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시기에 소중한 승점 3점을 챙긴 배유나와 정대영은 기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플레이오프 직행을 원하는 속내도 함께 들려줬다.
배유나와 정대영은 오랜 시간 한국도로공사의 중앙을 맡고 있다. 정대영은 2014년부터, 배유나는 2016년부터 지금의 자리를 지켜왔다. 두 선수가 한국도로공사에서 합을 맞춘 이후에도 V-리그에는 수많은 미들블로커들이 등장했지만 두 선수의 존재감은 여전히 압도적이다. 배유나는 블로킹 3위‧이동공격 3위‧시간차공격 4위에 올라 있고, 정대영은 블로킹 2위‧서브 11위를 달리고 있다.
14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페퍼저축은행과 한국도로공사의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경기에서도 두 선수는 나란히 좋은 활약을 펼쳤다. 배유나는 경기 최다인 17점을 터뜨렸고, 공격 성공률은 무려 73.68%를 기록했다. 자신의 한 경기 최고 공격 성공률 기록이다. 정대영은 6개의 블로킹을 잡아내며 중앙을 완벽하게 장악했다. 2개의 서브 득점도 함께 곁들였다. 두 선수의 맹활약 속에 한국도로공사는 세트스코어 3-0(25-13, 25-18, 25-11) 완승을 거두며 플레이오프 직행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경기 후 인터뷰실을 찾은 두 선수는 나란히 이번 시즌 페퍼저축은행에 고전했던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정대영은 “페퍼저축은행에 그간 고전했었는데, 이번에는 쉽게 이겨서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고, 배유나 역시 “항상 페퍼저축은행과 어려운 경기를 많이 했는데, 이번 경기에서는 누가 들어오든 긴장하고 경기에 임하자고 생각한 덕에 끝까지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었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정대영의 500경기 출전을 옆에서 함께한 배유나에게도 어떤 기분이 드는지 물었다. 배유나는 미소를 지으며 “항상 ‘아이고 다리야’를 입에 달고 사는 언니다(웃음). 그러면서도 막상 경기에 들어가면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 나도 언니처럼 500경기에 출전하고 싶다”라고 정대영에게 존경을 표했다. 그러면서 배유나는 “파이팅! 600경기 가자~”라고 외치며 익살을 뽐내기도 했다.
이날 정대영과 배유나는 페퍼저축은행 공격수들의 움직임을 손쉽게 읽었다. 8개의 블로킹 득점과 10개의 유효 블록을 합작했다. 어떤 점이 주효했는지 묻는 질문에 정대영은 “니아 리드가 빠진 자리에 이민서가 들어왔는데, 공격력이 좋지 않다보니 아웃사이드 히터 쪽 공격을 막는데 주력했다. 그렇다보니 블로킹 타이밍도 좋아졌다”고 경기를 돌아봤다.
한편 이날 한국도로공사는 신인 선수들을 대거 경기에 투입하기도 했다. 임주은, 이미소, 백채림 등 많은 기회를 받지 못했던 선수들은 코트 위에서 소중한 경험을 쌓았다. 배유나는 “조금씩 경험을 쌓고, 우리가 옆에서 도와주면 다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라며 신인 선수들을 격려했다. 덧붙여 배유나는 “미들블로커는 경험이 정말 중요하다. 피지컬이 아무리 좋아도 눈치와 경험이 필수다. 아무리 대형 유망주여도 (정)대영 언니만큼 블로킹을 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경험이 필요하다”라며 후배 미들블로커들에게 시간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두 선수의 시선은 이제 나란히 봄배구를 향해 있다. 가장 가깝고 큰 화두는 준플레이오프의 개최 여부다. 두 선수는 나란히 “준플레이오프를 거치지 않는 것이 1차 목표다. 우승은 그 다음”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정대영은 경기 후 김종민 감독이 KGC인삼공사가 16일 경기에서 승점 획득에 실패하면서 플레이오프 직행이 확정될 시 휴식을 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는 소식을 듣자 “제발...”이라며 간절히 휴식을 원하기도 했다. 정대영은 “다음 경기가 이틀 휴식 후 서울에서 치러지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쉽지 않다. 지금 다리가 내 다리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다. 한 경기를 쉴 수 있다면 체력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한국도로공사의 정규시즌 경기는 이제 단 한 경기만이 남아 있다. 두 선수가 그 경기에 나설지는 16일 KGC인삼공사와 현대건설의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 알 수 있을 듯하다. 과연 두 선수는 장충체육관의 코트 위에 서게 될까, 혹은 웜업존에서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하게 될까.
사진_광주/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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