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이광준 기자] IBK기업은행 윙스파이커 김주향(181cm, 20)은 여자부 최하위 IBK기업은행에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선수다. 준수한 신장에 운동능력이 좋다. 리시브는 아직 보완이 더 필요하지만 공격력만큼은 통한다. 특히 급박한 상황에서도 겁먹지 않고 과감하게 때리는 모습은 인상을 남겼다.
올해로 3년차인 김주향은 2017~2018시즌 드래프트 1라운드 3순위(현대건설)로 프로 무대를 밟았다. 이전까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선수다. 몇 차례 코트에 오르기도 했지만, 인상적 활약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꾸준히 유망주로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워낙 가진 조건들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가 현대건설에서 IBK기업은행으로 이적할 수 있었던 것도 그 가능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었다.

이적에 포지션 변경까지… 쉽지 않았던 ‘새 팀 적응’
김주향은 의미 있는 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비시즌 이적에 포지션변경 등 다양한 일을 겪었다. 그리고 그 끝에 올 시즌 팀 주전으로 도약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지난 비시즌 처음으로 입단했던 팀인 현대건설에서 고예림의 보상선수로 IBK기업은행으로 이적했다. 팀을 옮긴 것 뿐 아니라 포지션도 잠시 바꿨다. 팀 사정 상 본래 포지션인 윙스파이커에서 미들블로커로 옮겨 뛰었다. 그러다가 결국 다시 윙스파이커로 돌아와 시즌을 소화하고 있다.
‘이적’은 베테랑 선수들에게도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본래 생활하던 곳을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여기에 김주향은 잠시지만 포지션까지 바꿨다. 아마추어 시절 미들블로커로 뛰어본 경험이 있다고는 해도 그 때와 프로 무대는 격이 다르다. 최소한의 역할을 수행하려면 대충 뛰어선 결코 안 된다.
김주향은 잇따른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쏟았다. 윙스파이커로서 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도, 그리고 바뀐 자리에서 뭔가 해내기 위해서도 그랬다. 이는 자연스레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김주향을 옆에서 지켜본 구단 관계자는 “김주향은 굉장한 노력파다. 갑작스레 포지션을 바꾸게 됐을 때 정말 힘들어했다. 그럼에도 꾸준히 훈련하면서 끈을 놓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이후 김주향은 짧은 포지션 방황 끝에 다시 윙스파이커로 돌아왔다. 제자리로 돌아온 김주향은 이전 두 시즌과는 다른 경기력으로 코트를 지켰다. 특히나 발전된 리시브가 돋보였다. 리시브성공 자체가 많진 않다. 그러나 위로 띄우는 리시브로 쉽게 무너지지 않고 있다.

노력으로 채운 약점, 김주향의 발전을 기대하는 이유
리시브는 김주향이 프로 무대에 데뷔하기 전부터 약점으로 지적된 부분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김주향을 두고 ‘공격능력은 좋지만 리시브나 기본기가 떨어지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광주체육고 시절 김주향은 사실상 혼자서 팀 공격을 주도했다. 나머지 선수들이 수비와 리시브에 가담하며 김주향에게 공을 올려주는 식이었다. 중고 엘리트 배구에서 특출한 공격수 하나가 팀에 있을 경우 종종 보이는 경우다.
필자는 지난 2017년, 2017~2018시즌 신인드래프트를 앞두고 신인드래프트 리포트 기사를 준비한 바 있다. 당시 김주향을 유력 전체 1순위로 꼽았는데(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지만), 그 때 기사를 보면 “어떤 포지션에 세워놔도 공격 하나는 확실하다”라고 썼다. 실제로 그 해 김주향이 뛰는 걸 보기도 했다. 두 경기 정도를 봤는데, 또래 선수들 중 확실히 공격은 가장 좋았다.
그리고 그 글에서도 “프로에서 윙스파이커 입지를 굳히려면 리시브는 더 가다듬어야 한다”라는 말이 빠지지 않았다. 당시 여러 고교 지도자들에게 전화해 선수 능력에 대해 취재한 뒤 쓴 글이었다. 대부분 평가가 이와 다르지 않았다.
김주향은 꾸준한 노력으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 힘썼다. 그런 노력하는 태도는 여러 코칭스태프들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김주향이 현대건설을 떠날 당시, 현대건설 코칭스태프들은 입을 모아 “보내기엔 정말 아까운 선수”라고 말했다. IBK기업은행 프런트도 김주향의 노력하는 모습에 거듭 만족을 보였다.
김주향은 여기저기서 약점으로 지적받은 부분을 끊임없는 노력으로 채웠다. 당연히 아직 부족한 수준이지만, 데뷔 초와 비교해서는 눈부신 발전이다. 단점 보완을 위해 최선을 다하니 자연스럽게 본인의 장점을 보여줄 수 있게 됐다. 최근 몇 경기서 김주향은 뛰어난 공격력으로 팀을 이끌었다. 비록 팀은 패했지만 지난 7일 한국도로공사전에서는 26득점, 성공률 44.64%로 팀 최다득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김주향은 끊임없이 발전을 위해 꾸준히 힘써왔다. 그리고 그 노력은 올 시즌 기회를 만나며 빛나고 있다. 어쩌면 김주향이 가진 가장 큰 재능은 공격력이나 운동능력이 아닌 ‘노력’ 아니었을까. 이전에 필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김주향의 기술적인 면만 보고 평가를 내렸다. 김주향은 그보다 더 큰 힘을 가슴속에 고이 품고 있었다. 지금보다 더 나은 김주향을 기대해보는 이유다.
사진_더스파이크 DB(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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