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뜨거워진 여자부 중위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승리가 절실했다. 캣벨과 이윤정이 절실함을 경기력으로 승화시켰다.
한국도로공사는 최근 기세 좋게 연승을 이어가며 3위 굳히기에 들어가는 듯 했다. 그러나 순위 경쟁팀인 GS칼텍스에게 홈에서 덜미를 잡히며 안심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한 경기를 덜 치른 상태에서 4위 KGC인삼공사와의 승점 차는 준플레이오프가 열릴 수 있는 3점에 불과했다.
그래서 한국도로공사는 반드시 승리를 쟁취해야 했다. 추격자들을 따돌리고 다시 안정을 찾아야 했다. 주포 캐서린 벨(등록명 캣벨)과 지휘관 이윤정은 이런 절박한 상황에 제대로 실력발휘를 했다. 캣벨은 경기 최다인 경기 최다인 22점을 올리며 활약했고, 이윤정은 1세트에는 부진했지만 2세트부터 달라진 경기력을 선보이며 승리에 일조했다.
먼저 인터뷰실을 찾은 이윤정은 “중위권 팀끼리 승점 차이가 얼마 안 나서, 매 경기가 중요한 경기라고 생각한다. 승점 3점을 획득해서 기쁘다”는 짧은 소감을 밝혔다. 4세트 5-3에서 정지윤의 공격을 블로킹으로 잡고 보여준 세리머니에 대해서는 “내 쪽으로 공격이 올 것 같아 힘을 주고 있었다. 세리머니를 하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너무 기분이 좋아서 그렇게 나온 것 같다”고 멋쩍어하며 답했다.
경기 전 김종민 감독이 요구했던 “평소와는 다른 패턴을 보여달라”는 요구사항이 어렵지는 않았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감독님께서 너무 안정적인 플레이만 하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 속공이나 속도를 살리는 경기 운영의 빈도가 늘어나길 바라셔서, 연습을 많이 하고 있고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자신 있게 답했다.
이윤정은 이번 시즌 V-리그 여자부에서 가장 많은 세트에 출전하고 있는 세터다(112세트 출전). 체력적인 부담이 있을 수 있는 상황. 그러나 이윤정의 대답은 무척 씩씩했다. 이윤정은 “안 힘들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이겨내야 하는 부분이다. 괜찮다. 체력 보강을 위해 웨이트와 보강 운동을 열심히 하고, 쉴 때는 충분히 잠을 잔다”고 답했다.
이윤정에게 체력 보강을 위해 특별히 챙겨 먹는게 있는지 물었다. 이윤정이 “공진단을 매일 먹는다(웃음). 또 숙소에서 닭백숙도 먹는다”고 답하던 찰나, 캣벨이 조금 늦게 인터뷰실을 찾았다. 캣벨에게도 닭백숙이 입에 맞는지 묻자, 캣벨은 “맛있다. 우리 팀 이모쓰(숙소 식당 이모님)가 해주는 건 다 맛있다. 굿 이모쓰”라며 익살스러운 답변을 내놨다.
캣벨은 지난 GS칼텍스전에서 상대에 11개의 블로킹을 헌납하며 부진했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어떤 부분이 좋아졌는지 묻는 질문에 캣벨은 먼저 “지난 경기를 상기시켜줘서 아주 고맙다”며 장난을 건넸다.
이어서 캣벨은 “공이 나에게 많이 오는 것도 알고 있고, 상대 블로커가 따라 붙는 것도 알고 있다. 최대한 다양한 기술을 활용하려고 한다. 다만 코트 위에 들어가면 순간적으로 잘 안될 때도 있다. 이번 경기에서는 의도대로 잘 풀린 것 같다”는 답변을 들려줬다.
이날 캣벨은 판정논란의 한 가운데 놓이기도 했다. 3세트 13-16에서 캣벨이 시도한 공격이 정지윤의 손과 안테나에 비슷하게 맞자 주심이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는데, 결과가 동시접촉으로 나오면서 리플레이가 선언된 것. 당시 상황에 대한 견해를 묻자 캣벨은 “결과에 동의는 못한다. 당시에 공을 때릴 때의 감각이 상대의 손에 맞고 안테나에 닿았다고 느껴졌다. 그래도 상대 득점은 아니었고 리플레이가 선언되서 괜찮았다”고 담담하게 견해를 밝혔다.
장난을 주고받으며 화기애애해 보인 두 선수에게 서로에 대한 질문이 들어왔다. 먼저 이윤정에게 캣벨과의 호흡은 어떤지 물었다. 이윤정은 “잘 맞아가고 있다. 우리는 많은 대화를 나눈다. 캣벨이 워낙 성격도 좋고 욕심도 많은 선수라 편하게 맞춰가고 있다”고 웃으며 답했다.
이어서 캣벨에게도 이윤정과의 호흡에 대해 물었다. “흠...”하고 장고의 신음을 뱉으며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던 캣벨은 “세터들은 각자의 색깔이 있다. 이윤정도 그렇다. 나 같은 공격수의 역할은 세터에게 맞춰주는 것이다. 평소에 많은 대화를 하고 있다. 대화에 따라 나에게 잘 맞춰주는 좋은 세터다”라며 이윤정을 칭찬했다.
계속해서 캣벨은 “다른 선수들이나 감독님이 이미 이윤정에 대한 요구 사항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하고 있고, 이윤정의 토스 폼을 보고 내 공격 타이밍을 조절하려고 하고 있다”며 이윤정을 배려하고 있음을 밝혔다.
인터뷰 내내 웃음과 장난을 주고받는 두 선수의 모습에서는 두터운 우정과 신뢰가 전해졌다. 과연 이윤정과 캣벨은 지금과 같은 웃음을 시즌 끝까지 이어갈 수 있을까. 한국도로공사의 시즌 후반부 행보에 또 하나의 볼거리가 생겼다.
사진_수원/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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