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지표에서 앞섰던 한국전력이 연패 탈출 후 연승 사냥에 성공했다.
권영민 감독이 이끄는 한국전력이 13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4라운드 남자부 OK금융그룹과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19, 25-13, 25-22)으로 승리하며 2연승을 달렸다.
1세트 초반 한국전력은 잠잠했다. OK금융그룹의 레오와 송명근이 대각에서 득점을 이어 가며 주도권을 잡았다. 한국전력은 따라가기에 급급했다. 11-16, 임성진의 서브 차례가 돌아왔다. 그는 연속 5차례의 서브를 효과적으로 사용했다. 범실 없이 강한 서브로 상대의 리시브 라인을 흔들었다. 3번의 범실 유도가 성공했다. 덕분에 동점을 만들었다. 9연패를 끊었던 우리카드와의 경기에서 강력한 서브로 존재감을 보여줬던 임성진이 마침내 팀의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1세트 10-16으로 뒤진 경기를 역전승으로 따낸 이후 한국전력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2, 3세트는 살아난 공격수들이 상대를 압박했다. 특히 2세트는 단 한 번의 리드도 빼앗기지 않은 채 최근 기세가 좋은 OK금융그룹을 큰 점수 차로 이겼다.
3세트는 달랐다. OK금융그룹의 수비가 탄탄해졌다. 차근차근 공격 기회를 만들며 반격을 했다. 외국인 선수 레오가 자주 보였다. 그러나 중요한 순간 한국전력의 자랑인 베테랑들의 높은 벽이 돋보였다. 공격을 자주 가로막았고 상대의 범실로 결국 3-0 승리를 따냈다.
한국전력은 블로킹에 강점이 있다. 세트당 2.67개의 블로킹이다. 7개 팀 가운데 3위다. 최근 몇년간 다른 공격지표는 몰라도 블로킹은 항상 선수권을 지켜왔던 팀이다. 신영석 효과가 크다. 9연패를 끊었던 우리카드와의 5세트 혈투에서도 마지막 점수는 신영석의 블로킹이었다. 공격의 파괴력의 높은 남자배구에서는 블로킹이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중요한 변수다. 한국전력이 앞으로도 믿어야 할 팀의 귀중한 자산이다.
반면 약점도 있다. 서브 리시브다. 리시브 효율 30%대로 리그 최하위다. 그동안 팀에서 조용히 궂은 일을 해줬던 이시몬의 군 입대 이후 아직 이 부분을 해결하지 못했다. 그 역할을 해줘야 할 임성진이 이번 시즌 한국전력 승패의 키를 쥔 이유다.
반면 이날 한국전력에게 완패당했던 OK금융그룹은 세트당 1.71개의 서브로 상대를 압박하는 팀이다. 7개 구단 가운데 서브 1위를 달리고 있다. 결국 창과 방패의 싸움으로 경기의 양상이 흘러갔다. 블로킹과 서브가 관건이었는데 한국전력은 최근들어 가장 인상적인 경기를 했다. 타이스가 22점, 신영석이 8점, 서재덕이 7점을 올렸고 60.71%의 높은 팀 공격 성공률을 기록했다. 모든 지표가 OK금융그룹에 앞섰다. 타이스 역시 “이것이 우리 팀의 진짜 실력이구나 생각한 경기”라고 털어놓았다.
한국전력은 42개의 블로킹 기회에서 14개의 유효블로킹과 10개의 블로킹을 성공했다. 중앙에서 신영석이 중심을 잘 잡았고 기회를 만들었다. 반면 OK금융그룹은 26개의 블로킹 기회에서 유효블로킹과 블로킹이 18개에 그쳤다. 그 바람에 OK금융그룹의 강점인 강한 공격이 통하지 않았다. 경기가 일방적으로 흘러갔던 이유다.
두 팀의 지난 3경기를 되돌아보면 1라운드는 한국전력이 승리했다. 당시 리시브 효율은 30.23%-35.59%로 OK금융그룹이 조금 앞섰다. 그러나 한국전력은 블로킹(13-5)에서 크게 앞섰다. 중요한 순간 상대 공격수를 돌려 세웠고 그 타이밍도 적절했다. 깔끔한 셧아웃 첫 승을 챙긴 날이었다.
2, 3라운드는 달랐다. 특히 2라운드는 한국전력의 블로킹이 단 6개에 그쳤다. 상대의 순도 높은 54.21%의 공격 성공률에 기세가 꺾였다. 리시브 효율도 24.68%로 떨어졌다.(상대는 34.67%를 찍었다.)
한국전력은 유난히 OK금융그룹을 상대로 블로킹 성공확률이 높다. 24.21%의 성공률을 자랑한다. 6개 구단 중 OK금융그룹을 상대할 때 가장 성공률이 높다. 그만큼 OK금융그룹이 레오를 중심으로 단순하지만 높이를 앞세운 날개 공격을 많이 하고 한국전력 방패가 이를 잘 잡아낸다고 해석된다. 반면 리시브 효율은 OK금융그룹를 상대로 28.63%까지 떨어진다. 그동안 강한 서브에 리시비가 많이 흔들렸다는 얘기다.
4라운드에서 한국전력은 35.71%의 리시브 효율로 이전보다는 좋아진 기록을 남겼다. 이전보다 기초가 탄탄해지자 당연히 공격성공률도 동반 상승했다. 서브 도 6.23%로 OK금융그룹을 상대로 성공률이 좋다. 임성진과 타이스가 24번의 서브를 때렸고 상대 코트의 구석구석을 잘 파고들었기에 수비와 블로킹 리딩이 편해졌다. 권영민 감독은 “범실 없는 서브를 주문했다. 이번 경기에서 잘 보여줬고 덕분에 승리했다”고 경기를 복기했다.
9연패를 기록하고 있을 때도 한국전력의 경기력은 크게 나쁘지는 않았다. 결정력에서 아쉬움을 보였고 중요한 순간에 선수들이 긴장이 지나치거나 상대가 더 잘했기에 어쩔 수 없이 연패가 길어졌다. 다행히 힘든 고비에도 감독을 중심으로 선수들이 잘 뭉쳤다. 권영민 감독이 가장 고마워하는 대목이다. 그동안 선수들의 몸을 무겁게 했던 연패가 끝나자 한국전력은 정상의 리듬으로 빨리 돌아왔다. 선수들의 몸도 확실히 가벼워졌다. 아직 2연승에 만족할 팀도 전력도 아니다. 시즌은 길다. 한국전력의 끝은 누구도 모른다.
사진_수원/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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