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경기 남은 상황에서 욕심을 안 부리는 건 바보 같은 짓이라고 생각해요.”
현재 여자부 블로킹 1위는 세트당 블로킹 0.815개를 잡아내는 GS칼텍스 한수지다. 9일 열린 페퍼저축은행 경기에서도 블로킹 3개를 추가했다.
GS칼텍스는 페퍼저축은행을 상대로 세트스코어 3-0(25-18, 25-21, 25-18)으로 완승을 거뒀다. 승점 3점이 추가되며 5위 자리에 올랐다. 이로 인해 자력으로 봄배구에 진출하진 못하지만, 희망을 살릴 수 있었다.
경기 후 만난 한수지는 “상대 팀에 주 공격수가 없고, (서)채원이도 아파서 없다 보니 쉽게 가나 했었다. 새로운 선수들이 나오다 보니 어느 정도 몰랐던 부분도 있었고, 대등하게 가다가 20점 넘어서 차고 올라가서 이길 수 있었다”며 경기를 복기했다.
이날 차상현 감독은 사전 인터뷰와 사후 인터뷰 모두 한수지의 블로킹 1위를 언급하며 베스트7 수상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차 감독과 한수지는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한수지는 “나는 내 기록에 신경 쓰고, 부수적인 부분은 감독님이 만들어주신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내 것만 하면 된다”며 웃었다.
한수지는 블로킹 1위뿐 아니라 이동 공격 성공률 48.48%로 3위, 속공 성공률 37.85%로 9위다. 공격적인 모습도 가지고 있기에 베스트7 수상이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미들블로커로서 수상할 기회가 왔다.
이에 대해 “사실 1위 하다가 떨어질 줄 알았다. 나는 1위는 못 하던 사람이었다. 늘 5위 안에 들어도 1위는 못 갔었다. 그래서 (1위를)했던 사람이 하겠거니 했는데 기회가 왔다. 두 경기 남은 상황에서 욕심을 안 부리는 건 바보 같은 짓이라고 생각한다”며 베스트7에 대한 열정을 보였다.
미들블로커로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사실 한수지의 첫 포지션은 세터였다. 현대건설에서 세터로 활약했던 시절인 2009-2010시즌에는 세터상을 받기도 했었다.
이어 한수지는 포지션 전향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여러 포지션 중 세터가 가장 힘들었다. 포지션을 변경하려 할 때 서남원 감독님께서 미들블로커도 해보고, 아웃사이드 히터도 해보자고 했다. 당시에는 처음 하는 포지션이라 재밌게 했다. 그리고 잘 됐기 때문에 재밌었는데 이후에는 잘 안돼서 재미없었다. 그래서 못 하겠다고 하고, 미들블로커를 했다”며 포지션 변경에 대한 뒷배경을 이야기했다.
선수로서 포지션을 전향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 가운데 한수지는 긍정적인 부분을 찾았다. 그는 “세터를 하면서 배웠던 기본기가 미들블로커로 전향했을 때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한편 GS칼텍스는 이날 승리하며 봄배구의 끈을 놓지 않았다. 선수들의 입장에선 어떨까. 한수지는 “한 경기 끝날 때마다 계산기를 두드리면서, 우리가 어디까지 가겠구나 생각한다. 하지만 점점 확률이 희박해졌다. 그래서 마음을 비우지만, 팬분들이 응원해주시는 만큼 우리도 최선을 다해서 끝까지 할 거다. 그렇게 하다 보면 기회가 올 거다”며 희망을 이야기했다.
2018-2019시즌부터 쭉 봄배구에 올랐지만, 이번 시즌은 험난하다. 주장으로서 이번 시즌이 어땠는지 묻자 “생각도 하기 싫다”며 책상을 쳤다. 이어 “초반에 선수들도 감독님도 힘들었다. 시즌 시작하기 전에 3강이라고 언급됐고, 연습 경기 때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몇 시즌 동안 성적이 좋았어서 패배를 받아들이는 게 어려웠다. 하지만 한 경기 한 경기 이기면서 회복하고, 조금씩 분위기를 되찾았다”며 미소를 지었다.
GS칼텍스는 희박하지만, 아직 봄배구의 희망을 놓지 않았다. 장충에 봄을 맞이할 수 있을지, 한수지가 자신과 수장의 바람대로 베스트7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_장충/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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