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섭섭한 마지막 대회, 잘해서 우승하겠습니다.” 김영태가 뼈 있는 각오를 남겼다.
지난 고성대회에서 경희대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1승 3패로 A조 4위. 승패가 같았던 중부대를 두고 점수 득실률에서의 2리 차이로 4위 자리를 지켰다.
경희대 선수들은 이를 악물고 단양대회를 준비했다. 다시 고성에서의 무력감을 맛보고 싶지는 않다. 지난 30일 경상국립대와의 경기가 끝나고 만난 김영태 역시 “고성대회가 끝나고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며 “한 달간 휴가도 없이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고 전했다.
지난 대회 이후 경희대 선수들은 어떤 각오를 다졌을까. 김영태는 “가장 먼저 분위기를 띄우자고 얘기했다. 지난 경기에선 코트 안에서 선수들이 하나가 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분위기를 띄우고 재밌게 즐기다 보면 더 이길 수 있으니 그 점에 집중했다”고 답했다.
이를 증명하듯 경희대는 이번 대회 첫 경기부터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웜업존에서는 특히 김영태를 향한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노래를 차용한 자체 응원가마저 생겼을 정도다.
김영태는 “제일 나이가 많다 보니 애들이 어려워할까 봐 일부러 친한 형처럼 대해준다. 그러다 보니 애들도 자연스럽게 장난을 많이 친다”며 웃었다. 실제로 인터뷰 전 경희대 선수들은 “4년 만의 첫 인터뷰”라며 김영태를 향해 장난 섞인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김영태에게는 이번 대회를 잘 마무리하고 싶은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이번 대회는 김영태에게 ‘경희대 김영태로서의 마지막 대회’다. 김영태는 “단양에 오기 전 마지막 훈련을 하고 체육관을 보는데 1학년 때 체육관에 어떤 마음으로 처음 왔는지부터 많은 것들이 떠오르더라. 시원섭섭했다”고 덧붙였다.
그렇기에 첫 경기부터 최선을 다했던 김영태다. 이날 경기 중 김영태는 미들블로커임에도 코트 밖까지 밀려날 정도로 몸을 던져 디그를 시도했다. 덕분에 다리엔 영광의 상처가 하나 더 생겼다. 김영태는 “제일 나이 많은 선배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다른 애들도 더 열심히 하려 하고 분위기도 살아나지 않겠나. 그만큼 간절하다”며 웃었다.
이번 시즌 경희대에 합류한 김홍정 코치의 가르침도 잊지 않으려 한다. 김영태는 “(김)홍정 쌤께 리딩 능력을 기르는 법과 타이밍 잡는 법 등 많은 걸 배웠다. 이번 대회에서 그 부분을 잘 녹여내 좋은 플레이를 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김영태는 “드래프트에서 뽑힌다면 프로에 가서도 배운 것처럼 블로킹을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삼성화재의 (김)준우 형도 신장이 압도적이진 않지만 블로킹 1위를 하지 않았나. 나 역시 신장은 부족해도 팔이 길고 점프가 좋아 블로킹에 강점이 있다. 그 점을 살려 블로킹을 진짜 잘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경희대의 분위기메이커를 맡고 있는 김영태에게 자신을 향해 장난 섞인 응원을 보내주는 동료들을 향한 한마디를 부탁했다. 그러자 김영태는 “그간 잘 버텨줘서 고맙고 드래프트까지 얼마 안 남았는데 불화 없이 분위기 좋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경희대 김영태’로 나서는 마지막 대회. 김영태는 선수들과 함께하는 즐거운 ‘라스트 댄스’를 꿈꾸고 있다.
사진_단양/김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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