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결과를 떠나 양팀 선수 그리고 팬들 모두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지난 15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선 2024-25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과 한국도로공사(이하 도로공사)의 6라운드 경기가 열렸다.
이날 경기는 흥국생명 김연경과 도로공사 선수들에게 의미가 있었다. 흥국생명은 도로공사전이 이번 시즌 정규리그 마지막 홈 경기였다. 선수 생활 은퇴 결정을 한 김연경에게는 '정규리그' 기준 홈팬 앞에서 치르는 마지막 경기가 된 셈.
김연경은 이날 서브 에이스 3개를 포함해 19점을 올리며 흥국생명이 세트 스코어 3-1로 승리를 거두는데 힘을 실었다. 또한 1~4세트 모두 선발 출전했고 단 한 번도 교체되지 않고 경기를 소화했다. 은퇴 발표를 한 지난 2월 13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GS칼텍스전 이후 가장 오랜 시간 코트에 섰다.
도로공사도 '선수' 김연경을 상대로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봄배구행 티켓을 손에 넣지 못했기 때문에 그렇다. 원정팀 자격이었지만 이날 경기 종료 후 김연경의 '은퇴 투어' 행사도 함께 했다.
김연경이 흥국생명 동료들과 함께 홈팬에게 인사를 하는 시간이 먼저 마련돼 도로공사 선수들은 김종민 감독과 함께 기다렸다. 그리고 코트로 함께 나와 기념 유니폼과 꽃다발을 증정했고 함께 사진도 촬영했다.
김연경은 행사를 모두 마친 뒤 현장 취재진과 가진 인터뷰에서 "(김)종민 감독이 저와 더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며 "종민 감독님이 '수고했다'라고 얘기해줬는데 더 말을 하실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주저하시더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오늘(15일)은 이상하게 더 편했다. 도로공사 선수들이 아무래도 나이가 제법 있는 선수들도 많고 저와 동년배 선수들이 있으니 그런 것 같다"며 "이렇게 선수들이 계속해서 사진을 같이 찍자고 하는 경우는 처음인 것 같다"고 다시 한 번 웃었다.
김연경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은퇴 후 진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그러나 당장 급하게 정하고 싶진 않다. 차분하게 준비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무엇보다 소속팀이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20일 GS칼텍스전)와 봄배구 '마지막 승부'인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있어서다.
흥국생명은 정규리그 1위를 일찌감치 확정해 챔피언결정전 직행 티켓을 손에 넣은 상황이다. 현대건설-정관장의 플레이오프 승자를 기다리고 있다. 김연경에게도 이번 챔피언결정전은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이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이 해외리그에서 복귀한 이후 2020-21, 2022-23, 2023-24시즌(김연경은 2021-22시즌은 중국리그에서 뛰었다) 모두 챔피언결정전에 올라갔으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다.
특히 2022-23시즌 챔피언결정전 상대였던 도로공사에겐 먼저 2승을 거두고 우승 확정에 단 1승만을 남겨줬지만 3~5차전을 내리 내주면서 준우승한 아픈 기억도 있다. 도로공사는 당시 V-리그 남녀부를 통틀어 챔피언결정전에서 역스윕에 성공한 첫 번째 팀이 됐다.
글_인천/류한준 기자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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