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용인/이정원 기자] 삼성화재에 새로 부임한 고희진 감독이 팀에 강조한 단어는 '변화'다. 고희진 감독은 훈련 코트를 두 개로 늘린 것뿐만 아니라 밤 10시 취침, 취침 전 휴대폰 반납 등 예전 신치용 감독(현 진천선수촌장) 시절부터 내려오던 고유문화를 바꾸기 시작했다.
또한 감독, 코치라는 어려운 호칭 대신 영어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고희진 감독은 제이슨, 이강주 코치는 케빈, 지태환은 다니엘, 정성규는 코비라는 영어 이름을 쓰고 있다. 선수들도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가장 크게 바뀐 것은 선수층이다. 지난 시즌과 비교해 확 바뀌었다. 삼성화재는 지난 시즌 주전으로 뛰었던 박철우와 송희채가 각각 한국전력과 우리카드로 갔다. 삼성화재 왕조를 마지막으로 경험했던 류윤식도 이적했다. 또한 지난 시즌 이승현과 함께 리베로를 맡았던 백계중과도 FA 계약을 맺지 않았다. 리베로 포함, 팀 주전 절반이 바뀐 셈이다.
자연스럽게 삼성화재의 라인업은 젊어졌다. 시즌이 되면 주전 미들블로커로 활약할 지태환과 박상하가 재활 치료로 인해 빠지기는 했지만, 지난 2일 성균관대와 연습 경기에 출전한 선수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선수는 김광국(33)이었다. 김광국은 이날 출전한 선수 중 유일한 30대였다.
젊은 선수들끼리 경기를 뛰다 보니 코트 위 분위기도 밝아졌다. 흥이 많은 정성규를 필두로 황경민, 이지석, 김동영 등 젊은 선수들이 "파이팅"을 외치며 흥을 이끌었다. 서브에이스가 터지면 모두가 소리를 지르며 분위기를 끌어올리고자 했다.
비록 연습 경기이긴 하더라도 삼성화재가 어린 선수들끼리 호흡을 맞추는 일은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다. 그간 삼성화재는 베테랑 선수를 축으로 경기를 풀어갔다.
최태웅, 여오현, 석진욱, 고희진, 유광우, 박철우까지. 삼성화재하면 떠오르는 베테랑 선수들이었다. 지난 시즌에도 박철우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차이는 컸다. 박철우는 팀내 최고참이었음에도 공격 성공률, 득점 등 공격 대부분의 지표에서 팀내 1위에 올랐다.
고희진 감독은 연습 경기에서부터 젊은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하고 있다. 지태환, 박상하, 이승현 등 팀의 베테랑들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달고 있기에 이들이 없는 경우를 대비하고 있는 셈이다.
젊은 선수들도 형들 없이 살아가는 법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정성규는 "주전 형들의 몸이 올라올 때까지 젊은 선수들끼리 해봐야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지태환도 젊은 선수들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아직 베테랑 선수들이 재활 치료로 인해 연습 경기에 제대로 뛰지 못하고 있지만 젊은 선수들이 팀 분위기를 잘 이끌고 있다. 베테랑들도 젊은 선수들에게 배울 점이 있다. 감독님께서 베테랑 선수들에게도 바라시는 부분이 그런 부분이다."
삼성화재 어린 선수들이 기대하는 가장 바람직한 팀은 베테랑이 중심을 잡고 젊은 선수들이 활약을 펼치는 것이다. 정성규와 황경민 모두 공감했다.
황경민은 "그래도 지금은 형들이 어느 정도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젊은 선수끼리 하려고 해도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럴 때 베테랑 형들의 역할이 필요하다"라고 웃었다.
삼성화재하면 딱딱하고 틀에 박힌 팀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고희진 감독은 올 시즌 '변화'를 외치며 팀에 활기찬 변화를 주고 있다. 어린 선수들과 함께하는 삼성화재의 올 시즌은 어떨까. 아마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분명 지금껏 보지 못한 새로운 모습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사진_용인/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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