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대비한 공격루트 다양화 시도
날개 의존도 낮추고 중앙 공격 비중 높여
러츠는 세터 대신 이소영 강소휘와 대각 배치
[더스파이크=장충체육관/서영욱 기자] GS칼텍스 차상현 감독의 실험이 계속되고 있다.
2일 GS칼텍스 차상현 감독은 IBK기업은행과 경기에서 새로운 라인업을 꺼내 들었다. 문지윤이 한수지와 함께 로테이션상 미들블로커로 출전했고 러츠는 세터 이고은이 아닌 이소영과 대각을 이뤘다. 문지윤은 GS칼텍스 이적 후 처음 선발 출전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성공을 거뒀다. 이날 문지윤은 블로킹 4개 포함 10점을 올려 데뷔 후 한 경기 최다득점을 기록했다. 각각 14점, 13점을 기록한 러츠와 이소영 활약도 더해지면서 GS칼텍스는 IBK기업은행을 3-0으로 꺾고 4연승을 달렸다.
문지윤 미들블로커 기용은 차상현 감독이 언급한 실험의 일환이었다. 경기 후 차상현 감독은 “어느 정도 계획에 있던 부분이다. 연습은 된 상황이었다. 러츠가 미들블로커 역할을 100%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할 수 있기때문에 가능한 플랜이다”라고 설명했다.
GS칼텍스는 이날 경기에서 나온 문지윤 기용 외에도 이미 몇 가지 라인업을 더 시도한 바 있다. 이날 문지윤을 기용한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이미 권민지를 몇 차례 미들블로커로 기용했고 4라운드에는 신인 이현을 선발 세터로 투입하기도 했다. 권민지와 이현 기용, 이날 문지윤 선발에 이르기까지 현재 GS칼텍스 실험은 공격 옵션 다양화를 목적에 두고 있다.
GS칼텍스는 러츠-이소영-강소휘로 이어지는 막강한 삼각편대를 보유한 팀이다. 이소영이 부상으로 장기 결장하며 여러 지표 순위에서 이름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러츠와 강소휘는 각종 공격 지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러츠가 득점 2위, 공격 성공률 3위를 기록 중이고 강소휘도 득점 8위, 공격 성공률 5위, 서브 2위에 올랐다. 부상에서 돌아온 이소영도 4라운드 다섯 경기에서 공격 성공률 40%를 기록해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이처럼 삼각편대를 앞세워 팀 공격 성공률 1위, 오픈 공격 1위, 후위 공격 1위에 오르는 등 막강한 측면 공격력을 자랑하지만 공격 루트가 다양한 편은 아니다. 다른 팀과 비교해 미들블로커 활용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GS칼텍스는 측면 공격수가 활약하는 지표와 비교해 미들블로커가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는 두 항목, 속공과 이동공격에서는 기록이 저조하다.
2일 경기 전 기준 GS칼텍스는 속공 시도(147회)가 가장 적은 팀이면서 성공률은 두 번째로 낮았다(34.01%). 이동공격도 시도는 두 번째로 적었고(43회) 성공률은 가장 낮았다(34.88%). 이동공격의 경우, 현대건설이 20회로 시도가 가장 적었지만 현대건설은 양효진과 정지윤을 활용한 중앙 오픈 공격 비중이 매우 높은 팀이라는 점에서 조금 다르게 봐야 한다. GS칼텍스는 주전 미들블로커 공격 점유율도 가장 적은 편으로, 미들블로커 중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한 한수지 점유율이 5.49%에 불과하다. 김유리도 4.47%로 여자부 6개 팀 중 유일하게 주전 미들블로커 공격 점유율 합이 10%가 안 된다(2일 경기 전 기준).
4라운드 첫 번째 경기였던 현대건설전에서 중앙을 활용하지 않는 단조로운 공격 패턴의 한계 속에 GS칼텍스는 세트 스코어 1-3으로 패했다. 측면에만 의존하는 공격은 현대건설 높은 블로킹에 가로막히며(당시 블로킹 19개, 유효 블로킹 32개 허용) 힘이 빠졌다. 이에 GS칼텍스는 바로 이어진 흥국생명전에서 이현을 깜짝 선발 세터로 투입했다. 당시 차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중앙을 살려보고자 하는 전략이다”라고 설명했다. 3라운드까지 사실상 원포인트 서버로만 출전한 이현은 1월 21일 흥국생명전 선발 출전에 이어 1월 29일 KGC인삼공사전에서도 백업 세터 역할을 하는 등, 세터로서 비중을 4라운드 들어 늘렸다. 3라운드까지 이고은-안혜진 투 세터 체제를 활용했던 걸 고려하면 확실히 새로운 시도였다.
2일 IBK기업은행전에서 보여준 문지윤 미들블로커 기용은 이미 이전에 측면 공격수가 익숙한 권민지를 미들블로커로 기용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었다. 여기에 GS칼텍스는 러츠가 일반적인 경우처럼 이고은과 대각을 이루는 게 아닌 윙스파이커(1, 2세트는 강소휘, 3세트 이소영)과 대각을 이루게 로테이션을 이뤘다.
2일 경기 GS칼텍스 1~2세트 로테이션 전위 구성(3세트에는 이소영과 강소휘만 자리를 바꾸었다)
이소영-러츠-문지윤
한수지-이소영-러츠
강소휘-한수지-이소영
이고은-강소휘-한수지
문지윤-이고은-강소휘
러츠-문지윤-이고은
이처럼 강소휘만 전위에 있는 한 타이밍을 제외하면 전위에 두 명 이상의 공격수가 자리하게 했다. 일반적인 경우처럼 이고은과 러츠가 로테이션상 대각을 이룰 경우, 강소휘만 전위에 들어와 전위 공격 옵션이 하나 뿐인 상황이 두 타이밍 더 생긴다. 다른 팀이라면 미들블로커 공격을 더 활용할 수도 있지만 중앙 활용이 저조한 GS칼텍스는 이처럼 측면 공격수가 최대한 많이, 또 자주 전위에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이처럼 라인업을 구성할 수 있는 건 러츠의 존재 덕분이다. 고등학교부터 대학 시절 절반까지 미들블로커로 뛰었다는 러츠는 중앙 블로킹으로 들어올 경우 높이에서 주는 위압감이 굉장한 선수다. 2일 경기에서도 문지윤과 전위에 있을 때는 러츠가 미들블로커처럼 중앙 블로킹을, 문지윤이 사이드 블로커로 들어왔고 공격도 러츠가 중앙에서 오픈 혹은 시간차성 공격으로 시도했다. 이미 컵 대회서부터 러츠는 상대 공격수에 따라 중앙 블로킹을 시도하는 장면이 종종 나왔다.

문지윤, 권민지 등 측면 공격수를 기용해 해법을 찾는 것 외에도 미들블로커 활용 자체를 늘리려는 움직임도 있다. 3라운드까지 팀 전체 공격에서 이동공격과 속공 점유율이 7.02%였던 GS칼텍스는 4라운드 한정 8.13%로 소폭 상승했다. 여러 방향으로 공격 루트를 다양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GS칼텍스가 봄 배구 진출 이상을 노리는 상황에서 이러한 움직임은 필수다. 상대방에 대한 분석과 견제가 극에 달하는 플레이오프에서는 최대한 상대 수비가 여러 옵션을 대비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실제로 GS칼텍스는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도 정규시즌과 비교해 미들블로커 활용을 늘리면서 활로를 찾으려 했다. 이미 어느 팀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측면 공격수 세 명을 보유했지만 경기 내내 측면에만 의존하는 공격 전개는 상대에게 읽히기 시작하면 경기를 풀어가기가 어려워진다.
지난 시즌 5년 만에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성과를 얻은 GS칼텍스는 올 시즌도 다가올 봄 배구를 대비해 정규시즌부터 다양한 실험으로 무기를 늘리려 하고 있다. 후반기 GS칼텍스의 이러한 시도가 어떤 결론에 도달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진=장충체육관/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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