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24시즌 새롭게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은 두 외국인 선수가 있다. 미국 출신의 윌로우 존슨(등록명 윌로우)은 대체 외국인 선수로 1월부터 V-리그 무대에 올랐다. 일본에서 온 레이나 토코쿠(등록명 레이나)는 흥국생명의 첫 아시아쿼터 선수로 올 시즌 도중 미들블로커, 아포짓, 아웃사이드 히터를 오가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두 선수 모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다. 윌로우, 레이나의 긍정 에너지도 인상적이다.
꿈의 무대에 오른 51번 윌로우
“어렸을 때부터 활발하고 열정적이었어요”
꿈의 무대, V-리그에서 뛴 소감이 어떠한가.
V-리그에서 뛰게 되어서 정말 기쁘다. 매 경기가 어렵지만 동시에 정말 즐거운 경기였다.
보통 외국인 선수들이 한국 V-리그를 떠올렸을 때 빡빡한 일정과 훈련, 높은 공격 비중 등으로 힘든 리그라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윌로우는 한국에 오기 전 그리고 직접 V-리그를 경험해보니 어떠한가.
외국인 선수에게 V-리그가 훨씬 더 힘들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려울 것을 미리 알고 있었고, 준비돼있었기 때문에 잘 견디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우리 팀은 다재다능한 팀이기 때문에 과한 부담을 느끼진 않는다.
코트 위에서의 에너지, 열정이 넘쳐보인다. 그 에너지와 기질은 어디에서 오는 건가. 어렸을 때부터 활발한 성격이었나.
맞다. 어렸을 때부터 활발하고 열정적인 성격이었다. 우리 집이 운동선수 집안이기도 하고, 아버지의 모습을 봐와서 그런지 승부욕이 강한 편이다.
윌로우에게 아본단자 감독, 김연경은 어떤 존재인가. 두 사람으로부터 배우는 점이 있다면.
두 사람 모두 내게 굉장히 의미있는 존재다. 내가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밀어붙여 주는 사람들이다. 이곳에 와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있으며, 더욱 성장해 나갈 방향을 열어두고 있다.
언제, 어떤 계기로 배구를 시작하게 됐나.
9살 때부터 배구를 시작했다. 언니가 배구를 했었는데, 언니를 닮고 싶은 마음에 시작하게 됐다.
배구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 그리고 반대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튀르키예에서 뛰었던 첫 프로 시즌이 가장 힘들었다. 정신적으로도 어려운 경험이었고, 그 기간을 통해 많이 성장했다.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마침내 프로 선수가 된 순간이다. 그 순간을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해왔기 때문이다.
2020년 첫 해외리그를 경험했다. 튀르키예 닐루페르에서의 기억은 어땠고, 첫 해외 진출이라 시행착오가 있었을 듯한데 어떻게 극복하려고 했나. 또 튀르키예 리그에서의 경험이 V-리그 적응에 있어 도움이 됐는지도 궁금하다.
내가 속한 팀이 너무 좋았다. 또 최고의 배구선수들인 아포짓 이사벨 학, 티야나 보스코비치 등과 맞붙으며 경쟁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들을 빠르게 습득해야 하는 부분이나, 주어진 환경에 빠르게 적응해야 하는 부분이 내게 큰 도전으로 다가왔다. 또 튀르키예 리그에서의 경험이 V-리그 적응에 있어서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도움이 됐다. 프로 선수로서의 커리어를 거치며 많이 배웠고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이후에는 미국의 Athletes Unlimited Pro League에서만 짧게 뛰었다. 2020년부터 한국에 오기 전까지 어떻게 선수 생활을 이어가려고 했나. 훈련이나 몸 관리 등은 어떻게 지속적으로 유지하려고 했는지.
지속적으로 웨이트 훈련을 했고, 배구는 여름에만 잠시 휴식을 취하곤 했다. 어떠한 리그로 가든 신체적으로 준비가 될 수 있도록 항상 단련해왔다. 그리고 항상 한국의 V-리그에 오기를 희망했다.
미국에서도 야구 레전드 ‘랜디 존슨’의 딸로 주목을 받았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이러한 관심이 부담스럽지는 않은지.
야구와 배구라는 서로 다른 두 종목이기 때문에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그저 최선을 다해 좋은 배구선수가 되려고 노력하고, 매일 배우고 성장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흥국생명에서 아버지의 등번호인 51번을 달았다. 어떤 마음으로 51번을 정했고, 가족들의 반응도 궁금하다.
등번호로 51번을 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내 기존 번호인 4번 선수가 이미 팀에 있었고, 44번은 불행한 의미가 담겨있다고 들어서 아버지의 번호를 사용하기로 정했다. 51번을 사용하기로 한 소식을 듣고 아버지가 기뻐하셨다.
이전부터 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것 같다. 계기나 이유가 있나.
어머니 쪽에 몽골 피가 흐르고 있고, 항상 아시아 문화와 음식을 사랑했었기 때문에 이곳에 와서 직접 경험을 해볼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뻤다. 머리는 그것과는 상관없이 재미로 염색했다.
미국에서 올해 1월 새로운 프로리그가 출범했다. 미국 선수로서 미국 여자배구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 같나.
이 리그가 잘 진행돼 미국의 배구가 지금보다 더 성장했으면 한다. 리그가 성공적으로 진행돼 어린 선수들이 미국에서의 선수 생활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하고, 이 선수들이 존경할 만한 좋은 선수들이 미국 리그에 남아있을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한다.
한국에서의 선수 생활이 나중에 되돌아봤을 때 배구 인생에 있어 어떤 기억으로 남을 것 같나.
이 곳에서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내 자신이 너무 자랑스러울 것 같다. 그리고 여기서 만난 팀원들과 친구들에 대한 추억을 회상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우승도 했으면 좋겠다!
앞으로 배구선수로서의 최종 목표는.
계속해서 배구를 하면서 신이 내게 주신 재능을 명예롭게 하고 싶다. 또 좋은 배구선수로 이름을 남기고 싶고, V-리그에서도 계속 뛸 수 있으면 좋겠다.
흥국생명이 챔프전 우승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하나의 팀으로 열정을 갖고 플레이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팀의 게임 플랜을 잘 따르고, 함께 플레이하면서 좋은 에너지를 갖고 경기를 즐길 때 팀이 좋은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다.
챔프전 우승 공약이 있다면.
우승한다면 선수들과 다함께 지금껏 노력해온 시간들을 기념하는 저녁 식사 자리를 갖고 싶다. 그리고 미국에 돌아가서도 가족들 그리고 친구들과 기념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봄배구 각오 한 마디.
끝까지 싸운다!
마지막으로 윌로우에게 레이나란.
레이나는 내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선수다. 이 때문에 내게 주는 의미가 크다. 너무 다정하고 재능있는 친구라고 생각하고, 레이나의 재능이 인생에서도 그리고 배구에서도 레이나를 높이 데려가 줄 것이라고 믿는다.
‘눈물의 여왕’ 레이나
“일본서도 V-리그 관심이 높아졌어요!”
지금까지 한국에서 뛰면서 개인적으로 발전한 부분 그리고 반대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개인적으로 발전하기보다는 새로운 경험이다. 반대로 이번 시즌 미들블로커 포지션으로 잠깐 뛰었을 때 가장 어려웠다. 주포지션이 아니라 자신 없었지만 미들블로커 포지션으로 뛰었을 때 이긴 경기도 있었기 때문에 생각보다 팀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쁘기도 했고, 많은 공부가 된 시간이었다.
시즌 전 인터뷰 당시 중고교 시절 돌아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 때와 한국 생활을 비교한다면.
고등학교 때 당시 감독님 스타일이 정신적으로 몰아붙이는 스타일이셔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님도 워낙 열정적으로 지도하시는 스타일이라 가끔 생각날 때가 있다. 감독님의 열정에 따라가고 배우려고 하지만 가끔은 힘들기도 하다.
시즌 도중 중책을 맡게 됐다. 아웃사이드 히터로서 부담감은 없나.
원래 아포짓 포지션이었기 때문에 아웃사이드 히터로 뛰는 게 자신 있는 포지션은 아니만 그래도 부담감은 없다. 이번 시즌 미들블로커 포지션으로 뛰었던 때처럼 아웃사이드 히터 포지션으로 뛰면서 팀에 도움이 되고자 하고, 또 팀이 이겨서 굉장히 기쁘게 생각한다.
홈경기 끝난 뒤 관중들에게 “오늘 눈물 없어요”라고 말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올 시즌 유독 눈물을 흘린 날이 많았던 것 같다.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그 눈물의 의미는 무엇이었나.
그동안 느끼지 못한 부담감을 한국 리그에 와서 몇 번 경험하다보니, 결과적으로 팀이 이겼을 때 매번 울었던 것 같다. 경기가 잘 안 풀렸을 때 분한 마음에 눈물이 나오거나, 내가 열심히 득점해서 (김)연경 선수의 부담을 줄이고 싶다는 마음이 크기 때문에 이 부분이 잘 안 풀렸을 때 팀에 미안함 그리고 더욱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에 눈물이 나왔던 것 같다.
한국어 공부도 따로 하나. 한국어 능력이 더 좋아진 것 같은데.
초반에는 열심히 했는데 시즌 시작하고 나서는 점점 공부할 시간이 없어서 못 하고 있다. 그래도 한국어를 읽고 듣는 건 많이 좋아졌다. 잡지나 핸드폰에 한국어 기사가 뜨면 읽을 수 있고, 선수들이 얘기하는 건 이해할 수 있는 정도다.
평소에 쉬는 날에는 주로 무얼 하나. 어떻게 스트레스를 풀려고 하나.
기본적으로 숙소에서 쉬는 편이고, 외출을 잘 안 한다. 일본에서 응원 온 친구가 있을 때에는 같이 밥 먹으러 가거나 하면서 풀고 있다. 일본에서 지인분들이 많이 와주셔서 기쁘다.
힘들 때 조언을 구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떤 조언이 가장 기억에 남았나.
팀 내에서는 선수, 스태프 누구라 할 것 없이 항상 ‘힘내’, ‘할 수 있어’라고 말해줘서 기쁘다. 일본 덴소 팀에서 만난 코치님들도 V-리그를 보고 연락을 주시기 때문에 누구 한 명이라기보다는 지금까지 같이 해온 분들이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격려와 조언을 주셔서 굉장히 감사한 마음이다.
V-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레이나를 보고 지인이나 가족들의 반응은 어떠한지 궁금하다.
일본에서도 V-리그의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는데 아마 아시아 쿼터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 일본 덴소 팀에 계셨던 코치님들이나 일본에서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내 또래 선수들이 V-리그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한국 리그는 어떤지 묻거나, 나도 해보고 싶다는 연락을 받고 있다. 내가 아시아쿼터 첫 일본인으로서 그 계기가 될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가족들은 내게 늘 열심히 하라고 말하면서 지켜봐주고 계신다.
레이나에게 아본단자 감독, 김연경은 어떤 존재인가. 두 사람으로부터 배우는 점이 있다면.
감독님은 지도자로서의 커리어가 굉장하신 분이다. 여러 선수를 봐 왔고 여러 팀, 여러 나라에서 해오셨기 때문에 경험치나 배구에 대한 지식이 해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배구 전술 등에서도 공부되는 부분이 있다. 지도하는 스타일이 무서울 때가 있지만 그런 부분은 이탈리아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 연경 선수 또한 올림픽에 출전하거나 해외리그에서 활약하는 등 경험치가 굉장한 선수다. 같이 훈련하고 같은 코트에 들어갈 수 있는 것만으로 보고만 있어도 공부가 된다. 배구 혹은 배구 외 생활면에서도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연경 선수를 보고 있으면 내가 기죽을 때도 있는 것 같다. 그만큼 보고 배울 점이 많다.
아웃사이드 히터로서 또 다른 아시아쿼터 선수인 현대건설 위파위 시통(등록명 위파위)과 경쟁 의식도 느끼나.
위파위 선수는 내가 고등학교 시절 출전했던 아시아 선수권 때부터 알고 있었다. 경쟁 의식은 없다. 태국에서 국가대표로 활약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또래 선수이기도 하고, 옛날부터 알고 있던 해외 선수랑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함께 경기를 하고 있어서 신기한 인연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위파위 선수를 응원하고 있다.
V-리그 진출을 꿈꾸거나 도전하고 싶은 다른 외국인 선수들에게 V-리그를 소개한다면. 조언해주고 싶은 점이 있다면.
V-리그에 관심은 있지만 한국 프로팀에서 뛰기 위해서는 트라이아웃 신청 후 드래프트에 참가해야 하는 시스템을 부담으로 느끼는 선수들이 많은 것 같다. 주변 선수들한테도 가끔 연락이 오는데 팀에 들어갈 수 있다는 100%의 보장이 어렵기 때문에 관심이 있어도 도전하기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게 한국 리그의 특징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V-리그의 좋은 점은 인지도가 높은 것과 외국인 선수가 주체가 되는 팀이 많아서 공격에 특화된 선수들에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올 시즌 본인 플레이에 대해 스스로를 평가를 내린다면. 만족하는 점과 아쉬운 점은.
만족하는 점은 없다. 100점 만점에 40점 정도라고 생각한다. 만족한다고 평가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1라운드 때는 경기에 못 나갔기 때문에 팀에 도움이 될 수 없었던 점에서 스스로 많은 아쉬움을 느꼈다.
한국에서의 선수 생활이 나중에 되돌아봤을 때 배구 인생에 있어 어떤 기억으로 남을 것 같나.
아주 큰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해외에서 시즌을 경험한 횟수는 적지만 지금 현재로서는 가장 진하고 묵직한 굉장히 귀중한 경험인 건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세계에서 주목도도 높은 리그이고 국내에서도 유명한 팀이고, 연경 선수와 함께 하는 게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이기 때문에 이렇게 귀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배구선수로서의 최종 목표는.
국가대표 같은 목표를 두고 있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만큼 하고 있기 때문에 부상이 없는 한 계속하고 싶다. 가능하면 비치발리볼도 도전하고 싶다.
흥국생명이 챔프전 우승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배구는 팀 스포츠이기 때문에 혼자 열심히 해서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코트 안팎 모든 포지션의 선수들이 자신감이나 책임감 강한 마음을 가지고 한마음으로 경기에 임하면 더욱더 강한 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챔프전 우승 공약이 있다면.
팬분들과 함께 하이파이프하며 감사 인사를 전하겠다.
봄배구 각오 한 마디.
‘뭐가 되든지 이겨낼 수밖에 없다’라는 마음으로 임하겠다. 다같이 단결해서 이길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마지막으로 레이나에게 윌로우란.
윌로우 선수가 한 살 많지만 가끔 동생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성격도 좋고 늘 웃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만큼 더 힘내줬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늘 응원하고 있다.
글. 이보미 기자
사진. KOVO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4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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