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가 기적을 꿈꾸고 있다.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은 1, 2차전만 본다면 흥국생명의 일방적인 우승으로 끝날 것만 같았다.
흥국생명은 옐레나 므라제노비치(등록명 옐레나), 김연경, 김미연 등 고른 선수가 활약한 반면 한국도로공사는 두 경기 동안 2차전 박정아(10점, 공격 성공률 55.56%)를 제외하고 공격 성공률 50%를 넘긴 선수가 없을 만큼 저조한 공격력을 보이기도 했다.
궁지에 몰린 한국도로공사는 2일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도드람 2022-2023 V-리그 흥국생명과 챔피언결정전 3차전을 치렀다. 이번 경기에서 패한다면 0승 3패로 챔피언결정전이 끝날 수도 있기에 승리가 간절했다.
이렇게 중요한 경기에서 박정아와 배유나는 각각 24점, 16점을 올리며 팀의 3-1(22-25, 25-21, 25-22, 25-20)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를 마치고 인터뷰실을 찾은 두 선수의 얼굴은 어느 때보다 밝았다. 박정아는 “1, 2차전 경기력이 너무 안 좋았다. 경기 전에 우리끼리 마지막이 될 수도 있으니까 웃으면서 편하게 하자고 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인천에서는 흥국생명 팬들이 너무 많아서 솔직히 기죽은 상태로 들어가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김천은 우리 홈 경기장이다.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셔서 힘이 됐다”라며 홈팬들의 열띤 응원에 대한 감사함을 전한 박정아다.
1, 2차전을 내준 한국도로공사는 이날 경기에서도 1세트를 빼앗기며 분위기가 더 안 좋아질 수도 있었지만 끝내 이겨내며 역전승을 만들어냈다. 배유나는 “코트 안에서 지고 있다는 생각보다 우리 강점이 나오면 따라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블로킹이 강점이기 때문에 블로킹만 더 나온다면 이길 수 있다고 믿었다”라고 말했다.
한국도로공사는 앞서 열린 1, 2차전에서 선수들이 감기 기운으로 인해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할 수 없었다. 하지만 박정아는 감기 때문에 졌다는 핑계를 대지 않았다. “감기 때문이라기보다 우리가 못했다. 플레이오프부터 하루 간격으로 경기를 하다 보니까 지치기도 했고 챔피언결정전을 준비할 여유도 없었다. 몸상태 때문이라기보다 그냥 우리가 못했다”라고 전했다.
다행히 한국도로공사는 3차전에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그럼에도 아직 흥국생명이 유리한 건 사실이다. 또한 역대 챔피언결정전에서 1, 2차전을 모두 패한 팀이 역전 우승을 기록한 적이 없다. 다시 말하면 1, 2차전을 모두 패한 팀이 우승할 확률은 0%다.
하지만 박정아는 “확률은 신경 안 쓴다. 모든 사람들이 시즌 전에 우리가 봄배구 진출을 하거나, 챔피언결정전까지 올 거라 예상하지 않았다. 챔피언결정전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다”라고 자신감 있게 말했다.
이날 흥국생명은 전과는 달리 체력적으로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배유나도 이를 알아챘다. 하지만 방심은 없었다. “1, 2차전보다 힘들어하는 게 보였다. 하지만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다. 지금 체력적으로 힘든 건 당연한 일이다. 얼마나 버티냐가 관건이고 4차전도 체력 싸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알렸다.
끝으로 배유나는 “4차전을 이겨서 무조건 인천으로 가야겠다는 생각보다 4차전에서 한 점 한 점 열심히 해서 점수를 쌓다 보면 좋은 결과는 따라올 것이라 본다. 무조건 인천으로 향하겠다는 부담감을 내려놓고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전하며 인터뷰실을 빠져나갔다.
사진_김천/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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