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기억에 남을 경기였어요.”
지난 1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도드람 2022-2023 V-리그 4라운드 우리카드와 한국전력의 경기가 한창이던 4세트, 팬들의 환호성이 연이어 나오는 순간이 있었다.
바로 99즈 동료 김지한과 임성진의 서브 대결 때문이었다. 우리카드가 18-15로 앞서던 상황에서 김지한의 서브 차례가 왔다.
김지한은 반대편 코트에 있던 동갑내기 친구 임성진을 향해 강력한 서브를 시도했고 득점으로 이어졌다. 이어진 차례에서는 아예 임성진을 손가락으로 지목하며 ‘예고 서브’를 날렸다. 이 서브는 김지한의 예고대로 임성진을 향했고 이번에도 임성진이 받아내지 못하며 득점으로 연결됐다.
11일 <더스파이크>와 만난 김지한은 “서브를 누구한테 때릴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성진이가 딱 보였다. 그리고 내가 자신 있는 코스에 있기도 했다. 그래서 성진이를 지목했다”라고 당시를 설명했다.
하지만 임성진도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17-21로 뒤지고 있던 상황에서 공을 잡은 임성진 혼자만 당할 수 없다는 듯이 김지한을 향해 강서브를 구사했고 김지한이 받아내지 못하며 서브 득점으로 연결됐다. 임성진은 받은 만큼 돌려줘야 했다. 다음 서브에서도 김지한을 향한 서브를 시도했고 이번에도 김지한을 맞은 공이 밖으로 나가며 두 번씩 주고받게 됐다.
김지한은 “첫 번째는 아웃이었는데 받으려다가 성진이 기를 살려줬다”라며 웃었다. 이어 “두 번째는 받을 수 있었는데 내 범실이었다. 그렇게 두 번씩 주고받으니까 재밌더라”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치열했던 경기는 임성진이 맹활약한 한국전력이 5세트 듀스 끝에 승리를 가져갔다. 이날 경기 승리로 한국전력은 9연패에서 탈출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김지한은 비록 본인은 경기에서 패했지만 좋은 활약으로 팀 연패 탈출을 이끈 절친 임성진을 축하하는 마음으로 먼저 연락을 보냈다. 김지한은 “그날 성진이가 경기를 정말 잘했다. 그래서 경기 끝나고 내가 먼저 ‘넌 역시 할 수 있는 사람이었어’라고 연락했다. 그랬더니 ‘친구 좋다는 말 이럴 때 쓰는 거냐’라고 답장이 왔다”라며 웃음을 보였다.
절친과 서로를 향해 강서브를 주고받으며 치열한 경기를 치른 김지한은 “아직 프로에서 많은 경기를 치른 건 아니지만 평생 기억에 남을 경기였다”라고 전했다.
비록 배구에는 무승부가 없기 때문에 경기에서 승패는 갈렸지만 두 선수의 화끈했던 대결은 배구 팬들을 환호하게 만들었고 박수받아 마땅했다.
사진_인천/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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