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동선과 허수봉이 6일 만에 더 강해져서 돌아왔다.
현대캐피탈은 1월 26일 OK금융그룹과의 4라운드 때 파격적인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주전 미들블로커 박상하가 손가락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자 아포짓의 허수봉을 미들블로커에 투입했다. 그 자리는 홍동선이 대신 메웠다.
임시방편으로 보였지만 아니었다. 많은 것이 담긴 포지션 파괴였다. 허수봉은 중앙 뿐 아니라 후위에 내려가면 교체되지 않고 오른쪽 후위 공격을 때렸다. 이 때문에 아포짓 홍동선이 후위에 내려가면 리베로와 교체되는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 자주 나왔다.
최태웅 감독이 구상했던 변칙 작전은 성공했다. 현대캐피탈은 승리를 챙겼다. 당시 경기 뒤 최태웅 감독은 백투백 매치로 펼쳐질 OK금융그룹과의 5라운드에서는 "변화를 줄 것"이라고 예고했다.
하지만 1일 OK금융그룹과의 5라운드에서 현대캐피탈은 같은 라인업으로 나왔다. 최태웅 감독은 “변화를 주려 했다. 그러나 코칭 스태프와 대화를 했더니 지금 이 포지션을 좀 더 유지해서 장단점을 파악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래서 더 지속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라인업도 변하지 않았고, 경기의 승리 팀도 변하지 않았다. 현대캐피탈은 OK금융그룹을 상대로 또 한 번 승리를 챙기며 귀중한 승점3을 챙겼다.
변칙 작전의 주인공인 허수봉과 홍동선은 6일 전과 똑같이 인터뷰 실을 찾았다.
허수봉은 이날 따라 서브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특히 경기의 고비였던 4세트 21-16에서 연속 서브 에이스로 OK금융그룹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그는 “내 차례에서 연속 득점이 나지 않으면 다음은 레오의 서브다. 그렇기에 빨리 끝내고자 했다. 자신 있게 때렸다”고 털어놓았다.
홍동선 역시 서브로 승리에 기여했다. 4세트 매치포인트인 24-17에서 강서브로 상대의 리시브를 흔들었다. 홍동선은 “지난 경기 때 서브 감이 좋아서 올스타전 서브 킹 콘테스트 때 자신 있게 때렸는데 예선 탈락했다. 그래서 야간 훈련을 했다. 그렇게 준비했더니 좋아졌다. 감독님이 올스타전 뒤 자고 가라고 했는데 면목이 없어서 야간 훈련을 했다”고 올스타전 후일담을 털어놓아 주위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동안 팀의 아포짓 자리를 맡아오던 허수봉은 최근 두 경기에서 미들블로커로 변신했다. 이미 한 차례 미들블로커를 경험해봤던 터라 그리 낯설지 않은 모습이었다.
지난 경기와 달라진 모습은 속공이었다. 첫 미들블로커로 출전한 경기에선 속공이 1개밖에 없었지만, 이번엔 4개를 시도해 3점을 만들었다. 허수봉은 “주말에 올스타전에 갔다가 월요일부터 연습했다. (이)현승과 속공을 맞추면서 이전 경기는 패스가 조금 낮아서 이번 경기는 좀 높게 달라고 했다. 그게 좀 맞아 들어갔다”며 성공의 원인을 설명했다.
이제는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된 허수봉과 홍동선에게 가장 맞는 옷은 무엇일까.
허수봉은 아포짓, 아웃사이드 히터, 미들블로커 가운데 어떤 포지션이 가장 맞느냐고 묻자 “어느 포지션이 더 자신 있다기보다는 한 번씩 변화를 주는 것도 재밌고, 다 자신있다”고 당당히 밝혔다. 그는 이어서 “올스타전에서 세터도 해봤는데 안 되겠다. 세터가 정말 힘든 포지션인 걸 알게 됐다. 세 포지션에서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홍동선 역시 아웃사이드 히터지만 “코보컵 때부터 아포짓 자리에서도 준비했다. 당시에는 많이 부담됐는데 이후에는 연습하고, 경험을 쌓으면서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제 프로 2년 차를 맞이한 홍동선은 코트에서 더없이 밝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이다. “감독님께서 경험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신다. 작년에는 코트에 들어가기만 해도 떨리고 어쩔 줄 몰랐는데, 이제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캐피탈에는 베테랑 중 베테랑인 여오현 플레잉 코치가 있다. 리그 경력 19년 차로 만 45세다. 이들은 여오현을 어떻게 바라볼까. 허수봉은 “비시즌에 체력 운동을 같이 해도 처지지 않는다. 제일 나이가 많지만 운동할 때 파이팅 소리도 누구보다 크다. 체력 부분에서 정말 대단하다. 몸 관리도 잘하신다. 보강 운동도 하고, 사우나도 가고, 관리를 많이 한다”고 밝혔다.
홍동선과 여오현은 특별한 인연도 있었다. “여 코치님 아들이 고등학교 후배다. 학교에서 처음 만났을 때 '프로 팀에 오면 열심히 하라'고 말씀해주셨다. 정말 인생은 모른다. 사회에 나왔더니 (여 코치님을)만났다. 처음엔 아버님이라고 불렀는데 이젠 코치님이라고 한다”며 숨겨진 에피소드를 전했다.
홍동선에게 또 한 명의 애틋한 존재는 박상하다. 득점 뒤 웜업존으로 뛰어가면 늘 박상하에게 안기고, 함께 있는 모습이 방송 화면에 자주 포착된다. 홍동선에게 박상하는 어떤 존재일까. 그는 “현승이 같은, 단짝 같은 존재다. 혼날 때는 혼나고, 못 할 땐 위로도 해주고, 안 될 때는 어떻게 해보라고 조언도 해주신다. 그러다 보니 안 될 때 (박)상하 형을 찾는다. 확실히 베테랑이다 보니 많이 알려주신다. 같이 사우나를 하면서도 많이 물어본다”며 남다른 관계임을 털어놓았다.
현대캐피탈은 5라운드 첫 경기에서 승점3을 추가하며 이제 선두 대한항공과 6점 차로 접근했다. 점점 간격이 좁혀지고 있다. 최태웅 감독은 정규리그 우승을 노리고 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우리도 정규 리그 우승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다 보면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한다”며 의지를 다졌다.
사진_천안/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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