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시간을 견디고 견뎠다. 어두웠던 터널 끝을 마주한 장지원 앞엔 봄바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전력은 5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남자부 5라운드 현대캐피탈과 맞대결에서 세트스코어 3-1(20-25, 25-22, 25-21, 25-23)로 이기며 4연승에 성공했다.
승리했지만 결과에서도 보이듯 1세트 고비가 있었다. 상대 강서브에 리시브가 고전했고 쉽게 점수를 내지 못했다. 그러자 한국전력 권영민 감독은 장지원에게 리시브와 디그 모두를 맡겼다.
팀이 연패를 기록하는 동안 묵묵히 본인의 역할을 해내며 최선을 다했던 장지원. 하지만 최근 들어 완벽한 기량을 뽐내지 못했고 웜업존에 머물거나 수비할 때만 들어가는 경우가 잦았다.
하지만 이번 경기를 통해 극복했다. 중요한 상황마다 공을 걷어 올리며 팀의 반격 기회를 만들었고, 리시브도 준수하게 받아내면서 리시브 라인에 안정감을 더했다.
코트 위에서 자신의 경기력을 되찾았고, 팀은 승리했다. 승장으로 인터뷰실에 들어온 권영민 감독은 장지원을 향한 고마움을 아끼지 않았다.
권 감독은 “(하)승우랑 지원이를 트레이드한 이유는 기용하기 위해서다. 9연패를 하는 동안 20점 이후 리시브 범실을 하면서 자책이 많이 심했다. 심리상담도 하면서 이겨내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이번 경기에서도 100%는 아니었지만 이겨내려고 하는 게 보였다. 더욱 좋아질 거다”라고 기대감도 함께 드러냈다.
오랜만에 코트에 오랜 시간 머물렀던 장지원은 “많이 뛰고 싶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에 리시브가 많이 흔들려 심리적으로 부담이 됐다. 하지만 들어간 만큼 최대한 공을 살리자고 임했고, 생각보다 디그는 잘됐다”라고 경기에 나선 소감을 전했다.
본인의 이야기도 꺼냈다. “9연패를 하면서 악플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내 경기력을 다시 되돌아보게 됐다. 중요할 때 실수한 게 갑자기 생각나면서 나 스스로 빠지게 됐다. 생각이 많아지면서 다리도 안 움직이고 감각도 떨어졌다. 하지만 빨리 이겨내려고 긍정적인 생각도 많이 하고 노력도 했다”라고 털어놨다.
아직 본인의 실력에 대해 확신을 가지지 못했다. 장지원은 “아직 내가 판단했을 때는 모르겠다. 제3자 입장에서 봤을 때 잘한 게 잘된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하자 옆에 함께 들어온 선배 서재덕은 격려를 보냈다.
서재덕은 “지원이는 실력이 갖춰진 선수다. 연패하는 동안 강한 서브를 받으면서 멘탈이 흔들렸지만 금방 다시 돌아올 거라 생각했다. 큰 걱정은 없었다. 생각보다 혼자서 잘 풀어나갔고, 잘할 수 있을 거다.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 한 경기 한 경기 흘러가는 대로 재밌게 배구했으면 좋겠다”라고 응원했다.
이젠 봄배구를 바라본다. 4위까지 올라온 한국전력, 장지원은 “9연패 하면서 앞이 막막했다. 하지만 형들이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고 연승까지 할 줄 몰랐다. 이젠 3위를 기대하고 있다”라고 했다.
“우리 팀 슬로건인 ‘We Are One Team’처럼 한 팀이 돼서 계속 더 뭉치고 열심히 하겠다.”
사진_더스파이크DB(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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