제는 세터들이 보여줄 차례다. 조송화와 김다솔,두 세터에게 많은 것이 달렸다.


사진_수원/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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