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빛날 시간을 기다리며’ 장기 부상 선수들의 근황

김희수 / 기사승인 : 2023-01-10 12: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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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를 즐기다 보면 가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지난 시즌, 혹은 비시즌 기간 국제대회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던 선수들이 경기장에 보이지 않을 때다. 이렇게 갑자기 자취를 감춘 대부분은 장기 부상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선수마다 부상 부위와 원인, 재활 기간은 모두 제각각이지만 목표는 같다. 다시 경기장으로 돌아가서 동료들과 호흡하고 팬들에게 건강해진 모습을 선보이는 것이다. 각자의 위치에서 다시 빛날 시간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장기 부상 선수 3명의 근황을 <더스파이크>가 전한다.
 


첫 풀타임 시즌을 앞두고 맞이한 불운에도

“더 강해져서 돌아올게요!”


황윤성은 지난 시즌 강성형 감독의 부름을 받아 수련선수로 현대건설에 합류했다. 이후 시즌 도중 정식 선수로 전환됐고, 1월 11일 IBK기업은행과의 경기에서는 원포인트 서버로 데뷔전을 치르기도 했다. 그러나 첫 풀타임 시즌을 맞이한 황윤성의 모습은 코트 위에서 찾아볼 수 없다. 훈련 중 착지 과정에서 무릎 십자인대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황윤성은 “지금은 초기 재활 과정이다. 8개월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들었다. 확실한 복귀 시점은 미정이지만 내년 비시즌에는 복귀할 것 같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재활 과정을 묻자 “오전에는 간단한 사이클 운동과 초기 재활을 진행한다. 오후에는 무릎 근력 운동과 코어 운동, 상체 웨이트 트레이닝을 진행한다. 주말에는 휴식을 취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첫 풀타임 시즌에 찾아온 불운에 황윤성은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지난 시즌에도 같이 시즌을 시작하지 못했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돼서 아쉽고 속상했다. 처음 겪는 장기 부상이라, 재활도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잘 모르겠고 기분이 이상했다. 혼자 뒤처지는 것 같다는 생각도 가끔 든다”고 속내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힘들지만 열심히 준비해서 더 강해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함께 드러냈다.


황윤성은 힘든 시간을 견딜 수 있게 도와준 사람들에게 감사를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힘든 재활을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은 아무래도 가족인 것 같다. 옆에서 좋은 이야기와 긍정적인 이야기를 해줘서 힘이 났다. 또 팀 언니들이 경험담을 들려주며 위로해준 것도 마음에 큰 위안이 됐다”고 힘줘 말했다.


황윤성의 머릿속에는 언제나 배구가 가득했다. “휴식일에는 그냥 집에서 잠을 더 자거나, 배구 경기를 챙겨본다”고 밝히며 “경기를 볼 때나 내가 배구를 하는 모습이 떠오를 때면 배구가 하고 싶다. 심지어 배구공이 보이기만 해도 얼른 경기를 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며 복귀를 열망했다. 황윤성은 “항상 많은 걱정과 응원 보내주시는 팬 분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열심히 재활해서 빠르게 복귀하겠다”는 끝인사를 전했다.
 


처음 시작한 곳으로 돌아가
복귀를 준비하다


2015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5순위로 한국전력에 입단한 안우재는 2020년 11월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화재로 이적했다. 이적 후 날카로운 서브를 앞세워 쏠쏠한 활약을 펼쳤지만, 허리 부상으로 경기 출전이 어려워졌다. 결국 안우재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삼성화재로부터 자유신분선수로 공시됐고, 새 팀을 찾던 중 친정팀 한국전력이 다시 손을 내밀었다.


안우재는 “지난 시즌 막바지에 엉덩이 쪽에 통증을 느꼈다. 처음에는 단순 근육통인 줄 알고 참아 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허리) 디스크가 터지면서 온 통증이었다. 그래서 결국 수술까지 진행했다”고 부상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현재 회복은 거의 마무리 단계지만, 아직 경기에 출전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점프력 같은 부분이 예전 같지 않아서 더 준비 중이다”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안우재는 “한국전력 합류 직후에는 공 운동을 할 수가 없는 상태라서, 재활에 전념했다. 허리 재활을 하면서 기존에 통증이 있던 어깨 쪽도 보강 운동을 했다. 지금은 공 운동도 병행 중이다”며 회복 과정을 전했다. 그는 “아무래도 알던 얼굴들이 많다 보니 적응하기가 편했다. 또 많은 선배로부터 재활 과정에서도 여러 가지를 배운다. 특히 (신)영석이 형과, 이선규 코치님에게 많은 것을 배운다”며 한국전력에서의 재활 과정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안우재가 꼽은 재활 과정에서의 가장 큰 고통은 “경기장에 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안우재는 “선수라면 누구나 코트에 들어가서 팬들의 함성소리를 들으며 경기를 뛰는 것을 꿈꾼다. 그걸 못한다면 웜업존에서 응원이라도 열심히 하고 싶은데, 엔트리 제도가 바뀌면서 그조차도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배구가 하고 싶은 순간은 한순간이 아니라 매 순간이다. 경기가 있는 날마다 그곳에 있고 싶은 마음뿐”이라며 배구 열정을 불태웠다.


“가능하면 4라운드 정도에 교체로라도 나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희망 복귀 시점을 밝힌 안우재는 “내 장점은 밝은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경기에 투입된다면 더 많이 뛰고 파이팅을 외치면서 분위기를 밝게 만들어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고통을 이겨내는 단 하나의 이유
“팀에 보탬이 되고 싶어요”


KGC인삼공사 노란에게 2022년 여름은 천당과 지옥을 오간 계절이었다. 국가대표에 선발되는 영예를 누리며 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 참가했다. 주전으로 1주차 일정을 소화했지만, 훈련 도중 왼쪽 아킬레스건 부상을 당했다. 부상 정도가 생각보다 심각했다. VNL이 진행되던 브라질 현지에서 곧바로 수술을 받은 뒤 먼저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후 노란은 코트 복귀를 위해 자신과의 오랜 싸움에 돌입했다.


노란은 “재활은 마무리 단계라고 보면 된다. 지금은 볼 운동에 돌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훈련 정상 복귀는 임박했지만, 경기를 뛰는 건 아직 확정된 부분이 없다. 훈련을 소화하면서 상태를 점검해봐야 알 수 있다”고 현재 상태를 밝혔다. 브라질 현지에서 수술을 진행한 이유에 대해서는 “처음에 부상 뒤 구단과 연락을 했는데, 아킬레스건이 비행기 내부의 기압 등에 의해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래서 현지 수술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노란은 “초반에는 발목 가동 범위를 움직이는 재활을 많이 했고, 중반부 이후로는 근력 보충에 집중하면서 팀의 웨이트 트레이닝 훈련에도 조금씩 참가했다. 최근에는 팀 스케줄에 최대한 맞춰서 운동하고 있다”며 그간의 재활 과정을 간략히 설명했다. 노란은 “재활도 결국 일종의 반복 훈련이더라. 그걸 몇 달 동안 지속한다는 것이 힘들었고, 지루함을 느끼기도 했다”는 솔직한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팀의 부진은 노란의 복귀를 향한 열망을 부추겼다. 노란은 “아무래도 우리 팀이 좀 쉽지 않은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걸 보면서 빨리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급하게 들어간다고 해서 팀에 도움이 된다는 보장이 없기에 조금 답답한 마음도 든다”며 간절함을 드러냈다. 자신의 공백을 메우고 있는 고민지와 최효서에게는 “두 선수 다 최선을 다해주고 있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는 부분도 많은 것 같아 안쓰럽다. 두 사람 모두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응원하고 있다”며 격려와 신뢰를 보냈다.


마지막으로 노란은 “많은 분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고희진 감독님도 많은 격려를 해주셨고, (한)송이 언니나 (염)혜선 언니, (채)선아 언니도 잘 챙겨줬다. 특히 트레이너 선생님들께 더욱 감사하다. 언제나 최선을 다해 도움을 주셨다. 정말 감사드린다”는 인사와 함께 “솔직히 이번 시즌에 복귀한다 해도 지난 시즌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결과와 상관없이 복귀를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글_김희수 기자

사진_더스파이크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1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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