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무실세트 승리. 하지만 어쩐지 그 뒷맛이 개운하지만은 않았다.
18일 의정부 경민대학교 기념관에서 펼쳐진 KB손해보험과 대한항공의 도드람 2024~2025 V리그 정규리그 6번째이자 마지막 맞대결.
미리 보는 플레이오프(PO·3전2선승제)로 기대를 모았지만, 결과는 싱거웠다. 완전체 전력을 꾸린 대한항공이 로테이션을 가동한 KB손해보험을 세트스코어 3-0으로 완파한 것이다.
하지만 결과에 비해 내용은 그다지 압도적이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이날 매 세트 20점 넘게 실점했다.
이 같은 예상외 접전이 벌어진 원인은 대한항공이 연속 득점을 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특히 교체 외국인 선수 카일 러셀의 몸 상태가 아직 완전하지 않았다.
팀 합류 후 두 번째 경기를 소화한 러셀은 이날 41.18%의 공격 점유율을 가져갔다. 그리고 42.86%의 공격 성공률을 기록했다. 득점(18점) 자체는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았지만, 결정력이 떨어졌다. 전반적인 스탯을 놓고 보면 소속팀 동료인 정한용(11점·공격 점유율 17.65·공격 성공률 53.85%)이 앞설 정도였다.
스포츠에 만약이란 없다지만, KB손해보험이 이 경기에 1군을 내보냈다면 결과는 또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 레오나르도 아폰소 감독(브라질·KB손해보험)이 “결과 외 모든 면에서 이겼다”고 자신 있게 말한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일 것이다.
포스트시즌 개막까지 이제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이달 26일 KB손해보험과 대한항공의 PO 1차전을 시작으로 우승컵의 주인공을 가리기 위한 본격적인 일정에 돌입한다. 챔피언결정전(챔프전) 한자리는 현대캐피탈이 일찌감치 확보했다.
이런 가운데 PO를 앞두고 머리가 더 복잡한 쪽은 KB손해보험이 아니라 대한항공일 것이다. 소방수 역할을 맡아 줘야 할 러셀의 적응 속도가 느린 것은 아니나 시간이 워낙 촉박해서다. 지금까지 보여준 경기력으론 그가 대한항공의 챔프전 5연패 열쇠가 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대한항공도 러셀에게만 의지하진 않을 것이다. “우리 팀엔 큰 경기에 강한 베테랑이 많다”는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핀란드·대한항공)의 말처럼 대한항공의 국내 선수층은 리그 정상급으로 분류된다. 지난 시즌 챔프전 MVP를 차지하며 대한항공의 통합 4연패를 이끈 주인공 역시 다른 누구도 아닌 팀 프랜차이즈 스타 정지석이었다. 당시 그는 챔프전 3경기 59점이라는 괴물 같은 득점력으로 대한항공에 ‘5번째 별’을 안겼다.
올 시즌 도전자 신세로 밀려난 대한항공이 또 한 번 정상에 오르기 위해선 지난해의 기억을 되살릴 필요가 있다. 러셀 일변도만으론 충분하지 않다. 국내 공격수들의 어깨가 무거워질수록 반대로 통산 6번째 우승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벼울 수 있다. 특유의 ‘벌 떼 배구’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대한항공이다.
글. 송현일 기자
사진.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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