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를 계속하고 싶었고 경험도 쌓고 싶어 가기로 마음 먹었어요.”
송준호는 2012-2013시즌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4순위로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었다. 데뷔 시즌에는 7경기 11세트 출전에 그쳤지만 2013년 KOVO컵에서 본인의 진가를 확실하게 펼쳤다.
첫 경기 대한항공전부터 선발 출전해 20점을 올렸고 다음 경기인 삼성화재전에서는 24점을 기록하며 팀을 4강으로 이끌었다. 4강 LIG손해보험전 역시 18점으로 경기 최다 득점자에 이름을 올렸고 이어진 드림식스와 결승전에서는 무려 32점, 공격 성공률 60%를 기록하는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팀을 최정상 자리에 올려놨다. 당연히 대회 MVP는 송준호의 차지였다.
이후 현대캐피탈을 이끌어 갈 것 같았던 송준호지만 치열한 주전 경쟁과 부상으로 인해 현대캐피탈에 있는 8시즌 동안 100세트 이상 출전한 시즌이 없을 정도로 확실한 주전 자리를 꿰차지 못했다.
더군다나 2022-2023시즌에는 경기 엔트리가 14명(외국인 선수 제외)으로 축소되면서 더욱 입지가 줄어든 송준호는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바로 인도네시아 팔렘방 뱅크로의 임대 이적이었다. 현대캐피탈은 지난해 11월 8일 보도자료를 통해 송준호가 인도네시아 프로리그(PROLIGA·프롤리가) 팔렘방 뱅크로 3~4개월 동안 임대 이적을 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V-리그 최초로 해외 리그로 임대 이적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송준호는 지난 24일 첫 해외 리그 경험을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했다.
28일 <더스파이크>와 전화 인터뷰를 가진 송준호는 “당시 팔렘방 뱅크에서 이적 요청이 왔다는 소식을 구단과 감독님을 통해 전해 들었다. 결정하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이적을 동의하는 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나한테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였다. 경기 엔트리가 14인으로 바뀌고 입지가 줄어들었는데 계속 배구를 하고 싶었고 경험도 쌓고 싶어 가기로 마음 먹었다”라고 알렸다.
먼 타국에서의 도전인 만큼 빠른 적응이 중요했다. 송준호도 이를 알고 있었고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갔다. “선수들과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먼저 다가가니까 정말 잘해줬고 친하게 지냈다”라고 말한 송준호다.
인도네시아 리그는 V-리그와 다르게 진행됐다. “우리나라 컵대회처럼 진행한다. 홈, 어웨이 방식이긴 하지만 한 체육관에 모여서 목, 금, 토 혹은 목, 금, 토, 일 이런 식으로 경기한다. 원래 계약은 3월까지인데 팀이 파이널에 올라가지 못해 일찍 귀국했다”라고 알렸다.
큰마음을 먹고 도전한 인도네시아 리그지만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입국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지진이 발생한 것. 송준호는 “호텔 방에 있었는데 내가 흔들릴 정도였다. 처음 겪는 일이라 ‘이게 뭐지?’라고 생각하면서 천장만 보고 있었는데 전화로 ‘지진 났는데 왜 안 내려오냐’라고 하더라.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먹는 것도 문제였다.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이 많다 보니 살도 쭉쭉 빠졌다. 송준호는 “인도네시아에서 8kg이 빠졌다. 호텔에서 항상 치킨, 밥, 면이 삼시세끼로 나왔다. 매일 똑같은 것만 먹다 보니까 힘들었다. 특히 치킨은 쳐다보기도 싫다”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소속팀 감독이 한국인 이영택 감독이라 다행이었다. “감독님이랑 같이 밥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 말이 안 통하는 해외에서 같이 어울릴 사람이 있다는 게 다행이고 좋았다”라고 전했다.
송준호는 후배들에게 자신과 똑같은 기회가 찾아온다면 솔직히 힘들 거라고 했다. “나는 그래도 이영택 감독님과 같이 있어서 다행이었지만 해외에서 혼자 생활하는 것에 적응하기 힘들 거다. 그리고 솔직히 인도네시아 리그는 상위 팀들과 하위 팀들의 차이가 크다. 상위 팀으로 간다고 하면 추천하지만 하위 팀으로 가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거다”라고 솔직한 마음을 나타냈다.
생애 첫 해외 리그를 경험하고 돌아온 송준호는 당분간 집에서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과연 해외에서 활약한 경험이 송준호에게 어떤 큰 자양분이 되어 V-리그 팬들 앞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팬들의 관심도 쏠리고 있다.
사진_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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