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더 이기고 싶었다."
남자프로배구 우리카드 미들블로커 박진우는 지난달 31일 서울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과 도드람 2024-2025 V-리그 3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마친 뒤 이같이 말했다. '최석기가 보는 앞이라 더 지고 싶지 않았을 것 같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이날 이곳에서는 2세트가 끝난 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우리카드 유니폼을 벗고 제2의 삶을 시작한 최석기의 은퇴식이 잠깐 동안 펼쳐졌다.
우리카드에서 함께하는 동안 유독 최석기를 잘 따랐던 박진우. 그래서였을까. 이날 박진우는 1세트부터 손끝이 예사롭지 않았다. 무려 블로킹 4개를 포함 6점을 뽑아낸 것. 이후로도 활약을 이어간 박진우는 마침내 총 10점(블로킹 5개)을 기록하며 팀의 3-1 승리에 앞장섰다.
경기를 마친 뒤 박진우는 "생각을 할 시간이 없었다. 공만 보고 따라간다는 생각이었다"며 잠시 숨을 골랐다.
이날 박진우가 유난히 악착같았던 이유, 역시나 최석기 때문이었다. 코트를 떠나는 선배에게 후배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승리. 더욱이 그 대상이 다른 누구도 아닌 최석기라는 사실은 박진우로 하여금 더 힘내게 했다.
박진우는 "(최석기는) 내 정신적 지주였다. 팀이 힘들 때나 좋을 때나 후배들을 잘 이끌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단하다. 본인도 힘들 텐데 (최)석기 형은 티 안 내고 후배들에게 장난을 걸며 분위기를 살렸다. 그러다가도 아니다 싶을 땐 따끔하게 말했다. 그래서 후배들이 더 믿고 따랐다"고 전했다.
결국 존경하던 선배에게 꽃다발과 함께 승리를 안겼다. 동시에 3연패 사슬도 끊었다.
이날 경기를 끝으로 시즌 전반기 일정이 모두 종료됐다. 남녀부 14개 구단 모두 올스타전 브레이크를 통해 약간 휴식을 취한 뒤 다시 3개월간 대장정에 돌입한다. 우리카드는 9승9패, 승점 24로 4위를 마크하고 있다.
박진우는 "2024년 마지막 날인 만큼 유종의 미를 남겼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만족하지 않는다. 아쉬운 경기가 너무 많았다"고 전반기를 돌아봤다.
우리카드 선수단은 오는 4일까지 휴가를 만끽한 뒤 후반기 레이스를 위해 다시 굵은 땀방울을 쏟아낼 예정이다.
박진우는 "(휴가는) 무조건 가족과 보낼 계획이다. 딸이 애교가 너무 많아졌다. 3월이면 두 돌을 맞는다"며 씩 웃었다.
우리카드는 지난해 정규리그 2위, 플레이오프 탈락으로 아쉬움을 남긴 바 있다.
박진우는 새해 소원을 빌면서 "우리 팀이 우승하는 것이다. 모든 선수가 안 다치고 시즌을 잘 마무리하길 바란다. 우리 가족도 안 아프고 항상 건강했으면 좋겠다. 개인적인 목표도 우승이다. 개인 성적이 지금보다 더 좋아져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소망했다.
사진_KOVO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