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던 연패에서 벗어난 경기였지만, 불안 요소는 존재했다. 한국전력의 주포 타이스가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한국전력이 1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경기에서 우리카드를 세트스코어 3-2(25-21, 22-25, 25-23, 23-25, 16-14)로 꺾고 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지난해 12월부터 1승도 거두지 못하던 한국전력이 올 겨울에 거둔 첫 승리였다. 비디오 판독 결과 한국전력의 네트터치가 아닌 것으로 확인되며 한국전력의 승리가 확정되던 순간, 모든 선수들은 코트 위로 뛰쳐나와 기쁨을 만끽했다.
그러나 승리에도 불구하고 권영민 감독의 걱정이 깊어지게 만든 선수도 있었다. 바로 외국인 선수 타이스 덜 호스트(등록명 타이스)다. 전반적인 활약이 나빠서는 아니다. 타이스는 이날도 팀의 주포 역할을 해냈다. 팀 내 최다인 25점을 올렸고, 공격 성공률도 58.54%로 준수했다.
다만 타이스의 경기력에 몇몇 걱정거리가 존재했다. 하나는 서브다. 과거 삼성화재 시절에 극심한 서브 불안에 시달리며 팬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던 타이스는 이번 시즌 환골탈태한 서브를 선보였다. 11일 0시 기준으로 서브 5위(세트 당 0.434개)에 올라 있으며, 1라운드 대한항공전과 2라운드 우리카드전에서는 한 경기에 7개의 서브 득점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타이스는 단 하나의 서브 득점도 올리지 못한 채 7개의 서브 범실을 저질렀다.
타이스는 원래 서브 토스가 안정적인 선수는 아니다. 그러나 컨디션이 좋았을 때는 잔발로 스텝을 밟으면서 토스에 서브 리듬을 맞췄다. 그러나 이날의 타이스는 토스를 잘못 올리면 여지 없이 범실을 저질렀다. 리듬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전력의 최근 세 경기에서 타이스의 서브 득점 개수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3라운드 우리카드전 2득점, 4라운드 삼성화재전 1득점, 이날 무득점). 서브 컨디션 회복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행인 점은 이날 경기 승리를 통해 지긋지긋했던 연패에서는 벗어나게 됐다는 점이다. 선수들에게 승리보다 잘 듣는 보약은 없다. 특히 한국전력처럼 긴 연패를 겪던 팀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정신력의 영역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승리가 선수들의 없던 체력까지 생겨나게 할 수는 없다.
결국 한국전력이 남은 시즌을 헤쳐 나가려면 지친 타이스를 모든 선수들이 합심해서 도와줘야 한다. 하승우는 타이스의 공격 점유율을 잘 조절함과 동시에 타이스가 선호하는 네트에 살짝 붙는 토스를 잘 올려줘야 한다. 리시버들은 최대한 안정적인 리시브를 구사해서 타이스가 오픈 상황에서 투 블록 이상을 뚫어야 하는 어려움을 겪지 않게 해야 한다. 또한 박철우와 이태호는 언제든 코트에 나서 타이스의 주포 역할을 대체할 준비를 해야 한다. ‘지친 타이스를 도와라’, 연패에서 벗어난 한국전력 선수들에게 또 다른 미션이 주어졌다.
사진_장충/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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