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이 맞이한 정규시즌의 네 가지 결정적 순간들

김희수 / 기사승인 : 2023-03-24 06: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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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최하위에 머물렀던 현대캐피탈이 2022-2023 V-리그에서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배구 명가’의 화려한 부활이 시작된 정규리그였다.

이번 정규리그에서 2위를 차지하며 플레이오프에 먼저 올라 있는 현대캐피탈은 한국전력과 24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를 앞두고 있다. 플레이오프에 앞서 현대캐피탈이 이번 정규시즌에서 맞이했던 네 가지의 결정적 순간들을 다시 돌아본다.
 

오레올 까메호를 또 한 번 지명하다
지난해 4월 29일 진행된 V-리그 남자부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구슬 추첨 결과 현대캐피탈은 두 번째로 선수를 지명하게 됐다. 삼성화재가 대부분의 예상대로 아흐메드 이크바이리(등록명 이크바이리)를 1순위로 지명한 뒤, 최태웅 감독이 마이크 앞에 섰다. 최 감독이 지명을 마치자 트라이아웃 현장과 온라인이 모두 술렁였다. 최 감독의 입에서 나온 이름이 다름 아닌 오레올 카메호(등록명 오레올)였기 때문이다.

오레올은 지난 2015-2016 시즌에 현대캐피탈표 ‘스피드 배구’의 핵심 자원으로 활약하며 V-리그 팬들에게 익숙한 선수였다. 그러나 1986년생의 적지 않은 나이는 많은 배구 팬들로 하여금 걱정과 의심을 자아냈다. 가빈 슈미트, 레안드로 다 실바, 미차 가스파리니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외국인 선수들이 나이가 든 뒤 돌아온 V-리그에서 기대에 못 미쳤던 전례가 있기도 했다. 그러나 오레올은 큰 부상 없이 현대캐피탈 날개의 한 축을 담당했고, 공격종합 7위‧후위공격 1위‧블로킹 5위에 오르며 준수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리그 최고의 사이드 블로커로 활약하며 상대팀 공격수들에게 ‘통곡의 벽’으로 악명을 떨쳤다.


‘시우타임’이 돌아오다
원 포인트 서버로는 드물게 전용 응원가까지 가지고 있을 정도로 현대캐피탈 팬들에게 엄청난 사랑을 받았던 이시우는 지난 2021년 상무에 입대하며 잠시 천안을 떠나 있었다. 리그 최고 수준의 원 포인트 서버인 이시우의 공백은 현대캐피탈에게도 결코 작지 않았고, 현대캐피탈과 천안의 팬들은 이시우가 돌아올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천안 아이돌’이 천안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11월 전역한 이시우는 같은 달 12일 OK금융그룹과의 경기에서 복귀전을 치렀고, 3세트에 서브로 연속 2득점을 터뜨리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오히려 입대 전보다 더 날카롭고 강력한 서브를 범실 없이 구사하며 발전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시우는 이번 시즌 서브로만 16점을 올리며 중요할 때마다 현대캐피탈의 분위기를 띄우는 특급 조커 역할을 수행했다.


이현승이 1라운더의 가치를 증명하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진행된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2순위로 현대캐피탈의 부름을 받은 이현승은 지난해 드래프트 풀에서 최고의 세터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프로의 벽은 높았다. 1라운드에는 아예 코트를 밟을 기회가 없었고, 2라운드에도 주로 교체로 코트를 밟았다. 최 감독 역시 이현승에 대해 “기회가 된다면 이현승도 충분히 투입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조금 더 성숙해져야 한다. 공 스피드랑 선수끼리 호흡은 더 다듬어야 한다.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김명관과 이원중의 기복이 좀처럼 안정되지 않자 최 감독은 결국 칼을 빼들었다. 지난해 12월 14일 펼쳐진 우리카드와의 3라운드 맞대결을 앞두고 최 감독은 “(이)현승이가 가지고 있는 기량과 수준은 높다. 그래서 이날 경기에서 선발로 출전시켜보려고 한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며 이현승의 선발 투입을 예고했다. 소중한 기회를 이현승은 놓치지 않았다. 준수한 경기 운영을 선보이며 팀의 6연승을 견인했다. 경기 후 “프로에서 주전으로 뛴다는 것은 남다르다. 기회를 주신 만큼 자리를 확실히 잡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힌 이현승은 실제로 시즌 끝까지 주전 세터 자리를 지켰고, 세트 5위를 기록하며 신인상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허수봉 MB 변칙 작전을 꺼내들다
최태웅 감독은 현대캐피탈 부임 이래 항상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스피드 배구’, ‘복고풍 배구’ 등 다양한 스타일의 배구를 시도했고, 과감한 트레이드를 진행하기도 했다. 상술한 오레올의 재지명 역시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경기 중 작전시간에는 쉽게 듣기 힘든 발언들을 쏟아내며 이른바 ‘최태웅 어록’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이번 시즌 역시 최 감독은 틀을 깨는 창의성이 발휘했다. 바로 허수봉의 포지션 변경이었다.

최 감독은 4라운드 OK금융그룹과의 경기부터 변칙 전술을 가동했다. 아포짓으로 뛰던 허수봉을 미들블로커로 옮기고, 홍동선을 아포짓에 배치했다. 두 선수는 끊임없이 역할을 교대하며 상대방을 혼란시켰다. 변칙 전술은 OK금융그룹과의 2연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하는 데 기여했다. 이후 최 감독은 상대에 따라 허수봉의 포지션을 자유자재로 조정했다. 미들블로커로 나서기도 했고, 아포짓으로 나서기도 했다. 심지어 아포짓과 미들블로커를 한 경기에서 오가기도 했다. 최 감독은 “(변칙 전술들은) 언제든 꺼낼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 다양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언제든 꺼낼 수 있는 시스템들이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과연 플레이오프에서도 최 감독의 지략이 빛을 발할지 주목된다.

비록 최종 1위 탈환에는 실패했지만, 현대캐피탈의 정규리그는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과연 봄배구에서 현대캐피탈이 보여줄 배구는 어떤 모습일까. 24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진_더스파이크DB(박상혁,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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