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김천/이정원 기자] "나보다 훨씬 많이 고생한 동생들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돌아온 그녀가 조금씩 웃고 있다. 오랜 부상을 딛고 복귀한 배유나(31)다. 배유나는 22일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9~2020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IBK기업은행과 경기에서 팀이 세트스코어 3-2 역전승을 거둔 뒤 활짝 웃었다. 물론 이날 팀 승리의 주역은 34득점을 합작한 박정아와 문정원이었다. 배유나는 그래도 후배들의 뒤를 받치며 조금이나마 승리에 힘을 보탠 데 만족했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18일 흥국생명전 승리에 이어 2연승을 내달렸다. 순위 역시 승점 20점(7승 11패)을 기록하며 KGC인삼공사(승점 19점 7승 9패)를 제치고 4위로 올라섰다. 마침 배유나 복귀 시점과 맞물린 2연승이다.
도로공사는 이날 2세트 중반 외인 산체스가 근육통으로 인해 코트 밖을 물러나며 대부분의 시간을 국내 선수끼리 보냈다. 1-2세트를 내줄 때만 하더라도 승리 가능성이 희박해 보였지만 끝까지 뭉쳐 기적을 만들어낸 도로공사다.
배유나는 이날 선발 출전해 블로킹 3개 포함 7점에 공격 성공률 66.66%를 기록했다. 많은 득점은 아니어도 중요한 순간마다 득점을 올리며 베테랑의 위엄을 과시했다.
경기 후 인터뷰실에서 배유나를 만났다. 배유나는 "나보다 훨씬 많이 고생한 동생들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이겨서 다행이다. 1-2세트가 아쉬웠지만 승점 2점이라도 딸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라고 총평했다.
배유나는 1-2세트를 내주고도 도로공사가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던 요인으로 끈질긴 수비를 뽑았다. 이날 한국도로공사의 리시브 효율은 64%(IBK기업은행 27%), 디그 개수는 111개(IBK기업은행 104개)였다. 모두 상대를 압도했다.
배유나도 "보통 먼저 2세트를 내주면 끝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는 선수들이 끝까지 집중력을 갖고 볼 하나를 살리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닌다. 또한 외인을 대신해 들어온 젊은 선수들도 제 역할을 해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라고 웃었다.
배유나는 올 시즌 전반기에 뛰지 못했다. 무릎과 어깨 부상으로 인해 관중석에서 경기를 바라봤다. 아예 올 시즌을 뛰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빠른 재활 속도와 끈질긴 노력으로 후반기 첫 경기인 지난 15일 KGC인삼공사전에 복귀했다.
"사실 아직도 100% 몸 상태는 아니다. 조금씩 100%로 만들려고 하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동료들이 많이 도와주고 있다. 블로킹이나 이단 연결 같은 부분에 힘을 주고 싶다." 배유나의 말이다.
경기 전 김종민 감독은 "배유나에게 공격적인 부분을 못 하게 하고 있다. 블로킹이나 이단 연결 등 잔잔한 플레이를 주문하는 중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배유나는 감독의 말과는 달리 공격을 시도했다. 이날 6번 공격을 시도해 4번 성공시켰다.

경기 전 감독의 말을 전하자 배유나는 "때릴 수는 있는데 아직도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세게는 때리지 못하고 푸싱 혹은 연타 위주로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돌아온 배유나와 함께 후반기 대반격을 노리는 도로공사다. 도로공사는 지난 시즌에도 후반기 대반전에 성공하며 2위로 정규리그를 마쳤다. 도로공사는 지난 시즌 3라운드 4승 1패로 기지개를 펴더니 5라운드 두 번째 경기부터 6라운드 다섯 번째 경기까지 8연승을 달렸다. 2라운드까지는 5위였지만 최종 성적은 2위였다.
"우리 팀은 슬로 스타터 기질이 있다. 공격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수비도 열심히 한다면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배유나는 "재활에 끝까지 집중했다. 몸 상태가 더 좋아지면 더 좋은 경기력이 나올 것이라 확신한다"라고 웃은 뒤 인터뷰를 마쳤다.
사진_김천/박상혁 기자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