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패의 늪 속 깊이 빠져버린 한국전력, 잊어버린 ‘이기는 습관’

대전/김희수 / 기사승인 : 2023-01-06 11: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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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에서 3세트를 압도적으로 승리했지만,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4세트 상대방의 로테이션 조정으로 블로킹이 무뎌졌지만,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 마치 긴 연패 탓에 이기는 법을 잊어버린 것처럼 보였다.

한국전력이 5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펼쳐진 삼성화재와의 도드람 2022-2023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2-3(25-23, 20-25, 25-15, 12-25, 13-15)으로 패하며 9연패에 빠졌다. 타이스 덜 호스트(등록명 타이스)가 26점, 서재덕이 18점을 올리며 활약했지만 삼성화재에 블로킹(14-20)과 서브(5-8)에서 밀리며 경기 주도권 싸움에서 번번이 밀렸다.

이날 한국전력의 패배는 단순한 1패 이상의 타격이었다.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였음에도 중요한 순간마다 연패가 가져온 부담감과 불안함을 극복하지 못하고 무너졌다.

한국전력은 1-1로 맞선 채 맞이한 3세트를 25-15로 압도하며 승리했다. 8개의 블로킹을 따내며 삼성화재 날개 공격수들을 봉쇄했다. 범실도 3개에 그쳤고, 연패 기간 동안 터지지 않던 신영석의 속공도 불을 뿜었다. 경기의 흐름을 완전히 가져올 수 있었던 좋은 내용의 세트였다.

그러나 한국전력은 4세트에 이 흐름을 전혀 이어가지 못했다. 시작부터 타이스의 공격 범실이 나왔고, 4-1에서 시도한 네트터치 비디오 판독도 실패하며 빠른 시점에 기회를 날렸다. 한국전력은 이후 김정호의 연속 서브에 리시브가 흔들리며 1-6까지 뒤처졌다. 앞선 세트에서 타올랐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이후에는 계속해서 아흐메드 이크바이리(등록명 이크바이리)에게 원 블록 상황을 허용하며 수비에 어려움을 겪었다. 삼성화재 김상우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원래 이크바이리와 타이스를 떨어뜨려 놓는 로테이션을 가져왔는데, 4세트에는 이크바이리와 타이스를 맞물리게 바꿨다. 그 뒤부터 이크바이리가 자신감 있게 자신의 공격을 했다”고 밝혔다.

한국전력 블로커들은 바뀐 로테이션에 적절한 대응책을 찾지 못했다. 계속해서 상대 주 공격수의 자신감만 살려준 꼴이었다. 결국 4세트 한국전력은 단 하나의 블로킹 득점도 올리지 못했다. 범실도 5개로 3세트보다 많아졌다. 나쁜 의미로 3세트와는 완전히 다른 팀이 된 것 같았다.

그렇게 맞이한 5세트, 한국전력은 타이스를 앞세워 초반 리드를 잡으며 분위기를 수습하는 듯 했지만 김준우에게 기습적인 서브 득점을 허용한 뒤 또 다시 급격히 무너졌다. 팀의 마지막 보루였던 타이스마저 하현용과 이호건에게 연속 블로킹으로 가로막히며 한계를 드러냈다.

타이스의 공격이 가로막히며 6-8이 되면서 코트 체인지가 이뤄질 때, 권영민 감독은 천장을 바라보며 크게 한숨을 쉬었다. 이는 1, 2라운드의 한국전력이라면 충분히 승리할 수 있었던 경기에서 또 한 번 패배의 위기에 놓인 것에 대한 답답함의 한숨이었을 것이다.

3세트의 기세를 몰아붙여서 4세트로 이어갔다면, 4세트 삼성화재의 바뀐 로테이션을 빠르게 간파하고 전술적으로 대응했다면 경기 결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다. 잘 풀리던 때의 한국전력이었다면 충분히 가능했을 일이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전력은 ‘이기는 습관’을 잊어버렸다. 과연 한국전력은 기나긴 연패의 늪 속에 빠져버린 ‘이기는 습관’을 다시 꺼낼 수 있을까.

사진_대전/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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