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장충체육관/이광준 기자] "아직 시즌 많이 남았어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습니다."
KGC인삼공사는 2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도드람 V-리그 여자부 GS칼텍스와 경기에서 3-2로 이겼다. 이 승리로 2연패 탈출에 성공한 KGC인삼공사다.
베테랑 한송이 활약이 빛났다. 이날 한송이는 블로킹 5개를 포함해 14득점으로 디우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팀 내 득점자가 됐다. 매끄러운 이단 연결, 필요할 때마다 잡아내는 블로킹으로 팀 승리 주역이 됐다.
미들블로커로 나섰지만, 1세트 정호영이 코트에 올랐을 때는 리시브에도 가담했다. 일반적으로 미들블로커는 전위에서만 역할을 한다. 과거 윙스파이커로 뛰었던 한송이는 수비가 약한 정호영을 대신해 리시브, 디그에 나섰다.
개인 기록도 세웠다. 한송이는 통산 블로킹 600개에 단 하나만 남겨놓은 상황이었다. 이날 1세트 일찌감치 하나를 잡아내면서 넘치게 기록달성에 성공했다. 통산 5호 기록 달성이었다.
경기 후 한송이는 600블로킹 달성 소감에 대해 말했다. “포지션을 바꾼 이후로 블로킹이 이렇게 어려운 것인지를 처음 알았다. 아직도 자리 잡기, 타이밍 등 어색한 게 많다. 조금씩 알아가는 단계다.”
사실 한송이는 지난 21일 흥국생명전에도 기록 달성까지 블로킹 하나만 남겨뒀다. 그러나 이날 블로킹을 잡아내지 못하면서 기록달성에 실패했다.
한송이가 그 날을 떠올렸다. “괜히 의식한 것 같다. 구단에서는 말 안했는데 우연히 경기 관계자에게 듣게 됐다. 잡아야 하는데 못 잡으니 범실도 많이 나오고 했다. 그래서 이번 경기는 최대한 마음을 비우고 뛰었다. 그래서 많이 잡은 것 같다.”
백미는 4세트 24-24에서 상대 러츠를 상대로 잡아낸 블로킹이었다. 한송이도 동의했다. “볼이 조금 짧게 온 공이었는데, 디우프가 위치를 잘 잡았다. 각을 아예 없앤 것이 포인트였다. 손 모양도, 타이밍도 완벽했다. 정말 짜릿했다. 손맛을 느꼈다. 역전하는 계기가 되어서 몸에 전율이 확 왔다.”
본래 장신 윙스파이커였던 한송이. 지금은 미들블로커로서 새 인생을 살고 있다. 한송이는 이를 ‘새 직업’이라고 표현하며 웃었다. “사실 포지션을 바꿀 때 정말 힘들었다. 당시 GS칼텍스에서 뛸 때였는데, ‘난 아직 윙스파이커로 잘할 수 있다’라는 생각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 그렇지만 지나고 보니 그 때 경험이 지금의 날 만든 것 같다. 힘들었던 경험이 결실이 되는 것 같다.”
포지션 변경은 당시 감독이었던 이선구 현 대한민국배구협회 수석부회장 덕분이었다. 한송이는 “지금도 ‘600블로킹 축하한다’라는 연락을 받았다. 나를 참 아껴주셨던 분이다. 그런 분이 포지션을 바꾸라고 했을 때는 원망도 했는데, 덕분에 지금까지 선수생활을 하고 있다. 감사한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한송이는 “밖에서는 어떻게 볼지 몰라도 우리 팀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아직 시즌 초반이다. 우리는 최대한 높은 곳을 바라볼 생각이다. 목표를 꼭 이룰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라고 말하며 시즌 향한 각오를 다졌다.
사진_장충체육관/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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