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우는 동료들에게 바보가 되지 말자고 외쳤고, 임성진은 스스로에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선수의 말은 씨가 되어 지긋지긋한 연패를 끊었다.
한국전력이 1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경기에서 우리카드를 세트스코어 3-2(25-21, 22-25, 25-23, 23-25, 16-14)로 제압하고 연패의 늪에서 빠져나왔다. 임성진은 서브 4득점 포함 16점을 올렸다. 공격 성공률은 71.43%였다. 특히 4세트와 5세트 임성진의 연속 서브는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무방했다. 하승우는 모든 공격 옵션을 다양하게 활용하며 코트 위의 사령관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5세트에는 13-13 동점을 만드는 결정적 블로킹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하승우는 현재 엄지손가락 부상을 안고 뛰고 있다. 아직 뼈가 완전히 붙지도 않은 상태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하승우는 “이기니까 손가락이 괜찮아진 것 같다”며 농담을 먼저 던졌다. 이어서 하승우는 “토스할 때 엄지손가락에 공이 닿으면 통증이 좀 심하다. 그래서 엄지손가락에 공이 안 맞도록 토스를 하고 있는데, 익숙하지 않아서 경기 중에 범실이 종종 나오고 있다”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강력한 공격을 받아내야 하는 블로킹 상황은 하승우에게 토스보다도 더 큰 부담이었다. 하승우는 “그 동안 손가락에 맞는 게 무서워서 블로킹을 완벽하게 못 뜨고 있었다. 지난 3라운드 우리카드전에 발목이 돌아가서 지금 점프도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연패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하승우는 용기를 냈다. 하승우는 “내가 계속 블로킹 가담을 피하니까 팀에 피해가 되는 것 같아서, 오늘은 열심히 참여했다. 그러다 보니 5세트에는 운 좋게 득점도 했다”고 밝혔다.
3경기 연속으로 맞이한 5세트이자, 패하면 10연패에 빠지는 상황. 하승우는 동료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건넸을까. 그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내놨다. 하승우는 “앞선 두 경기처럼 똑같이 지면 우리는 바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니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고 말했다”고 5세트 직전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임성진이 이날 보여준 경기력은 임성진의 커리어 전체를 돌아봐도 손에 꼽을 정도로 좋았다. 임성진에게 이날 경기가 스스로 생각했을 때 자신의 역대 최고 경기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임성진은 “이번 경기에서는 아쉬운 부분들도 많았다. 심적인 부담감을 내려놓고 불안감을 느끼지 않았다면 더 잘할 수 있는 순간들이 있었다”며 겸손한 답변을 내놨다.
지긋지긋했던 연패를 끊은 경기, 임성진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경기에 임했는지가 궁금했다. 그는 스스로를 끊임없이 격려하고 믿어주면서 경기에 임했다. 임성진은 “솔직히 경기할 때는 별 생각이 없었다. 너무 이기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고 답하면서, “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경기에 몰입했다”고 밝혔다.
바보가 되기 싫었던 하승우와 스스로를 굳게 믿었던 임성진은 자신의 말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리고 그 결실을 맺으며 기나긴 연패의 사슬을 끊었다.
사진_장충/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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