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는 저에게 숙제에요" 삼성화재 백광현이 맞이한 터닝포인트

김하림 기자 / 기사승인 : 2022-01-20 13: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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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전환점을 찾기 위해 정들었던 곳을 떠나 새로운 여정에 나섰다. 목적지 없는 여정 길에서 ‘소닉’이라는 새로운 이름과 함께 파란색 이정표를 만났다. 이젠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이름처럼 공 하나를 살리기 위한 집념으로 누구보다 빠르게 누빈다. 새로운 이름과 함께 배구 인생의 또 다른 ‘처음’을 써 내려가고 있는 백광현. 그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더스파이크>가 용인 STC로 발걸음을 옮겼다.

 

삼성화재 배구도
백광현 배구도 현재진행형!


<더스파이크>와 길게 인터뷰하시는 건 처음인 것 같아요.
그렇죠. 처음인 것 같아요. ‘살면서 이런 경험도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앞서네요(웃음).


본인이 인터뷰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떠셨나요.
처음에는 물음표였죠. “내가 더스파이크랑?”이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올랐어요.


삼성화재가 쓰인 새로운 유니폼을 입고 시즌을 치르고 계신 지금 어떠신가요.

비시즌 때는 저희가 손발도 안 맞고 조금 어려웠어요. 경기에 들어가고 연습도 하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죠.


또 오랜만에 코트에서 긴 시간을 보내고 계시네요.
좋죠. 좋은데 이제 제가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생각도 많이 하고 있어요. 지금 제가 어떻게 해야지 팀에 더 도움이 되고 더 이길 수 있는 방향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면서 경기에 임하고 있어요.


팀을 옮길 때 고희진 감독님의 영향이 컸다고 들었어요.
저도 사실 진짜 팀을 옮기기는 싫고 다른 팀에 적응을 해야 한다는 게 너무 힘들 것 같았어요. 이적이라는 게 생각도 많아지고 힘들었어요. 그런데 감독님께서 믿음이랑 같이 하고자 하는 마음이 너무 와 닿았어요. 감독님께서 저를 생각해 주시는 진심이 너무 와닿아서 바로 결정을 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팀에서 맞이한 비시즌은 힘든 나날이었습니다.
제가 이적을 하고 나서 진짜 많이 준비를 했어요. 진짜 제 인생에서 제일 열심히 준비를 했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중간에 다 없어져 버렸죠. 너무 아깝더라고요.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죠.


다시 또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어떤 부분이 가장 많이 힘드셨나요.
아무래도 치료를 받는 동안 운동도 못하다 보니 근력이나 체력적인 면에서 많이 힘들었어요.


완벽한 컨디션은 돌아오셨을까요.
몸 상태가 제일 좋았던 비시즌이랑 비교를 하면 아직 100%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 100%를 찾기 위해 계속 연습을 해야 해요.


팀이 달라지면서 맡은 역할도 달라졌습니다. 지난 시즌에는 디그 상황에 많이 나섰다면 지금은 리시브와 디그 모두 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대한한공에 있을 때는 디그 할 때만 나오는 상황이 많아서 많은 부담은 없었어요. 삼성화재도 (정)성규나 (황)경민이가 충분히 잘해주고 있어서 큰 부담은 없어요. 그리고 저희 배구는 아직 현재진행형이에요. 서로 소통과 약속된 플레이로 수비나 리시브 부분에서 더 좋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삼성화재는 영어 이름을 사용하잖아요. 처음에 어떠셨나요.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었죠. 누가 누군지도 모르겠고, 영어 이름으로 말해야 하는데 한국 이름이랑 섞으면서 이야기했는데 이제는 익숙해요.


삼성화재에선 고참 축에 속하시잖아요. 어린 선수들이랑 공감대도 있으실까요.
네. 제가 약간 정신 연령이 낮아서 잘 맞는 거 일 수도 있지만 다들 좋고 잘 맞아요(웃음).


삼성화재가 확실히 작년보단 다른 분위기 속에 경기를 치르고 있습니다. 분위기 변화에 있어서 백광현 선수의 역할도 있는 것 같아요.
저로 인해 바뀌었다는 건 과분한 말이죠. 모든 선수들이 작년의 치욕을 잊고자 하는 마음이 커요. 감독님도 많은 변화를 주시려고 하는 부분이 좋은 시너지를 얻어서 작년보다 많이 이겼다고 생각해요.


삼성화재는 어떤 팀인가요.
팀마다 문화가 다르잖아요. 삼성화재는 체계적인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요. 적응을 빨리하면서 지금은 다 했어요.
 

배구의 분위기 메이커 ‘디그’
디그 장인이 발한 비결
“공 하나만 보고 쫓아갑니다”


자기 관리에 철저하다고 들었어요.
준비가 먼저 돼야지만 과정이 이뤄진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휴가 때도 운동을 했어요. 휴가도 많이 받았는데 며칠 반납하고 들어왔어요. 운동을 너무 쉬다 보면 뒤처진 느낌을 받아서 그랬던 것 같아요.


백광현 선수를 보면 발이 빨르세요. 발이 빠른 이유를 꼽자면 뭐가 있을까요.
첫 번째는 부모님이 주신 유전자죠(웃음). 두 번째는 공 하나만 보고 쫓아가는 의지요. 제가 발이 빠르다기보단 그냥 공을 잡겠다는 의지가 더 큰 것 같아요.


또 코트에서 과감하게 뛰어다니는 모습들을 많이 보여주시잖아요. 그와 함께 부상 위험도 있으실 것 같은데 무섭진 않으세요.
계산된 부분입니다(웃음). 장난이고요. 좋게 말하면 적극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무식할 정도로 하는 경향도 없지 않아 있지만 제가 어떻게 해서든 살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관중들이나 저희 팀에도 긍정적인 요소가 된다고 생각해요.


백광현 선수 플레이를 보고 ‘현실판 하이큐’라고 해주시는 분들도 계세요.
저도 만화를 봤는데 말이 안되는 부분이 많긴 해요. 그래도 저랑 비슷하다고 하시면 감사하죠. 저는 화려한 플레이보단 제 플레이에 안정적인 인식을 많이 심어주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연습도 많이 해야 하죠.


리베로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디그가 아닐까요. 디그를 하면 팀 사기도 올라갈뿐더러 관중분들도 더 환호해 주시잖아요. 분위기나 경기에서나 디그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 같아요.


만약 리베로가 아닌 다른 포지션을 하게 된다면 어떤 포지션을 맡아보고 싶나요.
리시브를 안 하는 포지션도 해보고 싶은데 윙스파이커를 해보고 싶어요. 공격에 대한 희열감을 느껴보고 싶어요.
 

5백원에서 2천원 용돈 인상이
불러일으킨 나비효과


과거 대학생 시절에 한 인터뷰를 보니까 아버지께서 용돈 2천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배구를 시작했다고 나와있더라고요.
처음에 초등학교 놀이터에서 동생하고 놀고 있었는데 초등학교 코치님께서 제안을 하시더라고요. ‘배구를 하지 않겠냐고’. 그때는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안 한다고 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아빠 친구분이시더라고요. 그 때 용돈이 5백원인가 그랬는데 2천원을 주신다고 하니 하게 됐습니다(웃음).


만약 다시 그 상황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은 결정을 하실 건가요.
음…할 것 같아요.


또 어머니께서 학원을 하셔서 배구 선수가 아니었으면 피아노를 쳤을 거라고 하셨는데 피아노는 아직도 치시나요.
대학교 때까지는 취미로 했어요.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이 너무 인상이 깊어서 치곤했는데, 이젠 운동에만 전념하다 보니 손이 굳었죠.


대학교 때까진 공격수랑 리베로를 오가셨더라고요. 언제쯤 리베로 포지션에 정착하셨나요.
고등학교 3학년 당시 리베로를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윙스파이커 한 명이 다치는 바람에 공격을 하게 됐죠. 대학교도 리베로로 간 건지 윙스파이커로 간 건지는 모르겠어요. 그때 신진식 감독님이셨는데 처음에는 윙스파이커를 시키시더라고요. 근데 제가 공격에 재능이 없었던 게 보였나 봐요. 2학년 때부터 리베로에 정착을 하게 됐습니다.


학창 시절에 백광현 선수는 어땠나요.
시키는 대로 하는 선수였어요. 부모님이든 지도자 선생님이든 하라는 대로 따라가기만 했어요. 프로에 오니 따라가면 자신만의 개성이나 색깔이 없어지더라고요. 이걸 느끼면서 저 스스로 하게 됐어요.


혹시 배구 선수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나는 어떤 걸 하고 계실 것 같으세요.
배구하기 전에는 피아니스트였는데 어려웠을 것 같아요. 평범한 회사원이 되지 않았을까요.


드래프트 지명 순간도 기억에 남으실까요.
그때 기억이 안 날 수가 없죠. 너무 좋았죠. 그 전날에 너무 긴장돼서 잠이 안 오더라고요. 부모님께서 저한테 해주셨던 걸 보답할 수 있는 게 프로를 가는 거잖아요. 100% 보장이 없기 때문에 걱정이 많았어요.


프로 1년 차보다는 2년 차에 이르러 기회를 많이 받으셨어요. 또 그 자리가 최부식 코치의 빈자리였는데, 긴장도 엄청 많이 하셨겠지만 한편으로는 기억에도 많이 남으실 것 같아요.
2년 차 때가 저를 많이 돌아본 계기가 됐어요. 긴장도 긴장이지만 제 개인 기록만 신경 쓰니 저에게도 좋지 않더라고요. 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 팀에겐 역효과로 불러왔던 것 같아요.


그럼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했을 때 달라진 게 있을까요.
이후론 개인 기록보다는 팀이 이기는 게 제일 우선이에요.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공을 살린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어요.


지난 시즌에는 군 전역도 하셨습니다. 전역 전후로 본인이 달라진 게 있을까요.
마음가짐이 많이 달라졌어요. 가기 전에는 군대라는 벽이 있으니 다녀와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어요. 이제는 다녀왔으니 부담은 없어지고 배구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게 됐어요. 그리고 군대를 다녀와서인지 나이가 들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행동 하나하나에 조심스러운 것도 있어요.


본인에게 대한항공은 어떤 팀으로 남아있나요.
고향 같은 팀이죠. 저한테 좋은 부분도 많았어요. 처음에는 진짜 나오기가 너무 힘들더라고요. 울컥하기도 할 만큼 많은 추억이 있는 곳이죠.


대한항공에서 한솥밥을 먹던 황승빈 선수에 이어 한상길 선수까지 다시 만나게 되었어요. 다시 조우하셨을 때 어떠셨나요.
승빈이 형 왔을 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구나라고 생각했어요(웃음). 다들 반가웠죠. 대한항공에서 같이 생활하면서 또 다시 같이 생활해서 좋죠.
 

“배구 인생에 목적지는 없어요
항상 숙제같은 존재입니다”


2022년이면 30살을 맞이하십니다.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는 소감은 어떠실까요.
‘벌써 이제 앞자리가 이렇게 바뀌는구나’라는 생각도 들고요. 근데 나이 생각은 잘 안 하려고 하고 있어요. 나이 생각을 하다 보면 기분이 좀 안 좋더라고요.


30살을 맞이하기 전에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가지셨네요.
팀을 옮기려고 했던 이유가 말 그래도 터닝포인트가 필요했어요. 여기서 제가 잘하게 되면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고, 또 좋은 결과도 있지 않을까요?


20대를 돌아보면 본인은 어떤 삶을 사셨나요.
그냥 배구만 했던 것 같아요. 배구만 하다 보니 벌써 20대가 끝나가는 시점이 다가왔는데 저한테는 좋은거죠. 배구를 오래오래 했다는 거잖아요.


그럼 30대 백광현의 목표로 세워두신 것도 있으실까요.
일단 제일 첫 번째는 팀에 보탬이 되고 싶어요. 많은 선수들이 보탬이 되고 싶다는 말을 하는 것처럼 저도 진짜 보탬이 되고 싶어요. 어떻게 해서든 더 많은 승수를 챙길 수 있고 또 더 좋은 경기력을 이끌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또 인생에 있어서 배구 선수가 끝은 아니잖아요. 배구 선수 이후에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지 그려보신 적도 있으실까요.
많이 그려봤죠. 선생님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체육 선생님이 원래 꿈이었어요. 되기 위해선 공부하고 다시 시작해야죠.


지금까지 배구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프로에 있을 때는 OK저축은행 경기 당시 끝까지 쫓아가서 디그를 올렸던 그 순간이에요(2016년 10월 23일 OK저축은행 경기). 좀 더 내려가서 학창 시절에는 고등학교 마지막 전국체전 결승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대학생 새내기 때 ‘본인에게 배구란?’이라는 질문에 “배구는 ‘고속도로’ 같은 것이다. 목적지까지 가야하니까, 어차피 정상까지 올라야 하니까. ‘산’도 될 수 있겠네요”라고 답하셨더라고요. 목적지나 정상에 어디까지 도달하셨나요.
너무 생각 없이 말했던 것 같아요(웃음). 이제는 배구에 목적지가 있다고 생각을 안 해요. 배구는 계속 배우면서 나아가야 하는 스포츠예요. 수정할게요. 이제 고속도로는 아니에요.


그럼 지금 다시 똑같은 질문을 드릴게요. 본인에게 배구란?
숙제에요. 해도 해도 풀어야 하는 게 많아요. 계속 배워가는 과정에 있어요.


배구 인생을 경기에 비유하자면 어디까지 진행됐을까요.
3세트 시작하기 전 코트 체인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번 시즌 새롭게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으실까요.

첫 번째론 삼성화재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게 제일 큰 목표예요. 그러고 선수로서 목표는 BEST7에 드는 건데 지금은 플레이오프가 더 중요해요.


남은 시즌 어떻게 마무리하고 싶으실까요.
길게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한 경기 한 경기에 100%를 쏟아내서 경기에 임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저희한테는 승점 1점이든 승점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경기를 할 생각이에요.


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도 있으실까요.
가족들이 응원을 많이 해줘요. 이제 경기를 하게 되면 연락도 자주 못 드리는데 잘 이해해 주시고 많이 고생하신 것 같아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끝으로 팬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팬분들 덕분에 제가 이렇게 인터뷰를 하게 되는 것 같아 너무 감사드립니다. 더 좋은 모습으로 경기에 임하도록 할 테니 많이 응원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백광현 프로필

생년월일 1992.03.18
소속 삼성화재
신장/체중 181cm/72kg
포지션 리베로
출신학교 남원중앙초-남성중-남성고-홍익대
프로입단 2015-2016시즌 1라운드 4순위
주요경력
2015-2021 대한항공
2016-2017시즌 정규리그 우승
2017-2018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
2018-2019시즌 정규리그 우승
2020-2021시즌 통합우승
2021~ 삼성화재

 

글. 김하림 기자
사진. 홍기웅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1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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